【건강다이제스트 | 서울 ND의원 박민수 의학박사】
여름철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철은 또 다른 의미에서 건강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여름철 건강관리가 건강의 수확과 결실 시기인 가을과 겨울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체온에 있다. 체온과 건강, 둘 사이에 숨어 있는 비밀을 알아보자.
또 다시 체온인 이유
30세 직장여성인 현 씨는 2주일 전부터 시작된 미열과 기침, 두통과 소화불량, 온몸이 쑤시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워낙 건강체질인 그녀는 감기에 걸려도 감기약 한 번 먹는 일 없이 곧잘 낫곤 했던 터라 아무래도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걱정하였다. 몇 번 구토를 하기도 했다며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였다.
진찰을 해보니 특별한 염증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손과 발이 유난히 차고 감기 증상에 위염까지 겹쳐 있는 양상을 보였다. 최근 들어 찬물을 많이 마셨고 자리가 바로 에어컨 앞이라 한기를 자주 느꼈다고 했다. 과연 현 씨가 호소한 증상은 무엇일까?
아이러니컬하게도 치료를 통해서 역으로 확인된 질환은 냉방병이었다. 냉방병은 신체가 여름철 기온에 적응한 상태에서 냉방이 가동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나타난다. 고온과 저온환경이 교대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내 몸의 자율신경계 변조현상이다.
두통, 식욕부진, 코막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에 위장장애, 현기증이 동반된다. 드물지 않게 관절통, 월경통 등의 증상까지 동반되기도 한다. 심할 때는 결근까지 할 만큼 증상의 폭이 다양하다.
냉방병은 현대인이 자초한 일종의 ‘문명병’이다. 현대문명은 갈수록 사람들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적응하고 해결하던 일들을 지금은 기계들이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자동차, 인터넷, 에어컨은 모두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고도 환경을 사람에게 맞춰주는 기계들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을 지배하고, 환경에 맞춰 내 몸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체온이 이렇게 떨어지면 1년 치 건강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생긴다. 체온은 몸속 면역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저체온인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로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불균형에 있다.
적절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면역력과 자율신경계 조화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병원에 수족냉증이나 차가운 몸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잦은 감기와 장염이다.
체온이 1도 내려갈수록 면역력이 10% 감소하고, 체온이 1도 올라갈수록 면역력이 1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9.8%가 냉방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성이 39.2%인데 비해 여성의 비율이 59.6%로 훨씬 더 높게 나왔다.
체온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생활습관들
● 근육운동과 육체노동을 하지 않는다.
●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한다.
● 과식을 자주한다.
● 몸을 차게 하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
●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 화학약품과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즐겨먹는다.
● 가볍게 샤워만 할뿐 입욕하지 않는다.
● 겨울을 제외하곤 대부분 에어컨을 가동한다.
정상체온 유지는 자연적인 삶으로…
앞의 사례자 현 씨에게 내린 처방은 자연적인 삶 살기였다.
● 하루 집에서 쉬면서 에어컨없이 지내기
● 하루 따뜻한 물 2리터 이상 먹기
● 사무실 출근하여서는 2시간마다 한 번씩 바깥바람 쐬기
● 하루 한 번은 옥상에 있는 정원에 올라가서 코호흡하기
● 아무리 덥더라도 자기 앞에 있는 사무실 유리창 2시간에 한 번씩은 열기
사무실 에어컨 목표온도가 몇 도에 맞추어져 있냐고 물었더니 20도라고 하였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과 협의하여 실내온도를 26도 정도로 유지하라고 조언하였다. 병원을 다녀간 후 현 씨는 이 처방을 충실히 따랐고 4일 후 감쪽같이 회복되었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체온을 낮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1일 평균체온을 측정하는 방법은 오전 10시에 체온을 측정하여 36.5도 미만이면 냉증이라 판단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체온을 올리는 식재료로 과일, 견과류, 마늘, 파, 찹쌀, 갈치, 새우, 식초 등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채소와 과일을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우리 입맛에 달고 연한 음식보다는 쓰고 질기고 신맛의 음식이 체온을 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37도는 건강을 위해 이상적인 체온으로 이 온도에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분의 체내 흡수를 돕는 소화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체온의 높고 낮음을 가장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목욕이나 반신욕이다. 목욕탕 물은 38-41도이면 미지근하다고 하고 41도 이상이면 뜨겁게 느낀다. 미지근한 물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뜨거운 물은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따라서 38-41도의 미지근한 물은 우리 몸의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심박동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내장기능을 촉진하며 근육의 이완과 휴식을 유발시킨다.
체온을 올리는 음식물 섭취와 하루 한 번 미지근한 온수에서의 목욕이야말로 면역력을 높이고 냉방병을 예방하여 여름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최고의 방책이다.
여름철 적정체온을 유지하는 온난생활법
1. 에어컨 가동 중에는 긴 옷이나 스타킹을 착용해 보온에 유의한다. 몸에 한기를 느낄 때는 긴 소매남방이나 가디건을 준비해두었다가 걸친다.
2. 실내외 온도차를 5℃ 이상 낮추지 않고 평균 실내온도를 25℃ 정도로 유지한다.
3. 2시간에 5분씩은 창문을 열거나 환기를 시킨다.
4. 에어컨으로부터 나오는 찬 공기를 직접 접촉하지 않으며 냉방 실내에서 장시간 근무를 할 경우에는 몸을 자주 움직인다.
5. 아무리 덥더라도 평소의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 수면을 유지한다.
6. 여름철은 탈수가 많다. 탈수는 냉방병의 가장 좋은 조건이다. 평소보다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라. 필자는 하루 3리터 정도를 권장한다. 여름철에 긴 야외활동이나 운동을 하게 되면 수분섭취량은 더 올라간다.
7. 몸이 차갑다고 느끼면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차가 도움이 된다.
체온을 높이는 식사원칙도 중요!
여름철이 되면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게 되는데 이것 역시 체온을 떨어뜨린다. 식사 거르기, 들쭉날쭉 식사량, 대중없는 식사 시간, 일정치 않고 길고 짧은 것을 반복하는 식사 시간 등은 모두 체온을 낮춘다.
저체온을 극복하려면 식사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알맹이 식사가 그것이다. 전에 먹던 빈껍데기 음식을 속이 꽉 찬 알맹이 식품으로 바꿔 식탁을 채워야 한다. 그리고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더불어 체온을 높이는 식재료와 음식을 골라 밥상에 올려야 한다. 체온을 높이는 음식으로는 채소와 같은 질긴 섬유질 음식이나 고추, 양파 같은 맵거나 쓴맛의 음식들이 있다. 섬유질 음식은 섭취 과정에서 꼭꼭 씹기를 유도하므로 그 자체로 좋은 열량 소모 음식이다. 특히 고추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은 체지방을 태우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적절한 체온 유지에 효과가 있다. 체온을 높이는 식사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세끼 식사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으로, 거르지 않고 먹도록 노력하라. 식사를 거르거나 양이 일정치 않으면 우리 몸은 생존본능에 따라 축적 경향을 강화시키고 기초대사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몸을 변화시킨다. 즉 안 먹으면 다음에도 안 먹을 것을 대비하여 몸은 축적 효율을 높인다.
● 알맹이 음식을 먹어라. 알맹이 음식은 영양 면에서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6:2:2로 균형을 이루고, 하루 30g 이상의 섬유질과 1g 이상의 칼슘, 그리고 필수 비타민과 미량 무기질이 풍부한 음식이다. 더불어 소금의 양은 5g 이하여야 한다. 또 가급적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 ‘로컬푸드’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고향 식재료 먹기 지수’다)가 크지 않는 토종음식이면 더 좋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것이 우리 한식이다. 한식은 세계적인 균형식의 반열에 들어 있다. 하지만 한식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장이나 절임 음식이 많아 자칫 소금 섭취량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금 간만 적정한 선에서 유지한다면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굳이 메뉴를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섬유질을 먼저, 그리고 충분히 섭취하라. 섬유질은 비타민과 미네랄의 보고이자 꼭꼭 씹기의 선생님이다. 부피를 많이 차지해 먼저 먹으면 포만감을 채우는 데도 훨씬 유리하다.
● 하루 2리터의 물을 마셔라. 적당한 수분함유는 기초대사량의 상향조정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
● 꼭꼭 씹어 먹어라. 씹기 행위는 그 자체로 기초대사량을 올려준다.
● 식사 시간에 다소 매운 고추 한두 개씩을 날로 먹어라. 기초대사량을 높여주는 착하디착한 채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