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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플] 간암 극복하고 늘 즐겁게~ 송지헌 아나운서 “내 몸과 대화하며 건강 챙겨요”

2011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기호 18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직장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어려움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려낸 ‘성공시대’,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간판 프로그램 ‘시사투나잇’과 ‘추적 60분’, 활기찬 아침을 여는 ‘전국은 지금’ ‘아침마당’ 등으로 오랜 기간 명사회자로 활약해 온 송지헌 아나운서. 예리함과 편안함을 함께 지닌 방송인으로 최고의 인기를 모아왔다. 화려한 이력과 지적이고 반듯한 외모는 흠 없이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엔 삶의 고비를 수차례 넘긴 힘이 쌓여 있었다. 그를 절망의 문턱으로 몰고 간 어려움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이겨낸 비결은?

교통사고로 받은 충격… 새로운 결심

평탄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마는 이처럼 드라마틱한 인생이 또 있을까? 지금은 아나운서계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송지헌 씨(60세)지만 어렸을 때는 아나운서가 되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내성적이어서 조용한 편이었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다. 틀어박혀 실험하기만 좋아했다. 늘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던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일은 대학교 2학년 때 찾아왔다.

큰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것도 의료사고까지 겹쳐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지체 않고 병원을 옮겨 재수술을 받았다. 겨우 다리를 보전했다. 옮긴 병원의 주치의에게 이전 병원에서의 처치가 의료사고였음을 들었다. 다친 다리를 열어서 수술해야 하는데 빨리 합의보라며 단순 골절처럼 깁스 처리를 한 것이었다. 재수술이 성공적이긴 했지만 처음 치료를 잘못한 후유증은 컸다.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건강했는데 운동은커녕 1년간 다리를 절고 다닐 정도였다.

“너무 억울했죠. 그런데 수술해 주신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렸어요. 원수에게 복수할 생각 말라고 하셨거든요. 인생을 복수로만 살게 된다고요. 누구나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데 그것에만 매몰되면 인생이 무너져요.”

그때의 충격은 우연히 들어간 대학 연극반에서 훌훌 털어냈다. 무대에서 공연하다보니 성격도 활발해지고, 목소리 좋다는 말도 들었다. 대학 행사 때 사회도 보면서 점점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와 자신감을 얻었다.

“다리를 다쳐 고생하면서 생각했죠. 사회에 나처럼 억울한 사람이 많을 텐데 그런 일을 없애는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목소리 좋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왕이면 재능을 올바른 곳에 활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두 번째 덮쳐온 먹구름, 간암

아나운서로서의 인생은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10년째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인 1987년 불쑥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 행보, 아르헨티나를 거쳐 미국에 터를 잡고 시계도매상으로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고국과 방송이 그리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아침마당’ ‘추적60분’ 등 굵직한 프로그램으로 우리 일상을 채웠다. 그뿐 아니라 ‘월드컵 취재본부’ ‘대통령선거 후보 토론회’까지 진행하며 명실상부한 국민 아나운서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게 활짝 핀 인생에 또 한 번 먹구름이 몰려들었다.

2004년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원인은 대학시절에 당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그때 수혈로 감염된 간염이 간암으로 발전했다.
“간염 때문에 6개월마다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늘 받던 정기검진인데 그날 따라 잠깐 기다리래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죠. 암 선고를 받고 나오는데 하늘이 노랗더군요.”

앞이 캄캄했지만 정신을 차렸다. 간 절제술을 할지, 이식술을 할지 고민하다 이식을 결정했다. ‘수술 중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가족들에게 “깨면 반갑게 다시 만나자.”며 수술실로 들어갔다. 열두 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곧 건강을 회복했다.

젊었을 때 다리가 잘릴 뻔한 것도, 간염을 넘어 간암까지 걸린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교통사고 때문이다. 너무 억울했을 것 같다고 물었다.

“억울해 하면 더 억울해져요. 두 다리가 아니라 한쪽만 다쳐서 다행이라고, 암도 조기에 발견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져요. 아픈 경험이 남은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키웠어요. 암을 치료하고 나니까 매일 눈뜰 때마다 오늘도 하루가 주어졌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암 수술 후에 달라진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그는 일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예전엔 방송을 숙제처럼 했다. 방송 들어가기 전엔 ‘오늘도 내가 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방송을 마치면 문제를 다 푼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간암 치료 후엔 방송 자체를 즐기게 됐다. 스스로 즐거우니 시청자들도 한결 편하게 받아들인다.

그뿐 아니라 일이 늘었다. 방송뿐만 아니라 장기기증원과 대한간학회의 ‘간암 마주보기 캠페인’의 홍보대사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간암을 극복하자 이런 요청이 늘었다. 좋은 일엔 아무리 바빠도 참여한다며 시원하게 웃는다.

이와 함께 사회에서 그가 받은 고마움을 말하기 교육으로 환원하는 일도 열심이다. 우리 사회 각계에서 재능기부를 하는 것처럼 그도 말하기 재능을 돌려주고 있다. 요즘에는 특히 어린이 아나운서 체험을 진행하며 건강한 말하기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건강 비결은 ‘내 몸과의 대화’

우리나라 암 사망 원인 2위에 해당하는 간암을 이겨낸 그의 건강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내 몸과의 대화’라고 말한다. 건강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아내와 자주 따뜻하게 대화해야 한다. 몸도 이와 같다. 그는 수시로 갈비뼈 아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몸속 ‘간’에게 잘 지내자고 말을 건다. 몸은 내가 주인이라고 함부로 대하면 꼭 복수하는 법이다. 몸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으면 과로하지 않고 쉬게 한다. 몸을 귀하게 대해야 탈이 없다.

둘째, 사랑의 말을 한다. 인간 뇌세포 중 98%를 말이 지배한다. 원망하고 악담을 일삼으면 뇌세포가 건강할 리 없다. 사랑, 감사, 행복,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 많아질수록 뇌세포가 건강해진다. 부정적인 말은 고통과 괴로움의 인생 집을 짓게 한다. 긍정과 평화의 말이 흘러나오는 사람은 행복과 번영의 인생 집을 짓게 된다. 좋은 말은 몸에 좋은 약이다.

셋째, 조금만 덜 심각해지자. 자유분방한 아르헨티나에 다녀오니 한국 사회가 얼마나 빡빡한지 실감이 났다. 너무 심각하게 살면 웃을 일이 없다. 무게에 눌려 가슴에 응어리만 쌓일 뿐이다. 아버지도 빈틈이 있고, 어머니도 못하는 게 있으면 어떤가. 아파트 평수 조금 넓히려고 아등바등하고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기를 쓰다 몸과 마음이 상한다. 마음을 조금만 편하게 가지면 몸이 조금 더 건강해질 수 있다.

송지헌 아나운서의 건강 10계명

1. 내 몸에게 소리 내 안부 묻기

2. 사랑이 깃든 말하기

3. 가족ㆍ이웃과 아침 인사하기

4. 틈틈이 시간 내 걷기

5. 자주 크게 웃기

6. 몸무게 늘지 않게 유지하기

7. 즐거운 농담하기

8. 과로는 금물

9. 억울해 하지 않기

10. 매일 살아 있음에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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