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만물이 깨어나면서 약동하는 생명의 계절, 봄이 한창이다. 두근두근 마음은 설레지만 우리 몸은 확 달라진 계절을 따라가느라 힘겹다. 오죽하면 ‘봄철 피로 증후군(춘곤증)’이라는 이름을 가진 증세까지 있겠는가? 일하는 데 졸음이 몰려와 연신 하품을 해대는 직장인, 아침마다 도무지 눈이 떠지지 않는 학생, 봄맞이 대청소는커녕 기운이 달리는 주부 등 ‘봄앓이’를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자연스런 계절 변화에 따른 문제인 만큼 해법도 자연에 있다. 그 열쇠를 쥔 봄철 대표 항산화제를 만나본다.?
활성산소 막아 면역력 강화
봄은 오묘한 계절이다. 산천초목이 화사하게 옷을 갈아입는데도 몸은 영 개운치 않다. 왜 봄만 되면 축축 늘어지고 기운이 없을까? 왜 밥맛도 없고 만사가 귀찮아질까?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은 “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평소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늘어난다.”며 “춘곤증은 봄에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원인이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필요한 영양소를 충분히 먹는 것이다. 우리 몸은 어떤 영양소를 필요로 할까?
이경섭 병원장은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B와 비타민 C·무기질이 많이 든 과일, 채소류는 입맛을 돋우고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어 황사 피해와 환절기 감기 예방에도 좋다.
이렇게 도움을 주는 항산화 물질은 무엇일까? 이는 유해산소인 활성산소의 활동을 막아주는 물질이다. 활성산소는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고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이것은 인체조직을 공격하고 세포를 손상시킨다.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콜라겐을 산화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하기도 하며 세포막의 불포화지방산을 이물질로 바꿔 동맥경화나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몸이 이렇게 활성산소 때문에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기특한 항산화 작용. 노화 방지, 암 예방, 면역기능 증진의 효과가 있다. 이제 이경섭 병원장이 소개하는 봄앓이 해결사, 천연 항산화제 속으로 들어가 보자.
피로 해소 1등 공신 봄동
배추 중 에이스로 꼽히는 봄동. 항암 효과가 있는 베타카로틴이 일반 배추보다 무려 30배나 많다. 비타민 C나 칼슘, 칼륨, 인, 철분 등 무기질도 다른 채소에 비해 풍부하다.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피로 해소와 환절기 감기 예방은 물론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침의 분비를 도와 소화를 촉진시키는 기능도 있다.
건강하게 먹기 TIP
봄동은 밑동이 굵고 잎이 너무 크지 않으며 두껍고 짧은 것을 고른다. 흰 줄기 부분이 적고 파란 잎이 많아야 고소하다. 씹는 맛도 우수하다. 보통 육류를 싸먹는 쌈 채소로 가장 많이 활용하지만, 된장을 섞어 무치거나 국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봄동에 들어 있는 비타민은 국을 끓여도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찬 성질이라 몸이 찬 사람은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몸이 아주 차가운 사람은 부추나 마늘과 같이 먹으면 괜찮다.
고혈압 예방에 으뜸! 씀바귀
옛말에 “이른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그 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정받은 풀이다. 비타민 A와 칼슘이 풍부해 눈 건강에 좋고, 몸속에 쌓인 나트륨을 배출해 줘 고혈압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 강한 항산화 물질로 알려진 토코페롤(비타민 E)보다 14배나 뛰어난 항산화 효과가 있다. 항 스트레스와 항균효과도 있어 체내의 염증을 삭혀준다. 섬유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적어 비만인 사람에게 적합하다.
건강하게 먹기 TIP
씀바귀는 뿌리 끝에서 잎사귀까지 항산화 파워를 자랑한다. 뿌리째 먹는 나물이기 때문에 뿌리에 잔털이 없되 너무 굵지 않고 길게 쭉쭉 뻗은 것을 고른다. 잎은 앞, 뒷면이 깨끗하고 변색되지 않아야 좋다. 이른 봄에 캐서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무치거나 부침으로 먹는다. 쓴맛이 매우 강하므로 데쳐서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낸 다음 조리해야 먹기 수월하다. 봄동과 같이 찬 성질이므로 역시 몸이 찬 사람은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착한 피부 노화 방지제 달래
비타민 A·B1·B2·C 등 비타민의 보물 창고다. 풍부한 비타민은 피부 노화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감기ㆍ빈혈ㆍ동맥경화 예방은 물론 피로를 푸는 힘도 우수하다. 칼슘 함량도 주목할 만하다. 우유와 비슷해 뼈 건강에도 좋다.
건강하게 먹기 TIP
알뿌리가 굵을수록 향이 강한데, 너무 크면 전체적인 맛이 덜하다. 줄기가 마르지 않은 것이 좋다. 모진 겨울을 이겨낸 3~4월 달래가 우수하다. 조리하기 전 흐르는 물에 한 뿌리씩 흔들어 씻으면서 흙을 털어낸다. 달래 잎과 알뿌리는 날 것을 무쳐 먹기도 한다. 비타민 섭취를 위해 생으로 먹으면 가장 좋다. 비타민 파괴가 걱정된다면 식초를 조금 넣는다. 간장에 달래를 넣어서 만든 양념도 맛있다. 달래는 마늘과 마찬가지로 알리신 성분이 많다. 피부와 위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에 마늘에 예민한 사람은 달래도 날 것으로 먹는 것을 삼간다. 위궤양이나 위염이 있는 사람이 달래를 익히지 않고 먹으면, 위 점막을 자극해 가스가 찰 수 있다.
간을 보호하는 냉이
‘본초강목’에서는 냉이가 오장을 이롭게 하는 강장식품이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불로장생 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냉이는 간장 활동을 촉진시키는 콜린이란 물질이 있어 간염ㆍ간경화에 좋다. 냉이 뿌리는 고혈압 치료에도 효과 있다. 다른 나물들에 비해 단백질 함유량이 많다. 비타민 B와 C가 풍부한 데다 봄에 미네랄 함량이 가장 높다.
건강하게 먹기 TIP
진한 향에 잎과 줄기가 작고, 잎이 짙은 녹색인 것을 고른다. 뿌리가 너무 굵거나 질긴 것은 별로다. 흙을 털어내고 누렇게 변한 겉잎을 깨끗이 다듬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어준다. 냉잇국을 끓일 때 뿌리도 함께 넣으면 쌉싸래하면서도 향긋한 본래의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나물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그 외에 사과와 궁합이 잘 맞는다. 젖산을 제거하는 유기산이 풍부한 사과와 함께 즙으로 갈아 마시면 피로를 푸는 데 좋다.
위벽을 튼튼하게~ 쑥
항산화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쑥의 독특한 향기를 내는 시네올이란 성분은 소화액 분비를 촉진한다. 식욕을 높여준다. 위벽을 보호해 위암 발생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간 먹으면 소화기관이 튼튼해진다. 몸을 따뜻하게 해 아랫배가 차거나 자궁이 예민한 여성, 유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 약이다.
건강하게 먹기 TIP
음력 단오 직전에 채취한 쑥이 가장 약효가 뛰어나다. 어린잎은 쑥떡, 쑥국을 만들어 먹는다. 하루 정도 물에 담갔다 독한 기운을 우려낸다. 그 후 조리하면 쑥의 향취만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조리할 때 생으로 먹지 말고 데친 후 건조해서 먹는 게 좋다.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은 한 번에 많이 먹지 않는다.
이경섭 병원장은 대한한의학회 이사, 대한한방부인과학회 회장, 미국 하버드의대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대한체열의학회 부회장, 대한한방병원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