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정만 (비뇨기과 전문의)】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술기운에 섞여 나오는 여담(女談)은 별로 생경한 일이 아니다. 남녀간 상열지사는 물론 특정인의 섹스 스캔들이나 자신의 성적 무용담이 거침없이 뛰어다닌다.
그런가하면 그저 주워 먹은 옹골진 횡재의 성과 자신의 독특한 체험이 함께 곁들여지기도 하고, 나중엔 아내의 침상 매너까지 여과없이 노출되기도 한다. 남자들의 성적 허풍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현장이다.
“우리 집사람은 도통 섹스엔 흥미가 없어. 이젠 아예 관심조차 없는 것 같아. 마지못해 응해 주거나 때론 역정까지 내니 참…. 피곤합네, 하고 싶지 않네, 애들이 올 시간이네…하면서 거절할 때는 정말 기분이 말이 아니야. 처참하게 무너진 자존심이라니. 차라리 두 번 다시 아내와 그 짓을 단념하리라고 다짐하곤 하지. 하지만….”
“마누라들이란 게 다 그렇지 뭐. 남자라면 한두 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우리 마누란 아예 밖에 나가서 돈주고 하고 오라는 소리까지 한다구! 내 언젠가는 복수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지만 막상 그럴 수는 없잖아.”
“우리 마누라는 허구한 날 노상 빳빳한 시체처럼 누워 있기만 한다구. 도대체 열의가 없어. 그런데도 맨날 눈치봐야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거야.”
“난 벌써 폐업한 지 오래야. 하지만 나도 남잔데 쏟아낼 상대가 있어야 하잖아? 그래서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더라구. 그녀는 늘상 날 녹아떨어지게 하는 불 같은 열정이 있어. 아마 타고난 것 같아. 싱거운 아내를 떠올리면 야속하기도 하지만 내심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 그런데도 우린 여느 부부처럼 그냥 그렇게 별 탈 없이 살고 있다구.”
부부간의 사랑은 신뢰하는 마음에서 출발
아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불쑥 튀어나와 설쳐대는 남편의 야수성을 목석으로 사정없이 후려치는 아내, 아내들….
성적으로 무관심한 아내, 그러다가 어쩌다 한 번 아내의 응수로 침공한 여자의 성곽. 열기는커녕 썰렁한 기계음이 냉냉한 소음처럼 나돌고 있다.
남자의 허기진 육식성이 사랑의 촉매로 승화되지 못하고 저급한 물리적 만용으로 밀려버리는 이 불화의 까닭은 무엇일까? 그래서 육체적 커뮤니케이션이 단절된 채 오랜 세월을 덤덤하게 살아가는 부부들.
육체적인 교류가 없는 남녀는 알맹이 없는 껍데기 관계이다. 때론 남녀간의 불황이 심화되어 걷잡을 수 없는 변란의 공황에 이르기도 한다.
누구의 탓일까?
개방 여건이 미비된 아내에게 줄창 개방 압력만을 가하는 남편. 그런 남편은 아내만을 탓한다.
혹자는 육체적인 관계를 배제한 사랑의 의미를 지고한 것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궤변이요, 희화일 뿐이다.
더구나 깊숙이 묻어 감추어 두어야 할 부부만의 성생활 장면이 남편에 의해 공공연히 묘사되면 아내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부부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고 아내의 성적 흥미가 반감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마누라는 워낙 무성해서 찾기가 영 쉽지 않단 말야. 그래서 후후 불어가며 찾는 날도 있지. 하하하.”
술자리에서 농담 반으로 지껄여댄 말 한 마디가 부부간의 금실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만다. 어느 날 부부동반 모임에서 입김을 불어가며 찾는 시늉을 하는 친구. 금세 눈치를 챈 아내가 가만 있을 리 없다. 그날 밤 생지옥과 같은 전투를 한 바탕 치른 후, 아내는 영 잠자리를 기피한다.
아내는 섹스의 섹자만 나와도 펄펄 뛰기 일쑤다. 어쩌다 완력에 의한 거사를 치른 후엔 짐승을 보는 듯한 눈초리로 남편을 바라본다. 그렇지 않아도 별반 관심이 없던 아내인데 이건 설상가상이 된 꼴이다.
숨은 명기는 남편이 만든다
섹스에 태만한 아내를 탓하기 전에 우선 남성 자신의 연주 실력을 다시 점검해보라. 부단한 연습을 통해 기술 향상을 이루고 있는지? 연주 전에 반드시 악기의 튜닝이 선행되었는지? 아내에게 악상을 악보로 그릴 수 있는 분위기와 여유를 제공했는지? 그리고 성적 대화로 아내의 육감에 성실했는지?
여성의 성 태도는 남성에 의해 길들여진다. 성적 대화를 통한 설득과 이해, 끊임없는 교육으로 아내로 하여금 성적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라. 여성의 욕망은 잠들어 있다. 남자의 여성의 심연에 누워자는 욕망을 깨워야 할 책임이 있다.
여성의 열전도율은 육체적 선동이 심한 남성과는 사뭇 다르다. 남성은 성기만으로 섹스를 할 수 있지만 여성은 머리로 섹스를 한다.
인내와 자제로 아내의 성적 잠재력을 개발시켜라. 팝콘의 묘미를 아는 자는 결코 아내의 성을 평가절하하는 일이 없다. 잔잔한 미열만으로 한순간 파열, 껍질까지 뚫고 나오는 팝콘 알맹이의 묘미는 결코 심심풀이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명기란 명연주가에 의해서만 빛을 발하는 법. 명기는 지금 갖추어져 있다. 숨은 명기를 찾는 일은 능력 있는 남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