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샛별 교수】
인간은 섭취한 음식물을 몸속에서 대사하여 에너지를 만들고 활동을 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비타민이다. 비타민 A, C, E 등은 많이 들어봤지만 혹시 ‘비타민 B9’라고 들어는 봤는지? 조금 생소한 비타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엽산’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들어보긴 했어만 정확히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절대 놓치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자.
신혼의 고소한 깨소금 냄새를 폴폴~ 풍기며 친구들의 모임에 나타난 M씨. 한 친구의 질문에 “엽산? 난 결혼을 했지, 임신한 것도 아닌데 왜 먹어야 해? 그거 임산부만 먹는 것 아니니?”라는 답변을 휘날리며 오늘도 자신의 문외한 건강 상식을 여지없이 드러내고야 만다.
엽산 부족하면 혈관질환 위험성 높아져
M씨의 얘기가 마냥 틀린 것만은 아니다. 엽산은 인체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신경계, 골수의 기능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임산부에게 꼭 필요한 영양성분이다. 또, 임산부는 식품만으로 하루 필요량을 채우기 어려워 엽산제나 종합영양제의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아주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샛별 교수는 “엽산은 특히 임산부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임신기간 동안 엽산이 결핍되면 태아에서 신경관 결손, 심장 결손, 사지 기형 등의 선천적인 기형과 미숙아나 저체중아 출생, 임신성 고혈압, 태반조기박리 같은 임신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임산부 외에 가임여성도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임신 이전에 엽산을 복용해야 태아의 선천성 기형 및 산모의 임신 관련 합병증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처럼 엽산은 가임기 여성이나 임산부 등 특히 여성에게 중요한 영양소 중의 하나지만 여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엽산은 비타민 B군의 하나인 DNA(핵산) 및 아미노산의 합성에 필요한 보조효소로 체내 여러 형태의 아미노산을 다른 형태로 바꾸어 DNA의 합성을 돕고 적혈구 생성 등 조혈과정에 관여한다.
▶엽산이 부족하게 되면 비타민 B12, 엽산, B6의 대사과정에서 보조인자로 작용하는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독성물질이 많아지므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치매 등 뇌혈관질환의 발생위험이 증가한다.
호모시스테인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필수아미노산의 하나인 메티오닌의 대사과정에서 체내에 생성되는데 이는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혈관내피세포를 손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엽산이 부족할 경우 빈혈, 피로, 감각이상, 운동 시 호흡곤란, 어지러움, 집중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소아의 경우 성장부진, 인지발달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박 교수는 “임산부나 가임기 여성 외에 엽산 결핍 위험이 높은 알코올 중독자, 고령자, 무리한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사람, 기생충 감염이 있는 사람 등은 엽산을 꼭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덧붙인다.
내 몸에 좋은 엽산 어디 어디에 숨어 있나?
엽산은 체내에서 만들어 낼 수 없으므로 음식으로든, 보충제로든 외부에서 공급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인의 하루 엽산 권장량은 0.4mg △임산부는 0.4mg~1mg 정도이지만 미국의 경우 △임산부는 0.6mg △수유 중인 여성은 0.45mg △노인은 0.4mg을 권장하고 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엽산 섭취 시 1mg 이상을 섭취하는 것이 나쁘다는 근거는 아직 없지만 1mg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일반인을 기준으로 브로콜리 8개, 오렌지주스의 경우 10잔, 조리한 시금치의 경우 8티스푼 정도면 하루 필요한 엽산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식품으로 섭취하는 엽산은 50~60% 정도만 흡수된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따라서 엽산을 다양한 식품으로 섭취하기 어려울 경우 엽산제 및 복합영양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엽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비타민 B12의 결핍상태를 포착하기 어렵게 되므로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조기 진단할 수 없거나, 극단의 경우 권장량의 100배 정도 고용량을 복용하게 될 경우 간질 치료제의 작용을 저해하여 약물치료 중인 환자가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엽산이 신장에 축적이 되면 신장비대증과 신장 손상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엽산이 많이 들어 있는 식품은 닭간이나 소간, 돼지간이고 호두, 밤 등의 견과류와 치즈, 콩, 아스파라거스, 시금치, 쑥갓, 아보카도, 브로콜리, 오렌지주스 등이다.
특히 엽산은 공복에 흡수가 가장 잘 되는 반면 술은 엽산의 흡수를 방해하고 배설을 촉진하여 엽산을 고갈시킬 수 있으며, 진통제로 많이 쓰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나 경구피임제, 항전간제(간질치료제) 등의 약물도 엽산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엽산 보충제 맹신은 금물!
박샛별 교수는 엽산이 동맥경화를 조장할 수 있는 호모시스테인의 수치를 낮추고 핵산 및 조혈작용에 관여하여 혈관질환 및 암 예방, 인지기능 등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엽산의 보충이 임상적으로 분명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보조제 등으로 엽산의 보충만 맹신하지 말고 각 연령대에 맞는 건강검진 및 균형적인 식단과 적당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조언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