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김동현 신경정신과의원 김동현 박사】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 된 기계가 아닌 이상 단언컨대 아무도 없다. 그렇다. 우리는 거짓말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또는 악의를 가지고 남을 해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 그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혹시 당신도 피노키오?
당신은 오늘 몇 번의 거짓말을 했습니까?
한 통계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선의든 악의든 하루에 200회의 거짓말을 하며 평생 동안 약 8만 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저녁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거짓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이렇듯 거짓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행동 중의 하나이며, 타인을 격려하고 배려하거나 나 이외에 타인의 이익을 얻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거짓말은 때때로 융통성과 고지식함, 진실과 거짓 등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는 거짓말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이 될 수도 있고 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동현 신경정신과의원 김동현 박사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니지만 거짓말도 잘하면 약이 될 수 있는 것처럼 거짓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문제는 의도를 가지고 본인의 2차적인 이득을 얻기 위해 하는 고의적, 악의적, 이기적인 거짓말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파장이다.
이는 남에게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본인에게도 피해가 간다.
설사 누구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주변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본인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거짓말 하는 심리, 도대체 왜?
우리는 흔히 ‘있지 않은 사실을 말하는 것’을 거짓말로 생각하지만 거짓말은 당연히 알려져야 할 것을 알리지 않는 것, 굳이 얘기할 필요가 없는 것을 상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말하지 않는 것, 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말하는 것 등 그 형태가 다양하고 허풍, 핑계, 침묵 등의 형식을 빌려서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거짓말의 형태,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거짓말을 하는 심리도 여러 가지다.
“우리 집은 방이 8개야.” 라는 식으로 ▶자신의 소망이나 바라는 바를 거짓말의 형태로 나타내거나 ▶처벌이 두려워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 ▶어린 아이들이 동화속의 세계와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상상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아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금방 탄로 날 빤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주로 어린 아이에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처벌이 두려워 거짓말을 하게 될 때 부모 혹은 상대방이 아이 또는 거짓말을 하는 당사자에게 취조하듯 대하면 이들의 거짓은 더 큰 거짓을 낳게 된다.
더불어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 “자신감이 없어서 무엇인가를 내세워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수단으로써 거짓말을 이용하거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욕구가 거짓말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짓말들은 성장 단계를 거치면서 저절로 없어지거나 개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판단력이나 지능이 낮은 경우 하게 되는 거짓말 ▶복수나 질투심의 심리로 상대방을 곤란에 빠뜨릴 목적으로 하는 거짓말 ▶도덕성이 결여된 거짓말 등이 있다.
이중 도덕성이 결여된 거짓말은 선천적인 기질에 의해 나타날 수 있고, 도덕관념이 희박한 부모 밑에서 양육된 경우 등 후천적인 환경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김동현 박사에 따르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복수나 질투심에 의한 거짓말과 도덕성이 결여된 거짓말”이라고 한다.
이들은 의도를 가지고 행해지는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거짓말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죄의식 없이 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도덕성이 결여된 거짓말은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 싸움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범법행위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와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와 달리 의도를 가지고 행해지는 거짓일지라도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거짓이나 처벌이 두려워하는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로도 볼 수 있으며, 이들을 제외하고 제시된 나머지 거짓말은 의도 없이 이루어지는 거짓말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선의든, 악의든 거짓말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의사소통 방식이 왜곡되어 왕따를 당하는 등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없고, 거짓말을 하는 본인 스스로 불안한 정서를 갖게 되며, 이는 나아가 범법자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짓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거짓말은 회가 거듭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 여러 폐단을 낳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대처할 만한 방법을 알고 싶겠지만 아쉽게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대처할 뚜렷한 방법은 없다.
단,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거짓말을 부추기지 않도록 아예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왜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그 의도(심리)를 알고 대처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잘 하는 것도 병으로 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김동현 박사는 “병이라는 표현은 그에 맞는 증상을 갖고 있을 때 사용할 수 있고, 또 증상이란 것은 기존에 없던 무엇인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거짓말은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기보다 그 사람의 성격과 관련이 많기 때문에 그것을 병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령 거짓말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거짓말을 하거나 거짓이 늘 경우, 또는 습관적인 거짓말로 인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그 사람의 심리적인 의도와 성격적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그 심리에 대해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점점 길어지는 자신의 코를 짧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