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왜 암에 걸렸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린 아들을 위해 꼭 살아야 했어요!”
마흔 다섯,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아들 창규가 태어났다. 그리고 아이의 두 번째 돌을 맞이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라며 부정할 여유도 없었다. 어린 아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아마 늦둥이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 몰라요.”라며 자신이 살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가 됐던 세 살배기 아들이 어느덧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이 됐다고 말하는 서연 씨(54세)의 얼굴에서는 웃음꽃이 떠날 줄 모른다.
늦둥이의 출산, 그러나 기쁨도 잠시…
20대 중반,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였던 남편을 우연찮게 다시 만났고 사랑을 키워 결혼에 골인했다. 금실 좋은 부부답게 그녀는 평소 아들 일곱을 낳아 키우고 싶을 정도로 아들 욕심이 많았지만 삶의 현실은 두 형제로 만족해야 했다.
어느덧 아이들도 엄마의 손길을 덜 필요로 하게 되었을 즈음 생각지도 못한 아이가 생겼다. 노산이라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코 적지 않은 나이, 마흔 다섯에 감사한 마음으로 셋째 아들을 건강하게 출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들에게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2002년 8월 어느 날, 집에서 구독하던 한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늦둥이 낳으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분비 이상으로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다”란 기사가 났다. 그리고 덧붙여 40대 이후의 여성들은 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기사를 읽었을 때 그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늦둥이도 낳았지만 여태까지 한 번도 유방암 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는 늦둥이를 위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해 10월 아들의 두 돌이 지나고 며칠 안 돼 찾아간 병원에서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암의 크기가 컸지만 암세포는 임파선이 있는 겨드랑이 부분과 유두가 있는 부분을 피해 유방 밑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유관의 침범도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암 진단을 받은 순간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나?’라며 누구를 원망하거나 현실을 부정하는 눈물이 아니었다. 오직 ‘우리 늦둥이를 두고 어떻게 하나’란 생각뿐이었다.
“의사가 유방암이라고 다 죽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늦둥이 때문에 죽으면 안 되니 당장 수술을 해달라고 사정을 했어요.” 성공적인 수술과 함께 곧 그녀의 바람처럼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 없이 5년간 에스트로겐 호르몬 억제제 복용을 처방 받았다.
모두가 내 탓이오!
아프기 전에 건강 책자도 읽고 몸에 좋은 음식도 먼저 챙겨 먹는 등 나름대로 건강에 관심이 많았는데 모두가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고 고백하는 서연 씨.
어린 시절 공직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그녀는 항상 남에게 모범이 되어야 했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이것은 곧 남편, 자식, 내 식구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까지 발전했다.
또 본인 스스로도 남에게 뒤처지기 싫었고 무슨 일이든지 완벽하게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답게 항상 모든 일에 성실했다. 아니 성실할 수밖에 없었다. “부부싸움을 할 때조차도 남편은 제게 ‘세상에서 당신처럼 성실한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라고 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죠?”라며 “바로 이렇게 남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타인보다 강한 제 성격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병을 키우지 않았나 싶어요.”라고 말한다.
흔히들 큰 병에 걸리면 ‘너 때문에, 당신 때문에, 남편 혹은 아내 때문에’ 라고 남의 탓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을 바로 알게 되면 그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늦둥이로 시련을 극복하다!
사람인지라 ‘늦둥이 때문에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 유방암이 걸린 건 아닌지’ 후회해 볼만도 하지만 그녀는 맹세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수술과 투병생활 중에도 항상 우리 부부의 중심에는 창규가 있었어요. 아이 때문에 부부가 부성애와 모성애를 느끼면서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지요. 그리고 제 몸이 호전되고 나니까 아이의 양육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돼 있더라고요.”라며 오히려 늦둥이로 인해 유방암 수술과 수술 후 투병생활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한다.
비단 늦둥이 때문만이었을까? 그녀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이 있다.
아내의 수술 이후 남편은 아내의 몸을 추스르기 위해 모든 것을 접고 3년간 세 식구가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에 입소해서 함께 살았을 만큼 아내의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모자를 보살폈다. 3년간 요양병원에서 둥지를 틀고 살면서 남편은 아내뿐 아니라 요양병원의 환우들에게 자원봉사를 했다. 스포츠경영학 전공을 십분 발휘하여 환우들에게 스포츠마사지 봉사와 레크리에이션 활동 및 웃음치료를 선보였고, 게이트볼과 배드민턴도 보급했다. 어떤 때는 아내보다 다른 이들을 간호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여 간혹 섭섭함을 느끼기도 했다는 서연 씨.
그렇지만 ‘내가 못하니 나 대신 남편이 하나보다.’라고 생각하니 곧 마음이 편해졌다고. 또한 유방암 수술 후 심리적으로 힘들어 할 때도 “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수술로 일상이 불편해지는 사람들에 비하면 당신은 얼마나 축복받은 것이냐?”며 유방암 수술에 대해 일절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예전과 다름없이 똑같이 대해준 남편 덕분에 심리적인 후유증을 금방 털어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세 식구가 3년 동안 요양병원에서 봉사하며, 몸을 추스르며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늦둥이 출산 후 아이 때문에 혹시나 해서 들어둔 보험 덕이었다. 서연 씨는 “보험 예찬론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을 때 보험이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다.”며 한두 개 정도의 보험은 꼭 들어두라고 당부한다.
“아팠던 사람 맞아? 더 예뻐졌네!”
몸이 많이 호전돼 요양병원에서 나온 뒤 사람들이 그녀에게 건넨 첫 마디는 “예뻐졌다. 얼굴이 좋아졌다.”란 말이었을 정도로 그녀의 몸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유방암 수술 후 7년이 지난 오늘, 전화기를 붙잡고 쉴새없이 통화하기 바쁜 커리어우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 유방암으로 투병한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 서연 씨다. 사람이 좋아서, 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좋아서 시작한 자그마한 꽃 관련 사업이 그녀에게는 늦둥이와 더불어 삶의 활력소다.
“좀 쉬엄쉬엄 일 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묻는 기자에게 “아이가 있으니 더 젊게 열심히 살게 된다.”며 유방암 투병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것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든 자신의 마음이 즐거워서 움직여야 건강에 약이 된다고 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연 씨는 “유방암은 현실적으로 본인이 자가진단을 하기 힘들다.”며 “40대 이후에는 꼭 6개월에 한 번씩, 30대 이후에도 꼭 1년에 한 번씩 유방암 검진을 받으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서연 씨만의 건강 노하우
♣ 소화에 신경을 쓴다!
암 환자의 경우 소화기능이 약하다. 따라서 음식은 가급적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는다. 일례로 토마토도 익혀 먹고 냉한 느낌이 나는 과일은 잘 먹지 않는다.
당분이 많은 주스나 크림이 들어간 커피도 NO! 식후에는 자연식으로 된 ‘소화효소제’를 복용한다.
♣ 천연 영양제를 즙으로 만들어 먹는다!
면역력이 약하면 재발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끔 몸이 좋지 않을 때 칡·쑥·씀바귀 등과 갖은 야채를 똑같은 비율로 섞어서 4시간 가량 중탕하여 그 즙을 마신다.
그녀는 특히 수술 이후 한참 몸을 추스를 때 살만 발라낸 오리고기에 처방받은 각종 야채를 4시간 정도 중탕해서 그 즙을 마시고 몸의 기력이 많이 좋아졌다고 귀띔한다.
♣ 소식의 힘!
소식을 원칙으로 하되, 무슨 일이 있어도 아침식사는 반드시 사수한다. 현미 위주의 잡곡밥에 두부 등 콩을 위주로 한 반찬을 자주 만들어 먹는다.
♣ 근육을 늘려라!
그녀의 남편은 “사람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근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런 남편의 아내답게 운동만큼은 철저하게 하는 서연 씨. 그녀는 “요즘 허벅지나 장단지가 굵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여성분들이 정말 많은데, 허벅지 근육이 탄탄해야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고 아울러 자신의 경우 암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철칙 하에 시간이 허락되면 남편과 함께 주 5회 정도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배드민턴과 걷기를 즐겨 한다.”고 한다.
어디 이뿐인가, 그녀는 꽃이 피는 봄이면 지인들과 함께 산책, 등산 등을 하며 봄나물도 캐면서 자연과 인간이 교류하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