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강동우S의원·성의학연구소 백혜경 원장】
PART 1. “휴~ 뭘 해봤어야 알지” 신혼부부일 때 성생활 가이드
결혼한 지 2주차 된 주현석 씨(32세). 첫날밤은 좋았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그냥 잤다.”고 대답했다가 야유를 한 몸에 받았다. 그뿐 아니라 주 씨는 아직도 초야를 치루지 못한 상태다. 첫날밤 설레는 마음으로 신부와 조심스레 스킨십을 하면서 섹스에 돌입했지만 신부의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게다가 초보자인 주 씨는 긴장으로 굳어 아프다고만 하는 신부를 보니 겁이 나서 포기하고 안고만 잤다. 매일 밤 시도하지만 지금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아 마음을 졸이는 상태다.
신혼이면 ‘깨가 쏟아지는 시기’라고 말한다. 사랑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초보라면 주 씨 부부처럼 헤매는 일도 왕왕 있다. 결혼 전부터 성관계를 하는 일도 흔하지만, 결혼과 함께 성생활이 처음 시작되는 부부도 많다. 실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가장 큰 걱정거리는 성문제라고 한다. 설렘만큼 불안감도 큰 게 바로 신혼이다. 강동우S의원·성의학연구소 백혜경 원장은 “본격적인 성생활이 이 시기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며 “신혼은 부부의 성생활에도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신혼부부 성문제는 먼저 남녀 모두 성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고 미숙해 아직 서로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부부의 성격 차이나 고부간 갈등과 같이 성생활 이외의 부분이 영향을 미쳐 성생활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아니면 남편이나 부인 쪽의 성기능장애로 성적인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백혜경 원장은 “남녀간 성생활 궁합은 정해져 있어서 개선할 수 없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아예 성생활 만족을 포기하거나 이혼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신혼부부 성문제, 어떻게 풀까?
신혼부부 필살기 3가지
? 완벽한 부부가 되겠다는 강박을 버린다
백혜경 원장은 “무엇보다 신혼부부는 결혼생활의 다른 모든 요소가 그러하듯이 부부의 성생활도 이 시기부터 서로 맞춰간다는 생각을 하라.”고 당부한다. 매번 우리 부부가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두 사람이 맞춰 가면서 서로 만족시켜 주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을 정복하듯 급하게 해치우려다간 화를 자초하게 된다. 은은한 조명에 가볍게 와인 한 잔씩 마셔도 좋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바로 민감한 성감대 애무로 돌입하지 말고 발이나 등을 안마하듯 두드리며 시작한다.
? 성기능장애가 의심되면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남성은 발기부전으로 성관계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고, 여성은 질 경련증으로 삽입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성교통으로 성관계가 고통스러운 경우 등이 있다. 백혜경 원장은 “부부 한쪽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비난하면 신뢰에 금이 가면서 부부생활 전반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 반대로 자신이 문제가 있는 경우도 꽤 있다.”고 덧붙인다.
반대로 잠자리 문제로 성기능장애가 오기도 한다. 신혼에 겪은 성적 불일치를 덮어두면 그 영향으로 신랑은 조루나 발기부전을 겪게 되고 신부는 불감증을 경험할 수 있다.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20% 정도가 첫 경험에서 발기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조루로 인해 불만족스런 성교를 경험한다고 한다.또 여성의 불감증은 성교 기피로 이어져 아예 성생활이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백혜경 원장은 “처음부터 두 사람 모두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이라며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서 두 사람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속궁합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맞춰가는 것이라는 얘기다.
PART 2. “아~ 다 귀찮아” 권태부부일 때 성생활 가이드
주부 박상희 씨(38세)는 침대에 눕기가 무섭게 등을 돌린다. 요즘 들어 피곤하다며 박 씨의 손을 치우던 남편이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를 하는 것을 본 후부터 정이 떨어진 것. “사실 나도 남편이 좋아서가 아니라 부부사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관계를 맺은 지 꽤 됐다.”며 “권태기인 것 같다.”는 박 씨. 만사가 귀찮아진 권태부부를 위한 해결책, 뭐 없을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세계 2위라는 이혼율 등 심각한 가족문제를 앓고 있다. 같이 살긴 하더라도 각방을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부부도 늘어났다. 2006년 행복가정재단의 설문조사 결과 40~50대 부부들은 4%만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준 바 있다.
백혜경 원장은 “권태기에 빠진 부부가 성생활이 없다고 해도 오누이 같이 사이좋은 부부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인식하지 못할 뿐, 성생활에 금이 가면 부부의 인간관계도 차츰차츰 금이 간다고 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성관계를 안 하고 살아도 당장은 상관없다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언젠가는 심리적 거리감에다 공허감에 빠지게 되고 몸이 녹슬면서 더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권태부부 성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권태부부 필살기 3가지
? 중년기 권태부부의 원인은 상당수가 신체적인 문제다
각자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남편은 연령 증가와 함께 고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등 성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을 잘 관리하고 예방해야 한다. 부인은 임신과 출산 이후의 손상, 폐경기 호르몬 변화 등이 오르가슴 장애, 분비저하, 성욕저하 등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백혜경 원장은 “부부가 각자 상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신체적인 매력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운동으로 건강도 찾고, 몸매관리도 한다면 일석이조”라고 밝혔다.
? 성생활에서의 다양성 추구가 필요하다
뚜렷한 성기능장애가 없어도 늘 같은 방식인 전희, 체위 등은 권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의학적으로 페닐에틸아민이나 도파민 같은 섹스 호르몬은 유효 기간이 6~36개월 정도라고 한다. 아무리 미인이나 미남과 사귀어도 같은 사람에게는 다시 분비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옥시토신이나 엔도르핀 같은 쾌감 호르몬은 기분 좋은 섹스를 할 때마다 나온다. 남에게 잘 하듯이 배우자에게 잘 하면 활력 넘치는 부부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부부간의 정서적인 갈등이나 불화, 외도 등의 문제를 해결한다
서로 불만이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해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다.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서로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
백혜경 원장은 “건강한 부부생활을 유지하려면 성생활에 관한 의사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둘의 노력으로 개선하기 힘든 경우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TIP.성생활로 몸과 마음을 튼튼하게~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부부가 남녀 모두 더 오래 살고 건강하다는 보고가 많다. 미국 뉴잉글랜드 리서치기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정기적인 성관계는 중년 이후 남성의 심장병 발병 위험을 절반으로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또 미국 펜실베니아주 윌크스 대학에서는 주 1~2회 성관계는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부부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사회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경 원장은 서울대 의대 졸업, 미국 킨제이성연구소와 보스턴대 불안장애 센터, 하버드대 캠브리지 병원 커플 및 가족치료 센터를 연수했다. 서울대병원 임상강사를 거쳐 현재 삼성의료원 임상외래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