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대한당뇨병학회는 2030년쯤 당뇨병 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당뇨병 환자는 국민 10%에 해당하지만 20년 후에는 20%에 육박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당뇨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없는 수치다. 예방 의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잘 다스리면 순한 양과 같지만 방심하면 사자처럼 돌변하는 병, 당뇨. 우리나라 대표 당뇨 명의 3인에게 당뇨병에 대처하는 원칙을 물었다.
PART 1.?건강 장수 식사가 바로 당뇨 식단
【도움말 | 연세대 허갑범 명예교수(내분비내과)】
현대인의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인 당뇨병의 주요 원인으로 무절제한 식이가 지목받은 지 오래다. 먹는 것과 특히 관련이 높은 당뇨, 어떻게 먹어야 할까?
전직 대통령의 주치의와 대한당뇨병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연세대 허갑범 명예교수는 “당뇨 환자라고 특별한 식사요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기본적인 식사 원칙을 지키는 것이 곧 당뇨 식단”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다만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해도 영양이 불균형한 상태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칼로리 섭취는 당뇨병 유형에 따라 각각 다르다. 마른 당뇨라고 불리는 인슐린 의존형인 1형 당뇨와, 다른 나라보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1.5형 당뇨는 열량을 줄이기보다 오히려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1.5형 당뇨는 1형보다는 인슐린 분비가 잘 되지만 2형보다는 잘 되지 않는 상태다. 어렸을 때 영양이 부족했다가 커서 과식을 하면 잘 생긴다. 우리나라 환자의 15%가량이 해당한다. 반대로 2형 당뇨는 과식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칼로리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고지방식을 줄이는 게 필수다.
다음으로 무엇을 먹을까? 허갑범 교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이렇게 3대 필수 영양소를 균형 있게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뇨병이니까 무턱대고 탄수화물과 지방을 피하려고만 하면, 금방 배가 고파져 간식을 자주 찾게 돼 혈당 관리가 무너진다. 보통 곡물계통은 총칼로리의 60%를 섭취한다. 주의할 점은 대표적 당뇨식인 현미밥과 잡곡밥을 먹을 경우, 일반 흰 쌀밥보다 20% 정도 칼로리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덜 먹었다고 생각하고 계산하면 된다. 단백질은 15%, 지방은 25% 정도로 맞춘다. 필수영양소를 챙겼으면 비타민과 미네랄도 신경 써야 한다. 이들은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아니지만 음식물의 제대로 된 활용을 돕는다.
TIP. 허갑범 교수가 추천하는 당뇨 조리법의 원칙
1. 고기류는 기름을 떼어내고, 살코기만 사용한다.
2. 기름을 이용해 튀기거나 볶는 조리법은 가급적 피한다.
3. 조리할 때 설탕 대신 다른 양념으로 맛을 낸다.
4. 자연에서 나는 신선한 채소, 특히 제철 재료를 산뜻하게 상에 올린다.
5. 가공식품과 인공감미료를 피한다.
허갑범 교수는 대통령 주치의를 지냈고 현재 허내과 원장이다.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대한내분비학회 회장을 역임, 신년부터 한국대사증후군 포럼을 만들어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할 예정.
PART 2. 식사만큼 중요한 것은 꾸준한 운동
【도움말 |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당뇨센터 박성우 교수】
당뇨병을 관리하려면 식사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 식사요법을 아무리 철저히 지킨다고 해도 하루 종일 꿈쩍도 하지 않으면 혈당이 내려가지 않는다. 둘 다 병행해야 당뇨병이 나아진다.
운동의 기본은 두말 할 나위 없이 유산소운동이다. 심폐기능을 튼튼하게 만들어 우리 몸에 산소를 원활하게 공급해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춘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 좋은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늘어나고, 나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줄어든다. 혈류가 개선되고, 폐기능이 좋아지며, 고혈압도 예방한다.
현재 대한당뇨병학회의 이사장인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당뇨센터 박성우 교수는 “당뇨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을 권하는 이유는 심폐기능을 높여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그 다음으로 당뇨 치료와 관련해 운동의 가장 큰 기능은 포도당을 소모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쓰게 된다. 따라서 유산소운동뿐 아니라 근력운동도 함께 해야 안정되게 혈당을 조절하고 장기적으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병행해야
박성우 교수는 “운동을 안 하는 게 문제지, 당뇨 환자에게 운동은 기본적으로 다 좋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5번, 하루 30분씩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하면 좋다.
걷기, 가볍게 뛰기,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기본적으로 권한다. 근력운동으로 아령과 적당한 웨이트트레이닝도 좋다. 운동을 할 때 억지로 하기보다는 즐겁고 재밌게 해야 더 효과 있고 꾸준히 할 수 있다.
심심하지 않게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람과 함께 하면 좋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보다는 탁 트인 강변이나 상쾌한 숲길 걷기를 추천한다. 피해야 할 운동은 축구나 테니스처럼 팀을 나눠 경쟁하는 종목이다. 운동의 시간이 늘거나 강도가 너무 높아질 수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쉽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합병증 유무다. 눈이 안 좋은 당뇨망막증 환자는 뜀뛰기를 피하고, 발이 안 좋은 당뇨발(족부궤양) 환자는 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상체 운동을 중심으로 한다.
당뇨 환자가 운동을 할 때는 저혈당에 대비하는 것도 필수 사항이다. 가벼운 운동을 할 땐 괜찮지만 예정된 시간보다 길게 운동을 하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하다 자칫 저혈당이 올 수 있다. 되도록 공복에 운동하지 않도록 하며, 각설탕이나 사탕을 주머니에 넣었다 저혈당이 의심되면 꺼내 먹는다.
박성우 교수는 “당뇨 환자 각각의 몸 상태에 따라 운동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최고의 운동 효과를 보려면 운동처방사와 상담을 통해 계획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박성우 교수는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이며 강북삼성병원 당뇨센터 센터장이다.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비만학회, 대한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PART 3.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당뇨병에도 적!
【도움말 | 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민영 교수】
올해 세계당뇨병연맹이 전 세계 성인 2만 13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당뇨병 환자 중 우울증이 의심되는 사람은 42%였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유병률인 9.8%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일반인보다 2배 높다는 기존학설을 훨씬 웃도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당뇨 환자는 당장 죽지는 않지만 완치되지 않고 점점 상태가 나빠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민영 교수는 “많은 당뇨병 환자가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인한 부담감, 합병증의 괴로움, 사회생활의 어려움, 경제적 부담, 정신적 고통, 의욕 상실, 소외감, 심리적 충격이나 불안 등의 문제를 겪는다.”고 밝혔다.
보통 사람들에게 적당한 스트레스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러나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대사 균형을 깨뜨려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당뇨병 환자가 스트레스를 크게 받으면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글루카곤,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등이 다량 분비된다. 이들이 혈압을 올리고,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당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정민영 교수는 “당뇨병 환자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당뇨병 관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자신의 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뇨병이 있어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스트레스에 당하지 않는 방법 3가지
첫째,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다. 당뇨병을 공부해야 한다. 당뇨병이란 무엇인지, 그 관리 방법은 어떠한지 잘 알아야 한다.
둘째, 잘 웃고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 웃으면 고통과 통증을 줄이는 엔도르핀이 나오고, 노화를 촉진하는 코르티솔은 줄어든다. 기분이 좋아지고 젊어진다. 당뇨병에 걸렸다고 해서, 앞으로 나빠지고 합병증에 걸려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마라. 당뇨병 생활 수칙은 특별하지 않다. 건강 장수를 위한 길임을 생각하며 오히려 건강해지기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여긴다. 주변에서도 사실과 다른 비관적인 생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야 한다.
셋째, 스트레스의 신호를 알아둔다. 어지럽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하는 느낌이 언제 드는지 살핀다. 반복되지 않도록 그 일을 해결하거나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또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일에는 지나치게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스트레칭이나 명상 등 이완요법을 생활화 하면 도움이 된다.
정민영 교수는 현재 대한당뇨병학회 회장, 대한내분비학회 부회장, 대한내과학회 무임소이사, 영호남 내분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