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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취재] ‘세포치료’를 둘러싼 진실 혹은 거짓

2011년 02월 건강다이제스트 약동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인하대병원 세포치료연구센터장 송순욱 교수】

지난해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RNL바이오(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 해외 원정 시술 환자 2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어서 12월 13일, 성체줄기세포 학술단체인 국제세포의학회(ICMS)는 “해외 원정 줄기세포 시술로 사망한 2명 중 1명은 줄기세포 투여 과정에서 문제가 촉발됐거나, 줄기세포 투여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자체 홈페이지에 공식발표했다. 나머지 1명은 줄기세포 이식 후 거의 2달 만에 사망했기 때문에 줄기세포와 관련이 적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는 현재 줄기세포 치료제를 두고 아직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치료제로 판단해 허가하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세포치료, 그 현주소를 짚어본다.

1665년 영국의 과학자 로버트 훅은 자신이 제작한 현미경을 이용해 코르크 조각을 들여다보다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코르크가 수많은 작은 방들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바로 인류 생명체의 기본 단위인 세포를 발견한 시작이다.

당시 훅이 세포를 관찰한 현미경은 30배율의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나 눈부신 과학의 발전은 세포 속의 변화를 실시간 관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과학자들은 몸에 생기는 모든 병이 세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뽑아냈다. 세포를 이용해 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하대병원 세포치료연구센터장 송순욱 교수는 “세포치료는 살아있는 치료제로 불린다.”고 입을 열었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세포를 통해 생명의 비밀을 이해하고 질병 치료에 활용한다. 기존의 치료는 화학적인 합성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포치료는 살아있는 세포를 인위적으로 배양해 세포 의약품을 만들어 치료에 이용한다. 한 마디로 ‘재생의학’인 셈이다.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지닌 세포 고유의 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조직 재생과 근본적인 질환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연구와 임상시험, 치료 적용에 조심스럽지만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만병통치약 No 다양한 치료법 중 한 가지 Yes

앞서 언급한 RNL바이오 사건을 보며 전국이 들썩였다. 아직 치료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려면 멀었다는 사람부터 이제 새 세상이 열린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지금, 세포치료는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

송순욱 교수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치료도 있고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개발 중인 치료법 중 한 가지로 봐야 한다.”고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세포치료에 대해 당장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새로운 치료법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접근은 현실과 맞지 않다는 말이다. 지금의 치료법으로 고치기 힘든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하는 단계 중인 여러 치료 방법 중의 한 가지라는 편한 시선을 가지는 것이 실정에 맞다.

인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조화 속에서 운행되고 있다. 몸에 생기는 질환들도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어떤 한 가지 치료제가 만병통치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송순욱 교수는 “다만 몇몇 질환들을 치료하는 데 세포치료제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조금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암에 효과, 면역계 질환 치료도 기대

세포치료제의 현황을 알아보는 데는 우선 구분이 필요하다. 이미 분화를 완료해 다른 세포로의 분화가 힘든 체세포를 이용하느냐, 아니면 다른 세포로의 분화능력을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체세포치료제와 줄기세포치료제로 나눈다.

▶체세포치료제는 면역세포(NK세포 또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하면 면역세포치료제로, 피부나 연골세포를 이용하면 피부연골세포치료제로 쓴다. 면역세포치료제는 현재 항암치료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고, 피부연골세포치료제는 주로 피부나 연골조직 재생에 쓴다.

▶줄기세포치료제를 설명하기에 앞서 줄기세포라는 이름부터 해명해야겠다. 줄기처럼 생겼다는 게 아니다.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을 만들어 내는 기본이 되는 세포라는 뜻으로 순 우리말을 써서 이름 붙였다. 줄기세포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원재료’에 해당한다. 수정란의 발생 초기에 생기는 배아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배아줄기세포와 성인의 조직에서 분리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치료제로 나눈다.

배아줄기세포치료제는 여러 가지 조직 재생이나 뇌신경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들을 대상으로 연구 중이다. 성체줄기세포치료제는 주로 면역계질환(이식편대숙주질환, 췌장염, 패혈증, 1형 당뇨, 아토피피부염, 류머티스관절염 등) 치료나 심혈관질환(심근경색, 심부전)과 뇌질환 분야(뇌졸중, 알츠하이머)를 대상으로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12월 15일 미국에서 에이즈와 급성골수백혈병에 걸렸던 40대 남성이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는 2007년 줄기세포 이식 치료를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에이즈와 백혈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부작용으로 한때 시력을 잃는 고통을 겪긴 했지만 최근 완치 진단을 받았다.
앨라배마대 마이클 세그 교수는 “줄기세포로 에이즈를 치료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라면서도 “만약 환자에 딱 맞는 줄기세포 제공자를 찾더라도 이 방법은 너무 위험해 일반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줄기세포 이식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기존 면역 시스템을 인위적으로 파괴한 후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식해 새로운 면역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세포치료제 현황 한눈에 보기

우리나라에서 세포치료제를 연구ㆍ개발하고 있는 의료인들과 바이오제약기업들의 능력은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암 세포를 공격하는 면역세포치료제는 우리나라가 강하다. 전 세계에서 면역세포치료제를 허가한 나라는 미국(1개)과 우리나라(4개)뿐이다. 국내 암 면역세포치료제는 이노셀의 간암 세포치료제 ‘이뮨셀-LC’, 이노메디시스의 폐암 치료제 ‘이노락’, 엔케이바이오의 악성림프종(혈액암) 치료제 ‘엔케이엠주’, 크레아젠의 신장암 치료제 ‘크레아박스-알씨씨주’가 있다.

피부연골세포치료제는 세원셀론텍의 골형성 촉진치료제 ‘알엠에스 오스론’과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피하지방결손부위 치료제 ‘오토스템’ 등 10개가 있다.

제품의 일관성, 안전성 해결해야

앞서 세포치료 또한 한 가지 치료 방법이며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주의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송순욱 교수는 “화학적 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의약품과 달리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다보니 만들 때마다 완제품이 항상 100%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과 “생산 공정에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미생물 감염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더 꼼꼼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불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 기간이 짧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불명확하다. 또 체세포나 성체줄기세포는 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의 경우 암 발생 가능성이 아직 존재한다. 세포의약품으로 만들기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송순욱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분자생물학 박사로, 하버드 의대 조교수를 거쳤다. 현재 한국줄기세포 실무위원회 위원, 호미오세라피(주) 연구소장, 학술지 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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