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생활습관부터 고치세요”
현대인은 대부분 무언가를 얻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한다. 돈과의 전쟁, 시간과의 전쟁, 입시전쟁, 취업전쟁 등…. 그러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리기 위해 전쟁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비만 환자들이다. 이들은 필요 없는 살을 탈 없이 버리기 위해 오늘도 자신과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여기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의사가 있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다. 강 교수는 자신의 환자뿐 아니라 이 땅에 있는 모든 비만 환자를 위해서 살과의 전쟁에서 통쾌하게 이기는 법을 연구한다. 살을 빼는 데 왕도는 없지만 확실한 방법은 있다고 말하는 강 교수. 그가 전하는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에 귀를 기울여 보자. ?
건강의 걸림돌, 비만을 연구하다
공부하는 것보다 뛰어노는 것이 좋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 시절. 어린 강재헌 교수의 일상에 조금 특별한 의사가 등장했다. 그의 가족에게 주치의가 생긴 거였다. 서울대병원에서 가족주치의제도를 처음 선보일 당시 아버지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받게 된 혜택이었다.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게 가정의학과 의사였다. 그래서 가정의학과도 전공하게 되었다. 한 가지 분야가 아닌 여러 가지 분야를 두루 배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랬던 그가 오늘날 비만 연구의 명의로 통한다. 남다른 열정을 쏟아온 덕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비만은 결코 하나의 질병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지방간 등 많은 질환과 맞물려 있죠. 합병증뿐 아니라 임상영양학, 정신의학 등의 지식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한 번 연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 요즘은 비만을 병으로 여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비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보기에 좀 안 좋을 뿐이지 살 좀 찐다고 뭐 대수야?’ 라며 비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풍토였다.
당시 강 교수를 아끼던 한 선배는 “왜 너같이 능력 있는 사람이 건강보다 미용에 가깝고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비만 연구에 몰두하느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그래도 서구화된 식생활과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계속된다면 비만은 곧 ‘국민질환’이 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살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민 비만 주치의
강 교수는 비만에 대해 연구를 할수록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며, 국민 건강에 큰 해가 되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말한다.
비만 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국내에는 비만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의료 시스템도 조성되지 않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강 교수는 상계백병원 안에 비만클리닉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비만이 사회 문제로 대두한 미국의 하버드대병원, 존스 홉킨스병원의 비만클리닉을 직접 찾아 어떻게 치료를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한 후 우리의 현실에 맞는 비만클리닉을 만들었다. 반응은 금방 나타났다. 전국에서 비만으로 고통 받던 환자들이 몰렸고, 강 교수도 덩달아 바빠졌다. 얼마 안 가 비만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세울 만큼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이미 비만 전문의로 정평이 나 있던 강 교수도 이러한 반가운 변화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만에 관한 보건 정책을 만드는 데 자문을 제공하고, 관련 연구도 쉴 틈 없이 계속하고 있다.?
자신의 연구 결과와 노력이 정책에 반영되고, 자신의 진료로 비만에서 해방된 환자가 늘어갈수록 강 교수의 어깨에는 책임도 쌓인다. 그러나 바쁘고 시간에 쫓겨도 건강을 되찾는 비만 환자들을 보면 피곤이 싹 가신다는 강 교수다.
“의사로 살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이죠. 심각한 비만 합병증으로 고생하다가 건강한 몸을 되찾는 것을 보면 정말 기쁩니다.”
비만 환자는 건강상의 문제뿐 아니라 외모 때문에 자긍심이 떨어진 환자들이 많다. 자신의 조언과 진료로 정상체중과 건강을 함께 되찾은 환자들의 얼굴이 밝아지면 강 교수의 얼굴은 더욱 활짝 핀다.
건강을 위한 친구, 한식과 만보계
늘 비만환자들과 최일선에서 만나고,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강재헌 교수.
문득 그의 일상생활이 궁금해진다. 과연 국민 비만 주치의는 어떻게 먹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습니다. 단, 기왕이면 한식을 먹으려고 노력하죠.”
실제로 강 교수의 연구팀과 호주 시드니대학이 공동으로 진행한 한식에 관한 임상시험을 통해 한식을 먹으면 복부지방이 감소하고, 혈당이 떨어지는 등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밝혀지기도 했다. 회식할 때도, 외식할 때도 자신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한식을 추천한다.
아울러 강 교수가 늘 가지고 다니는 건강 특효약이 있다. 바로 만보계다.
“의식적으로라도 많이 걷고 움직여야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돕는 것이 이 작은 만보계랍니다.”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6000~7000보를 걷지만 강 교수의 걸음 수는 만 보를 훌쩍 넘어 무려 만 3000보에 이른다. 일부러 많이 걸으려고 노력해야 가능한 숫자다. 살을 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건강에 제일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묻는 환자들에게 강 교수는 늘 똑같은 대답을 한다고.
“가장 좋은 식습관은 여러 가지 음식을 균형 있게 먹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하세요.”
강 교수의 일관성 있는 답처럼 앞으로의 그의 행보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6년째 진행 중인 국내 최초 소아비만 코호트 연구 진행 등 국민 비만 주치의로서의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과 고군분투 중인 그의 값진 땀방울에 응원을 보낸다.
강재헌 교수가 추천하는?비만과 멀어지는 생활 습관 5가지
1. 열량이 낮은 음식을 든든하게 먹는다 = 무조건 먹는 양을 줄이거나 끼니를 거르면 살은 잘 빠지지만 다시 찌기도 쉽다. 처음부터 열량이 높지 않은 음식을 먹는 식습관을 갖자.?
2. 규칙적인 식습관을 가진다 = 식사를 몰아서 하거나 불규칙하게 먹으면 과식을 할 가능성이 크다. 업무 때문에 다른 사람과 식사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나름대로 규칙적인 시간을 만들자. 교대근무를 하거나 야간근무를 한다면 4~5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식사를 하는 습관을 들이자.
3. 주식은 그대로 먹고, 간식과 야식을 줄인다 = 주식을 줄이면 오히려 간식과 야식을 참기 어렵다. 간식을 참기 어려우면 과자나 빵, 패스트푸드 대신 과일이나 채소를 먹어라.
4. 하루의 계획을 짤 때 미리 운동시간을 빼 놓고 짠다 = 한 시간 정도가 좋고 여의치 않다면 30분이라도 좋다. 자신의 여건에 맞고,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 시간을 빼놓고 하루 계획을 세운다.
5. 의식적으로 신체활동량을 늘린다 = 운동을 꼬박꼬박 해도 그밖의 시간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운동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만보계를 이용해서 자신의 하루 운동량이 얼마나 되는지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