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국립민속박물관 장장식 박사】
민족의 4대 명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단오라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창포물에 머리감는 날, 씨름, 그네 뛰는 날 정도이다. 단오는 일년 중 양의 기운이 가장 왕성한 날로서 여러 가지 건강을 부르는 세시 풍속이 행해졌다. 독자들도 양기 충천한 단옷날, 조상들의 세시풍속을 경험하면서 원기 충만한 일년을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해보자.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단오의 단端은 첫 번째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다섯과 뜻이 통한다. 음양철학에서는 5월 5일, 7월 7일 등 홀수가 겹치는 날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단오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이라고 해서 큰 명절로 여겨왔다.
또한 단오를 부르는 명칭은 단옷날 해먹는 떡이 수레바퀴모양 같다고 하여 수릿날, 중오절, 천중절, 단양 등 다양하며 지역마다 며느리날, 미나리 환갑날, 소 시집가는 날, 단양수리, 여아절女兒節 등 재미있는 명칭도 많다.
가족의 안녕과 건강 기원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단오절은 그네 뛰던 춘향이에게 이도령이 첫 눈에 반해 사랑을 싹틔웠던 날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국립민속 박물관 장장식 박사는 “우리 조상들은 단옷날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했어요. 본격적으로 찾아올 여름에 대비해 건강을 유지하는 지혜와 신체단련을 위한 놀이 및 제액을 방지하는 세시 풍속으로 하루를 보낸거죠.”라고 의미를 설명한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단오의 세시풍속 속으로 들어가보자.
▶단오고사
단오에 집안의 평안과 오곡의 풍년 및 자손의 번창을 비는 제사로 대체로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산간지역과 영동지역 일대에서 행해졌다.
▶단오부채
단옷날 선물로 주고받는 부채로 단오선, 절선이라고도 한다. 왕이 신하들에게 건강한 여름을 보내라고 하사한 데서 유래된 것.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단옷날 가까운 사람들에게 단오부채 하나씩 선물하는 것도 의미 있는 단오를 보내는 방법 아닐까.
▶궁궁이 꽂기
천궁(궁궁이)은 미나릿과의 다년초로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되는 모든 병에 좋고, 외과 및 부인병에 많이 쓰인다고 알려져 있다. 조상들은 단옷날 창포비녀와 함께 궁궁이를 머리에 꽂아 액을 물리치고자 했다. 천궁의 독특한 향기가 액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활 tip 천궁을 장롱 속에 넣어두면 좀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단오부적
단오부, 천중부적, 치우부적이라고 하며 단오를 맞아 그 해의 액을 쫓기 위해 쓰였다.
▶단오장
단오에 나쁜 귀신을 없앤다는 뜻에서 여자들이 행하던 치장을 이르는 말이다. 예로부터 창포의 특이한 향기가 사기나 역귀를 쫓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 단옷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 윤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창포물로 감은 머리에 창포뿌리로 만든 비녀를 꽂는데 비녀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수壽자나 행복을 바라는 복福 자를 새겼고 비녀 끝에 붉은 연지를 발라 두통을 방지하고 여름내 무병을 기원했다.
▶상추 이슬 바르기
단옷날 이른 아침 밤새 상추잎에 떨어진 이슬을 모아 얼굴에 바르는 풍속으로 상추잎에 맺힌 이슬로 얼굴을 문질러 씻으면 버짐이나 기미가 없어지고, 피부가 고와진다는 믿음에서 행해졌다.
▶애호
쑥으로 호랑이 모양을 만들어 머리에 꽂거나 문에 매달아 잡귀를 막는 풍습이다.
▶수리취떡
햇쑥이나 수리취를 따서 가루를 낸 멥쌀과 함께 시루에 쪄서 다 되면 조금씩 떼어 큰 도마에 넣고 가래떡처럼 비벼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눌러 찍어낸 떡으로 예로부터 쑥은 위장병, 소염작용, 지혈작용, 설사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익모초즙
단오에는 쑥과 익모초, 인동초 등을 채취하여 말려 두었다가 약재로 쓰곤 했는데 그 중 익모초는 부인병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하여 몸이 냉한 것을 다스리는 데 매우 좋으며 여름에 입맛이 없거나 더위를 먹었을 때 익모초즙을 마시면 효과를 봤다고 한다.
▶앵두화채와 앵두편
앵두는 예로부터 위를 보호한다고 알려져 왔다. 우리 조상들은 단오 무렵 제철인 앵두로 화채와 편(서양식 젤리와 비슷한 과편으로 앵두 으깬 것을 삶아 녹두녹말과 꿀을 넣어 굳힌 것)을 만들어 먹었다.
장장식 박사는 “오월 단오의 풍습이 많이 퇴색돼 지금은 몇몇 지방에서만 그 전통이 유지되고 있지만 단오 또한 우리민족의 고유한 전통 중의 하나”라고 밝히고 “바쁜 일상 속에서 하루쯤은 단오의 멋을 음미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