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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만성병의 싹! 요산, 너 누구니?

2011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록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

▲18세기 영국 화가 James Gillray가 그린 통풍 증상의 이미지화.

나는 요산입니다. 잘 못 들어보셨죠? 사람의 몸엔 수많은 세포들이 있잖아요. 세포는 세포질과 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세포도 나이가 들면 죽는데 이때 세포 핵 안에 있는 물질도 분해됩니다. 세포의 핵과 관련한 핵산의 퓨린체가 분해돼서 생기는 것이 바로 나, 요산입니다. 나는 생겼다가도 소변으로 나가면서 없어집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통풍이나 고혈압 같이 무서운 병과 관련이 있다고요. 물론 내가 힘이 세긴 하지만 양이 적을 땐 별로 힘을 못 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답니다. 그래도 무섭다고요? 그럼 더 자세히 알려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몸의 찌꺼기, 요산의 정체

통풍의 원인으로만 알고 있던 요산이 각종 만성질환과도 관련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요산은 퓨린 뉴클레오타이드(핵산의 구성 성분)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최종대사산물, 즉 찌꺼기 물질이다. 따라서 요산은 건강할 땐 자연스럽게 소변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소변으로 잘 나가지 못한다. 혈액에서 요산 농도가 증가하는 고요산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신장질환에서 흔히 쓰는 이뇨제도 혈중 요산 농도를 올리는 데 한 몫 한다. 고요산혈증이 발생하면 요산이 물에 녹지 않아 결정체가 만들어진다. 이 결정체가 관절에 쌓이면 통풍이 생긴다. 요산 결정체는 신장에 쌓일 수도 있다. 신장을 손상시키거나 요산 결석을 만들기도 한다. 뇌졸중의 요인이 되는 일도 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준현 교수는 “최근 통풍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고요산혈증은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가 점점 많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몸 속 요산 농도는 혈액을 뽑아서 화학검사를 하면 알 수 있다. 요산은 3~7mg/dl의 농도로 혈액 속에 녹아 있다. 6.8mg/dl 이상이 되면 혈액 중에 녹는 양이 포화상태가 된다. 따라서 결정이 생기기 쉽다. 7mg/dl 이상이면 고요산혈증으로 구분한다.
요산 농도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있다. 고요산혈증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7배 정도 높다. 실제 통풍 유병률 역시 남성이 3배 높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다.

남성이 요산 농도가 높은 이유는 근육 때문이다. 근육에는 요산의 원료가 되는 핵산이 많다. 남성이 여성보다 근육이 크고 많기 때문에 요산 농도 또한 높아지는 것. 게다가 잦은 음주는 신장의 요산 배설을 막는 작용을 한다. 과음 후에 통풍 발작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통풍의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남성보다 요산이 소변으로 잘 배설된다. 그러나 폐경기 이후엔 여성호르몬이 줄면서 요산 농도가 더 쉽게 높아질 수 있다. 그밖에 어린이는 요산 농도가 4~5mg/dl 수준으로 낮다. 사춘기가 지나면 높아진다.

알고 보면 만성질환과 밀접

요산 농도, 그 자체로는 아무 증상이 없다. 그러나 요산이 많으면 통풍을 비롯한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 고혈압=지금까지 통풍만큼이나 요산과 가장 뚜렷한 연관이 밝혀진 질병은 고혈압이다. 2000년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NHNES)에서 21년간 전 국민을 표본 추출해 조사한 결과 혈중 요산 수치가 높을수록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았다. 이후 연구가 계속돼 최근에는 중국ㆍ일본 등 동양인도 혈중 요산 수치가 높으면 고혈압ㆍ뇌혈관질환 등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국내서는 유준현 교수팀이 2007~2008년 건강검진을 받은 2353명의 과거 10년간의 혈중 요산 수치 변화와 고혈압 발병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은 통계 처리를 통해 모든 사람이 똑같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정하고, 요산 수치만 3그룹으로 나눠 고혈압 발병률과 비교했다. 요산 수치가 가장 낮은 1그룹에 비해 2그룹은 1.53배, 가장 높은 3그룹은 1.66배 발병률이 높았다.

? 신장질환=우리 몸은 매일 700㎎ 정도의 요산을 배출한다. 이중 70%가 신장을 통해 이뤄진다. 신장에서 요산 배설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장 세포가 파괴되고 신장 기능에 이상이 온다. 요산 수치가 정상 범위라도 높은 쪽에 있으면 만성 신장질환에 더 많이 걸린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팀이 혈중 요산 수치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50세 이상 성인 2686명을 1그룹(4.2㎎/dL 이하), 2그룹(4.21~5㎎/dL), 3그룹(5.01~ 5.7㎎/dL), 4그룹(5.71~6.99㎎/dL)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1그룹에 비해 2~4그룹의 만성 신장질환 위험이 각각 1.53배, 1.97배, 3.9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지방간=요산이 혈액 속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지방간 등 대사성 장애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이상현 교수팀이 건강검진 수검자 34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중 요산이 1㎎/dL 증가할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병 위험이 11%씩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준현 교수는 “통풍이나 요산성 신장병이 없다면 고요산혈증을 치료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고혈압ㆍ당뇨병ㆍ비만ㆍ대사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 고요산혈증이 있으면 철저히 치료하는 것이 심장병, 뇌졸중의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또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요산을 낮추는 약물치료를 하면, 신장 기능을 보전하고 심혈관 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내 몸 속 요산 관리는 식이요법으로

몸 속 요산 농도를 높이는 요인은 가장 먼저 음식이다. 퓨린이라는 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요산이 많아진다. 고퓨린 음식은 육류(특히 내장), 고등어ㆍ멸치 같은 생선, 생선알, 말린 표고버섯 등이 있다. 특히 술은 퓨린의 대표격인데 그 중에서도 맥주를 피해야 한다.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음식 중에 대체로 문제가 없는 음식인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육류와 연어와 굴 같은 해산물은 괜찮다. 전혀 지장이 없는 곡류와 감자류, 유제품, 상추ㆍ오이 같은 채소류를 기분 좋게 먹으며 요산 농도를 관리하도록 한다.

유준현 교수는 “음식 섭취 이외에도 몸 속 요산 농도를 높이는 주범은 비만”이라며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비만은 요산 농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중을 줄이기 위해 굶거나 식사량을 너무 줄이면 갑자기 요산이 올라가므로 조심한다. 과음과 지나친 과당ㆍ과일 섭취도 문제다.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요산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둔다.

똑똑한 요산 관리 식이요법

? 피해야 할 음식

육류-내장(심장, 간, 신장, 뇌, 췌장), 고깃국

해산물-생선(정어리, 청어, 빙어, 고등어, 멸치), 홍합, 젓갈류, 새우, 마른 오징어

알류-생선알(연어알, 청어알)

야채류-말린 표고버섯

기호품-술, 과당이 함유된 음료수, 이스트

? 가끔은 먹되, 조심해야 할 음식

육류-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소시지, 베이컨

가금류-메추라기, 꿩, 거위

해산물-생선류(송어, 대구, 잉어, 광어, 방어, 농어, 메기), 가리비, 조개류

기름진 음식-튀김, 전, 부침, 볶음

? 대체로 문제가 없는 음식

육류-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 햄

해산물-연어, 참치, 뱅어, 굴, 가재, 게

콩류-강낭콩, 완두콩, 청국장

채소류-아스파라거스, 버섯, 시금치, 꽃양배추

? 전혀 지장이 없는 음식

곡류-쌀, 빵, 국수, 밀가루, 옥수수, 크래커

감자류-감자, 고구마, 녹말가루, 토란

유제품-우유, 치즈, 버터, 탈지분유

알류-달걀

채소류-상추, 양상추, 오이, 순무, 호박, 배추, 양배추, 가지, 케일, 셀러리, 파슬리

과일류-체리, 딸기, 바나나, 귤, 오렌지, 토마토, 파인애플

유지류-식물성 기름(올리브유, 견과류)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콩류-두부

조미료-설탕, 간장, 식초, 벌꿀, 물엿

기호품-커피, 코코아, 초콜릿, 차, 탄산음료

유준현 교수는 대한노인병학회 윤리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가정의학회 평의원, 대한노인병학회 평의원,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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