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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피플] 음식궁합의 주창자 유태종 박사

2011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록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장수비결은 균형 있는 식생활입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부부 간에 궁합이 잘 맞는 것을 최고의 복으로 여긴다. 미소를 자아내는 말, ‘궁합’. 남녀 간에만 쓰이던 이 말이 어느 날부턴가 자주 오르내리게 됐다. 유태종 박사(87세)가 방송에 나와 음식궁합이란 말을 사용하면서부터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생소했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맛과 영양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음식이 있다는 음식궁합. 유태종 박사의 주장은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생활정보로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식품영양학계의 원로가 됐지만, 아직도 서점에는 그의 신간이 눈에 띄고 신문지면에 칼럼이 보인다. 왕성한 활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해져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포근한 4월의 어느 날 유태종 박사의 자택을 찾았다. 아침부터 외출을 하고 돌아온 그에게 보통 사람들이 보이는 피곤한 아침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부터 기운이 넘쳐 보인다고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피곤할 일이 없어요. 잘 먹고, 운동하고, 잘 자고, 웃으며 사니 기운 빠질 이유가 없지요.”

이어서 하루 일과를 물었다. 유태종 박사는 새벽 4시에 눈을 뜬다.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서 약 40분간 스트레칭을 한다.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배설을 한다. 이때 손가락 지압을 계속한다. 나오기 전에 거울을 보고 10번 크게 웃는다. 서재에서 30분 동안 컴퓨터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훑어본다.

그 후 집을 나와 가까운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과 골프연습을 하고 샤워를 한다. 양손으로 스킨ㆍ로션을 귀에 바르고 99번 문지르며 얼굴 마사지를 해 준다. 집에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한다. 주로 가볍게 죽으로 먹는다. 후식으로는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와 과일을 3가지 이상 먹는다. 쉬었다가 나가서 지인을 만나거나 은행에 들러 유머를 전한다. 점심 식사는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음악을 들으며 기분 좋게 먹는다. 오후엔 낮잠을 즐긴다.

공원에 가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저녁에는 식사 후 30분 정도 족욕을 한다. 보통 8시에 잠자리에 든다. 베개는 되도록 낮게 하고, 영화를 보는 기분으로 눈을 감는다.

이렇게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건강한 기운의 비결이란다. 어렸을 땐 허약한 체질이었고, 운동도 잘 못했다고 한다. 예방의학적 관점을 둔 식품영양학자의 길을 걸으면서 스스로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습관을 들였다. 그러자 몸이 점점 건강해졌다. 지금은 동년배들 중에서 제일가는 건강을 자부하게 됐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

식품영양학계의 원로로, 연로한 나이지만 정정한 유태종 박사. 무얼 먹기에 그렇게 건강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무엇을 먹으면 좋은지 많이 물어봅니다. 저도 특별한 것은 먹지 않아요. 되도록 다양하게 먹으려고 할 뿐이죠. 식품영양학적 측면에서 음식을 하루에 30가지 이상씩 먹는 것을 권하지만 그렇게 먹긴 힘들어요. 저는 조금 줄여서 최소한 20가지 이상의 식품을 먹으려고 합니다.”

음식 자체는 나쁜 것이 없다며 균형식을 강조하는 말이다. 여기에 계절 감각을 더해 제철식품을 즐긴다. 유태종 박사는 요즘 냉이ㆍ쑥ㆍ쑥갓ㆍ다시마ㆍ미역 등 봄철 먹을거리에 푹 빠져 있다.

또 한걸음 더 나아가 음식궁합을 맞춰 먹으면 좋다고 조언한다. 자연에서 나는 식품 자체는 나쁜 것이 없다. 썩은 것, 독버섯처럼 해로운 독성이 있는 것, 누군가에게 특정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을 빼고는 식품마다 각각 장점이 있다. 문제는 어떻게 먹느냐다. 같이 먹으면 영양가가 더 높아지는 찰떡궁합 식품을 알면 일거양득이다.

봄에는 쑥을 많이 먹는데 쑥은 쌀과 궁합이 딱 맞는다. 우리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쌀에 부족한 것은 섬유소, 칼슘, 비타민 등이다. 그런데 마침 쑥은 이 영양소들이 풍부하다. 쑥떡이나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반대로 궁합이 나쁜 음식도 이유가 있다. 쑥만큼 상에 자주 오르는 시금치는 뛰어난 채소지만 근대와는 맞지 않는다. 둘 다 옥살산이 많아 몸에 결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태종 박사는 1970년대 MBC라디오 <5분백과>에서 음식궁합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학 강단(고려대 식품공학과)에서 전문 지식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알기 쉬운 용어와 표현을 사용해 호감을 얻었다. 웃으면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스타일도 한몫했다. 금세 방송이 유명해지고, 그 또한 스타 교수로 떠올랐다. 음식궁합의 인기는 우리나라를 넘어 일본까지 퍼졌다. 그동안 “배운 대로 먹어봤더니 음식이 더 맛있고 소화가 잘 된다.” “아이의 잔병치레가 끊기고 건강해졌다.” “부모님이 건강해졌다.” 등 수많은 주부 팬들의 후일담을 들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자로서 연구도 열심히 하면서 방송 활동을 하는 게 바쁘긴 했죠. 그러나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보람은 제 자신에게 행복을 줍니다. 행복은 또 건강한 몸을 만들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렇게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혜롭게 먹고 즐겁게 살아가기

어렸을 때는 문학가가 되고 싶었지만 농학자이면서 소설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책을 보며 농화학을 선택한 소년 유태종. 결국 마음의 양식을 풍요롭게 채우는 문학가 대신 많은 사람들의 몸을 건강한 양식으로 채우게끔 도우며 살아왔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식의동원食醫同源’이다.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히포크라테스가 말했습니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없다.’는 것을. 음식을 지혜롭게 먹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습니다.”라며 장수비결을 털어 놓는 유태종 박사.

퇴임한 이후에는 자신의 호를 붙여 만든 곡천건강장수연구소를 차렸다. 직접 세계의 장수촌을 돌아다니며 백세청년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체험했다. 나라와 지역마다 환경과 문화의 차이점은 있지만 그가 얻은 제일 원칙은 이것이다.

“나이를 의식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라며 스스로 백세청년의 길을 가고 있는 유태종 박사. 그의 밝은 에너지에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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