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김성환 교수】
【도움말 |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전자제품 개발자 이장수 씨는 요즘 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되새김질하는 소처럼 밥만 먹으면 신물과 쓴물이 넘어와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엊그제부터는 가슴이 타는 증상까지 겹치면서 덜컥 겁이 나 병원을 찾았다. 의사가 그에게 말해준 병명은 역류성 식도염. 식도에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이 씨는 어리둥절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같은 소화기관이지만 위 건강, 장 건강 상식은 줄줄 외우고 있으면서 식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식도를 말 그대로 음식을 넘기는 길로만 생각하고 무관심하다면 이 씨처럼 식도질환에 걸릴 수 있다. 건강의 첫 관문 식도를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을 알아본다.
식도, 단순한 통로가 아닌 소화기관
식도는 인두와 위 사이에 있는 25cm가량 되는 소화기관이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가 음식을 먹고 삼키면 이 식도를 통해 음식물이 위로 보내지게 된다. 그러나 식도는 단순히 음식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만 하지 않는다.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김성환 교수는 “식도는 입으로 삼킨 음식물을 연동운동을 통해 위로 보낸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위나 장처럼 연동 운동을 하면서 위까지 밀어 보낸다는 말이다. 이 연동운동 때문에 누워서 음식을 먹어도 삼킬 수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음식이 식도를 통과하는 시간은 고형일 때는 5초, 액체일 때는 1.4~1.5초 정도 걸린다.
급증세! 위식도 역류질환, 왜?
소화기관이기 때문에 식도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은 다양하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국내에서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를 받은 사람은 2001년 49만 명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255만 명으로, 8년 새 5배 이상 증가했다.
● 위식도 역류질환은 식도로 역류된 위의 내용물 때문에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위식도 역류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이 역류성 식도염이다. 원래 식도와 위는 문으로 닫혀 있어서 위로 들어간 음식물과 위산이 식도로 넘어갈 수 없다. 음식이 내려갈 때만 식도와 위 사이의 문이 열린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위산과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되는 것을 말한다.”며 “대표적인 증상은 신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라고 설명한다. 이외에도 목에 이물질이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목소리가 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눕거나 몸을 앞으로 몸을 구부릴 때, 과식을 하거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음식물을 섭취하면 증상이 특히 심해진다.
그럼 왜 역류성 식도염이 점점 늘어날까? 이항락 교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비만 환자가 증가된 것이 주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육류는 채소보다 위산 분비를 촉진하고, 폭식하면 위가 팽창되어 역류 가능성이 커진다. 비만은 복부 압력을 증가시켜서 역류 증상을 부추길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을 예방하려면 음식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술, 커피, 초콜릿, 양파, 박하, 신과일 등의 잦은 섭취와 고지방식 식사는 식도 아래쪽의 괄약근의 압력을 감소시켜서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정상 체중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과식, 폭식, 야식은 자제해야 한다.
● 식도암은 드물긴 하지만 치명적인 식도질환이다. 김성환 교수는 “식도암은 50~70대가 발병률이 높다.”며 “음식물을 삼키는 것이 곤란하고 아프거나 급격한 체중감소, 가슴 통증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흡연, 술, 질소화합물 같은 발암물질, 뜨거운 차로 인한 점막 손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식도암은 증상이 늦게 나타나고 조기에 주위 조직으로 침윤이 잘 된다. 주위에 림프관이 많아 전이가 쉬우므로 예후가 나쁘기로 유명하다. 김성환 교수는 “조기 식도암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분노의 역류를 막는 식도 건강법
●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맵고, 짠 음식은 위뿐 아니라 식도에도 해롭다. 커피, 탄산음료 등도 하부 식도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역류를 유도한다.
● 절주, 금연한다=지나친 음주와 흡연을 하면 위산의 산도가 올라가면서 역류하기 쉽다. 역류된 위산은 식도 벽을 자극해서 상처와 염증을 유발한다.
● 먹고 바로 눕지 않는다=위식도 역류는 식사 뒤 주로 발생한다. 식후 2시간은 눕지 않는 것이 좋다. 밤에는 곧 누워서 잠을 자야 하므로 야식도 피한다.
●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이항락 교수는 “과체중이나 비만은 복부의 압력을 높여 위에 들어 있는 음식이 식도 쪽으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강화하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 과식하지 않는다=밥을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여러 차례 적게 나눠서 먹는다. 적게 먹으면 위산 분비 증가를 예방하고, 소화 지연에 따른 역류를 방지한다.
● 개인적으로 역류 증상을 악화시키는 음식이 있다면 섭취를 금한다.
● 배를 느슨하게 유지한다=보정 속옷으로 배를 압박하고 허리띠를 바짝 조여 매는 습관은 식도 역류를 악화시킨다.
한편, 위산 역류를 방치하면 염증과 심각한 통증뿐 아니라 식도협착과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위산 역류 증상이 있어도 단순히 소화불량으로 여기고 소화제만 먹다가는 병을 키울 수 있다. 김성환 교수는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적당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환 교수는 원자력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현재 을지병원에서 조기 위암과 치료 내시경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이항락 교수는 한양대병원에서 소화기, 위장관을 전문으로 진료 중이다. 대한소화관운동학회 학술위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학술간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