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살다 보면 몸에 칼을 대거나 주사기를 꽂고, 레이저를 쏠 일이 종종 있다. 아파서 칼을 대기도 하고, 예뻐지고 싶어서 주사기를 꽂기도 하고, 편해지고 싶어서 레이저를 쏘기도 한다. 다양한 이유로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을 하는 사람들. 모든 결과가 성공적이면 좋겠지만 때때로 실패해 고통을 겪는다. 더 나아지려고 수술을 하는 것이지, 고통을 겪고 싶은 사람은 없다. 수술 부작용을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PART 1. 예뻐지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얼굴 이물질 주사
【도움말 |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장충현 교수】
2004년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는 성형수술 불법 시술로 인해 보통사람보다 4배 큰 얼굴이 된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 씨의 사연이 나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970년대 가수로 활동했던 한 씨는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성형수술을 시작했다. 얼굴에 칼을 대는 횟수가 늘어났고 점점 콩기름과 파라핀 등을 집어넣기에 이르렀다. 부풀어 오른 얼굴로 괴롭게 살던 한 씨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활에 들어갔다. 지금은 예전의 얼굴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한결 나아져 직장에 다니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선풍기 아줌마의 주치의로 알려진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성형외과 장충현 교수는 한 씨의 치료 후 전국에서 모여든 이물질 주사(필러) 환자들을 진료하게 됐다. 장충현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부작용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었다.”며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장충현 교수가 2003년 3월부터 2008년 2월까지 5년간 필러에 의한 얼굴성형 부작용을 치료받기 위해 내원한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자격자에게 시술은 받은 경우가 92명(76.7%)에 달했다. 나머지 28명(23.3%)은 의사에게 시술받은 경우였다. 부작용 환자 중 84명(70%)은 주입물질을 모르고 있었다. 성별은 여성이 100명(83.3%), 남성은 20명(16.7%)이었다. 주입 후 평균 15년(±9.7년)이 지난 후 병원을 방문했다.
얼굴엔 염증, 마음엔 피멍
이물질 주사의 부작용은 다양하다. 피부가 가려운 사소한 증상부터 염증이 생기거나 피부 괴사가 생기는 심각한 상황까지 있다.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얼굴 전체가 붓고 커지는 경우도 있다.
이물질 주사는 주입할 때는 간단하다. 어느 부위든 주입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거하는 방법은 절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신경이나 조직에 손상을 줄 수 있다. 이물질(필러) 전부를 제거하지 못함은 물론 수술 중에 손상을 입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수술 후에도 흉터가 남아 후회하게 된다.
정신적인 피해도 크다. 남의 눈이 신경 쓰여 외출도 못하고, 대인기피증이 생기며 일하는 영역이 줄어든다. 노동력 상실과 무기력한 생활로 이어진다.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충현 교수는 “부작용 예방에는 무자격자에게 시술을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작용이 생기면 다시 민간요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너무 쉽고 간단하다는 유혹, 시중가보다 많이 저렴한 곳은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충현 교수는 흉터제거, 안검성형, 안면윤곽성형, 주름살제거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국제미용성형외과학회 정회원, 일본성형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성형외과학회 정회원.
PART 2. 안경 벗고 맑은 세상을 보고 싶어~ 시력교정술
【도움말 |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
2000년 라식수술을 받은 후 각막이 얇아져 안압을 못 견디고 돌출되는 부작용이 생긴 김 모 씨. 2009년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병원이 김 씨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라식수술은 회복은 빠르지만 안압을 견디는 각막이 얇아져 원추각막 등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있다. 병원은 라식수술을 비롯한 여러 다른 수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력교정술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레이저 기계가 발전하면서 수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주천기 교수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드물게 합병증이 발생한다.”며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술 전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라식ㆍ라섹 등 시력교정술의 부작용은 야간의 눈부심 증상이나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 라식수술 후 각막확장증, 각막이영양증, 각막혼탁, 각막절편의 이탈, 각막상피내생, 세균감염, 근시로의 퇴행 등의 시력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수술 성공해도 관리 잘해야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먼저 수술 전 정밀 검사를 통해 라식수술이 적합한지 평가해야 한다. 진행성 근시, 원추각막, 백내장, 녹내장, 약시가 있으면 라식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
주천기 교수는 “성공적으로 수술 한 후에도 적절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수술 다음날부터 항생제, 소염제, 인공눈물 점안을 시작한다. 안약을 넣을 때 약병 끝에 눈이 닿거나 다치지 않게 조심한다. 무의식중에 눈을 비비는 사고를 막기 위한 플라스틱 안대는 1달간 취침 시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수술 직후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정기검진은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받아야 한다.
최근 라식수술의 안전성 보장을 위해 부작용 발생 시 최대 3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라식수술 보증서 발급 서비스가 등장했다.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등장 배경은 라식수술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환자를 보호해주는 장치가 없고, 환자가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의료진이 안전한 수술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해 피해를 줄인다는 것.
수술하는 데 마음이 놓인다는 환자도 있지만, 안전한 수술을 하는 것은 의사 본연의 임무인데 굳이 가입을 해야 하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천기 교수는 “보증서를 발급 받는다고,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어서 “보증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수술 전 정확한 분석을 통해 안전하게 수술을 시행하고, 수술 후 정기적인 관찰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시력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천기 교수는 한국과학재단 한국인 눈 조직 및 실명관련 유전자은행장, 아시아백내장연구학회 5대 조직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외안부연구회 이사,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홍보이사.
PART 3. 씹고 뜯고 즐기고 싶은 열망으로~임플란트
【도움말 |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구기태 교수】
요즘 TV를 틀면 임플란트 광고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광고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치과 시술 관련 소비자 피해 신고를 살펴보면, 이중 임플란트 시술 관련 사례가 22%나 된다. 임플란트 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왜 부작용이 늘어나는 걸까?
서울대 치과병원 치주과 구기태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손재주가 뛰어나고 이해도가 빠른 편이라 임플란트 시술 실력이 우수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아쉽게도 유럽 같은 선진국에 비해 질서가 무너진 측면이 있어 부작용도 늘어나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정품 재료를 사용할 때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는 가격 이하로 저렴하게 시술하는 곳이 늘면서 부작용 또한 커지고 있다. 임플란트 성공률 자체는 다른 의료 시술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다. 현재 5년 성공률은 위턱 92%, 아래턱 95% 정도다. 이처럼 성공률은 높지만 간간이 부작용이 발생한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염증이다. 치주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붓고, 냄새나고, 피가 나며, 아프다. 음식물 찌꺼기가 잘 쌓인다. 이를 방치하면 임플란트가 흔들리며 빠지고, 염증으로 주위 골까지 소실될 수 있다.
외과적 수술로 인한 감염이 있을 수도 있다. 부종과 통증, 농이 생기고, 불쾌한 맛이 느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항생제 등의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수술에 따른 뼈의 삭제 등으로 턱뼈가 약해질 수 있다. 치유될 때까지 턱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딱딱한 음식도 삼간다.
의료수술 부작용 도움 요청은?
▶한국소비자원 의료팀=환자의 환불 요구와 병원 측의 재수술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중재 비용의 부담을 줄이면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다. 한국소비자원 의료팀은 필요할 경우 전문의 자문을 통한 자료를 근거로 병원과의 중재에 나선다. 다만 한국소비자원의 중재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 병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더 이상의 중재는 불가능하다. (문의: 02-3460-3181)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 상담=중재가 불가능했을 때 손익을 따져 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다. 비용이 부담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무료 변론을 요청한다. (문의: 국번 없이 132)
구기태 교수는 미국 템플대 치과병원 레지던트와 삼성의료원 치주과 임상전임강사를 거쳤다. 현재 대한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회 대외협력기획이사와 대한심미치과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