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한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구성 | 정유경 기자】
65세 정도 되는 여자 환자가 진료를 신청했습니다. 이 환자는 2달 전부터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매스껍기도 하고 자주 체한 느낌이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검사한 결과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만성소화불량증으로 진단 후 약물치료를 했고 다소 증상이 좋아졌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환자의 출가한 딸이 최근 이혼을 했으며, 딸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이런 스트레스가 발병의 원인으로 생각이 되었습니다.
또 다른 환자를 소개하면 18세 고3 여학생이었습니다. 지속적인 상복부 통증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식욕은 좋았으며 다른 특별한 동반 증상은 없었습니다. 일단 큰 병은 아니라고 안심시키고 약을 처방했습니다. 이 환자는 수능 시험 후에 증상이 좋아졌으며 시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소화불량 유발하는 원인 찾기가 중요해
만성소화불량증은 기능성 소화불량, 신경성 위장염으로도 불립니다. 사실 소화불량 증상은 하루에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고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내가 혹시 위암 같은 나쁜 병에 걸린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들곤 합니다.
만성소화불량증은 위염·궤양 등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복부팽만감, 통증 등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증상 패턴은 매우 다양합니다. 속쓰림과 복통 등의 궤양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궤양형, 가슴이 쓰린 증상이 나타나는 역류형, 복부팽만감·트림·구토 등 만성소화불량 증상이 나타나는 운동장애형이 있으며 불면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사를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고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맵고 짠 음식, 과식, 과음, 과다한 약물 복용이 위 기능을 떨어뜨리고 과도한 스트레스나 우울증, 신경과민으로 위 기능이 억제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소화불량증은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며, 간헐적으로 나타납니다. 우선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 정서적 사건, 또는 환경적 요인들을 밝혀내고 이를 피하도록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만성소화불량을 호소하는 이들은 음식을 급하게 먹는 경향이 있으며, 하루 세 끼를 먹지 않고 과식을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말고 가볍게 하는 것이 좋으며, 과식을 피하고, 식사시간을 잘 지키고, 천천히 식사하길 권해드립니다.
조미료와 기호품의 사용은 최대한 제한하고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일상생활의 복잡한 일들은 잊고 음악을 듣거나 유쾌한 대화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술, 담배, 커피, 탄산가스가 포함된 음료는 삼가고 규칙적인 생활과 적당한 운동, 충분한 휴식을 취합니다.
만성소화불량증은 약에 의지하는 것보다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이항락 교수는 소화기, 위장관, 대장내시경, 내시경적 점막절제술, 대장용종절제술, 내시경지혈술, 내시경초음파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한상부위장관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장연구학회, 대한소화관운동학회, 대한내과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