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
우리는 매일 세 끼를 먹는 것이 익숙하다. 오죽 당연했으면 시간을 나타내는 아침, 점심, 저녁도 끼니라는 뜻이 됐을까? 그런데 하루 세 번 ‘거룩하고 중요한 의식’을 치른 후 서서히 속이 더부룩하고 구역질이 나는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때부터 머릿속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혹시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이렇게 불편할 바엔 차라리 밥을 먹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소화제를 먹을까, 말까?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고민에서 해방되려면 소화장애 유발자들을 바로 알고 그들의 침입을 미리 막아야 한다. 맛있게 잘 먹은 다음 기분 좋~게 소화시키는 법을 알아본다.
소화는 생명을 운반하는 일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얻어 살아간다. 평생 음식과 그 음식을 소화시키는 소화기관에 의지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먹는 족족 소화기관이 힘을 합쳐 기꺼이 소화해낸다는 것이다. 먹어서 안 될 것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알아서 입이나 항문을 통해 재빨리 내보내기도 한다. 만약 소화가 잘 안 된다면 영양을 공급하는 데도 문제가 생기고 여러 가지 고통이 뒤따른다. 배가 부른 상태가 오래 유지되고, 윗배가 터질 듯한 팽만감이 들기도 하며, 속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속이 쓰리고,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를 수 있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소화장애가 계속된다면 성장하고 있는 소아나 청소년의 성장이 느려질 수 있고, 노인의 경우 영양 결핍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화가 잘 안 되는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걱정,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감기에 걸려도 소화가 안 되고, 식도·위·소장·대장·담낭 등 소화기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 훌훌~털어야 소화도 술술~
이항락 교수는 “건강한 소화를 방해하는 흔한 원인으로 기능성 소화불량”을 든다. 쉽게 말해 신경성 소화불량이다. 소화가 잘 안 돼서 식사를 하면 더부룩하고 속이 불편하지만 내시경 검사 등을 해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이항락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의 운동을 관장하는 미주신경의 기능이 떨어진다.”며 “이러한 자극이 위장 기능에 영향을 줘서 소화불량이 생긴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혼자 먹는 것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밥을 먹는 것이 좋다. 기능이 떨어진 위에 부담을 주는 과식을 피해야 한다. 이항락 교수는 “식사를 한 후에 가벼운 운동을 하면 위 기능에 특히 좋다.”며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권한다.
소화 잘~되는 식도·위 건강법
역류성 식도염, 위염, 소화성 궤양도 건강한 소화를 방해하는 질환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에 있는 위산, 음식물 등이 식도로 다시 역류해서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목에 뭔가가 걸려 있는 느낌, 가슴 쓰림, 역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식도는 위에 비해 위산에 민감하고 약하다. 위산이 역류했을 때 가슴이 타는 듯이 아픈 것도 식도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원래 위와 식도가 만나는 부분은 음식물이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직으로 만나지 않고 음식물이 통과한 후 바로 조여진다. 그러나 과식을 하면 위가 음식물로 잔뜩 채워진 데다가 위산의 분비까지 늘어나 위산이 식도까지 차오를 수도 있다. 음식을 먹자마자 바로 누우면 위산이 역류할 가능성은 커진다. 이항락 교수는 “특히 밤늦게 과식을 하지 말고, 음식을 먹은 후 바로 눕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위염, 소화성 궤양이 있으면 식사를 하기 전이나 후에 윗배가 아프고, 소화불량, 속쓰림 등이 나타난다. 자극적인 음식(특히 매운 음식), 술, 감염, 약물 등이 주원인이다. 따라서 평소에 자극적인 음식, 과음을 피하고 약을 먹을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이항락 교수는 “일시적으로 소화가 되지 않을 때는 가볍게 운동을 하거나 소화제를 먹으면 대부분 좋아지지만 소화불량이 오래가거나 점점 악화되면 내시경 등의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소화 잘~ 되는 식사법 십계명
1.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은 피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어떤 음식을 먹으면 유난히 소화가 안 될 수 있다. 그런 음식은 기억해뒀다가 피하거나 먹더라도 조금만 먹는다.
2. 과식하지 말고 조금씩 자주 먹는다.
과식은 살찌게 할 뿐만 아니라 위, 식도 등 소화기관에 무리를 준다. 우리 소화기관도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과 같다. 길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천천히 걸어야 하고, 멈출 때도 있으며 뒤로 밀리기도 한다. 음식도 한꺼번에 많이 들어오면 소화가 안 되고, 심지어 토하기도 한다. 밥공기가 너무 크다면 작은 것으로 바꾸고, 배가 부르면 더 먹고 싶어도 소중한 위장을 위해서 숟가락을 놓자.
3.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다.
음식의 소화는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음식을 잘게 씹으면 소화효소도 많이 나오고 음식의 영양을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다.
4. 천천히 먹는다.
일하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후다닥 식사하는 사람이 많다. 바쁘지 않아도 빨리 배부름을 느끼려고 숨도 쉬지 않고 밥을 먹기도 한다. 빨리 먹는 습관이 이미 몸에 뱄다면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TV를 끄고 가족, 친구 등 여럿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는 것이 좋다. 식사 시간을 30분 이상으로 정해 놓고 밥을 먹어도 된다.
5. 밤늦게 음식을 먹지 않는다.
밤에 음식을 먹으면 움직일 일이 적어서 소화가 더 안 된다. 특히 늦은 밤마다 생각나는 치킨, 족발 등 기름진 야식은 과감하게 포기하자.
6. 밥을 먹었다면 움직인다.
밥을 먹자마자 눕는 습관은 좋지 않다. 식후에는 걷기, 스트레칭 등을 하자. 단 식사를 하자마자 바로 달리기나 과격한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7. 아침, 점심, 저녁을 공평하게 먹는다.
이항락 교수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배가 고파서 좀 더 먹고, 저녁엔 폭식하는 습관은 좋지 않다.”고 당부한다. 하루 세 번 비슷한 양을 먹는다.
8. 금연과 절주를 생활화한다.
음주, 흡연은 위염, 소화성 궤양, 역류성 식도염의 주요 원인이다. 담배와 술은 점막을 자극해 건강한 소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9. 소화 방해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모든 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소화기에도 좋을 리 없다. 취미, 운동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들어서 실천하자.
10. 식사 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해 놓는다.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면 과식하기도, 굶기도 쉽다. 번거롭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꼭 식사를 한다.
이항락 교수는 한양대병원에서 소화기, 위장관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상부위장관학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