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
백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원인 중 하나인 녹내장. 과거에는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노인성 질환이었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에서도 증가하고 있어 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조기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녹내장의 예방과 관리법을 알아보았다.
백내장 vs 녹내장
3대 실명 원인 중 1위는 수정체가 하얘져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백내장이다. 시신경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시력장애를 일으키는 녹내장은 2위이다. 2위라고 해서 녹내장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서울대병원 안과 박기호 교수는 “백내장은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녹내장은 시신경이 한 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백내장보다 실명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노인병 녹내장? 젊은층도 안심 못해!
나이가 들수록 녹내장은 많이 발생한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녹내장 환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젊다고 안심할 순 없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을 주로 보는 젊은층의 근시 증가, 조기 진단 장비의 발달, 건강검진에서의 안저촬영 대중화로 인해 젊은층의 녹내장이 조기 발견돼 남녀노소 안 가리고 녹내장 환자가 늘고 있다. 생각보다 환자가 상당히 많은,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급성 녹내장이 아니라면 녹내장은 초기 증상이 없어서 발견하기가 어렵다. 서서히 진행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며,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녹내장, 누가 잘 걸릴까?
시신경이 망가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눈의 압력, 즉 안압 때문이다. 그리고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순환이 잘 안 될 때도 녹내장이 올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녹내장 위험이 클까?
물론 눈의 압력이 높은 사람이다. 안압이 높으면 녹내장에 걸릴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근시인 경우, 당뇨·고혈압 같은 성인병이 있을 때, 저혈압이거나 손발이 찬 말초혈액순환장애가 있을 때,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도 녹내장 위험이 커진다.
정상 안압은 10~21mmHg이다. 혈압이 대개 120/80mmHg인데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낮은 압력에도 시신경은 눌려서 손상을 입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 특이하게도 안압이 높지 않은데도, 거의 정상 안압인데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한다.
박기호 교수는 “정상 안압이지만 그 안압이 환자 개인에게는 높은 안압이어서 정상 안압이라 해도 그 사람의 시신경이 견디질 못하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액순환에 장애가 일어나서 신경이 망가지거나, 시신경 주위에 염증이 있거나,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안압이 정상이어도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 녹내장이 의심스러워!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중기가 되면 일부 시야 장애가 생긴다. 부분적으로 흐리게 보이는 부분이 생기고, 빨리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지 못한다. 일례로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골프공이 날아가는 게 잘 안 보여서 놓친다거나 책을 읽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다면 녹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러다 말기가 되면 전반적으로 시야가 흐려진다. 그래서 맑은 날인데도 “오늘 날씨가 왜 이렇게 흐려?”라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시력이 떨어진다.
40세 이상이라면 일 년에 한 번 녹내장 검사를!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녹내장 역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에 40세 이상이 되면 매년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하는 게 좋다. 안압은 물론 안저 촬영 등을 통해 시신경의 손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정체가 하얘지는 백내장의 경우 하얀 부분이 시야를 가려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녹내장은 그렇지 않다.
박기호 교수는 “초기 녹내장 환자가 오른쪽 중앙에 시야 장애가 있다면 그곳이 까맣게 또는 하얗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색으로 배경이 칠해져서 그곳에 물건이 있더라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녹내장 환자들이 자신의 시력 장애를 인지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일례로 정상일 경우 운전할 때 오른쪽에서 차도로 뛰어드는 아이와 공을 함께 볼 수 있지만, 녹내장일 경우 오른쪽 중앙에 시야 장애가 있으면 그 부분이 배경색으로 보이게 돼 뛰어나오는 아이를 볼 수 없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40세 이상이라면 매년 녹내장 검사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녹내장, 이렇게 예방하고 관리하자!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거나 근시이거나 성인병 등의 녹내장 위험요인이 있다면 평소에 다음의 예방법을 생활화하자.
첫째, 녹내장 예방 음식을 먹자
케일, 콜라드그린 같은 녹색채소, 당근, 복숭아, 오렌지 등의 과일과 채소가 녹내장 발생을 줄인다. 박기호 교수는 “이 같은 녹황색 채소나 과일은 항산화 효과가 좋아 녹내장에 좋다.”고 말한다.
둘째, 안압 낮추는 자세를 취하자 자세에 따라 안압이 달라진다.
● 일상생활에서 안압이 높아지는 자세는 앉은 자세→상체를 세워 누운 자세→평평하게 누운 자세→옆으로 누운 자세→엎드려서 누운 자세 순이다. 옆으로 누웠을 때 눈이 눌릴 경우, 안압은 더욱 높아지니 유의한다.
● 여가 생활에서 주의할 자세도 있다. 물구나무서기, 거꾸로 매달리기, 관악기 연주, 목이 조이는 복장, 번지점프, 꽉 끼는 수경, 스쿠버다이빙, 고산지대 여행, 장시간 엎드려서 마사지 받는 것 등은 피하는 게 좋다.
셋째, 일상에서 녹내장 예방지침을 실천하자
1. 여유 있는 마음을 갖기 너무 조급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에 좋지 않으니 느긋하게 생각하자.
2.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규칙적인 생활과 규칙적인 수면을 해야 정확한 시간에 안약을 넣어 안압을 조절할 수 있다.
3. 적절한 수면을 취하기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다음날 안압이 상승할 수 있다.
4. 금연하기 흡연은 혈액순환을 방해해 시신경을 오가는 혈액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5. 목욕과 족욕하기 목욕과 족욕은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
6. 골고루 먹기 금하는 음식은 없다. 항산화 효과가 좋은 녹황색 채소와 과일, 견과류를 잘 챙겨 먹으면 좋다.
7. 과음 않기 한두 잔은 괜찮지만, 과음은 피하자. 과음하면 안압이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고, 숙면도 취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