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가 그동안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소변보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화장실 청결을 위해 남성 역시 앉아서 봐야 한다고 하는 주장이 있고, 아내의 요구에 따라 불편함을 무릅쓰고 앉아서 소변보는 남편도 꽤 있다. 이렇듯 앉아서 소변보는 것이 건강상 문제가 되지는 않는 걸까? 화장실 청결의 골칫거리로 여겨지는 변기에 튄 소변이 전립선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두 가지 궁금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앉아서? NO!?서서 제대로 털어라!
공중화장실에서는 “흘리지 마라.”는 경고를 받고, 가정에서는 아예 “앉아서 소변을 보라.”는 압력을 받는 남자들. 남자들이 앉아서 소변을 보면 변기 주변으로 소변이 튀는 것을 막을 수 있어 더 위생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히 아내 사랑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아내의 힘든 욕실청소를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면서….
그렇다면 이 방법이 남성들의 건강에도 좋을까? 이화여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남성 요도의 구조적 특성상 좌변기에 앉아서 볼 경우 오히려 더 튈 수밖에 없다.”며 “방광 자체에 힘이 없을 때 등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앉아서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남자의 요도는 20cm로 전립선과 요도괄약근이 있는 곳에서 한 번, 음경과 음낭 연결부에서 한 번, 총 두 번 ‘ㄴ’자 형태로 꺾인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앉아서 소변을 보더라도 소변 줄기가 조금이라도 강하면 아래가 아닌 앞쪽을 향하게 된다. 그래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보면 밑으로 내린 바지와 속옷이 젖기도 하고, 좌변기라면 안장과 변기 사이로 소변 줄기가 새어나가기도 해 서서 봤을 때 튀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흘리게 된다.
또한, 남자는 방광을 다 비운 후에도 요도에 남아있는 소변을 처리해야 하는데, 좌변기 구조상 음경을 털어서 하는 마무리 작업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 휴지를 사용하거나 엉거주춤 일어나서 마무리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심봉석 교수는 “서서 본다 하더라도 소변을 보는 동안 제대로 방향을 잡고 정확하게 각도를 유지한다면 소변 방울이 밖으로 튀는 것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며 “소변을 털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므로 신경 써서 제대로 털면 변기 주변을 어지럽힐 일도 없다.”고 말한다.
변기에 튄 소변??전립선 질환을 의심해야!
남편이 변기에 소변을 자주 흘릴 때, 현명한 아내라면 화장실 청결을 운운하기보다 남편의 전립선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립선 질환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깔끔한 마무리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의심되는 전립선 질환은 무엇일까? 이때 주의깊게 살펴야 할 증상은 전립선비대증(50대 이후), 전립선염(20~40대), 그리고 성기능 장애다.
▶전립선비대증은 주로 배뇨장애 위주로 ▶전립선염은 골반통 위주로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 발기 시 전립선이 당기고 아파서 ▶성기능도 나빠진다. 전립선에 문제가 생기면 비뇨기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장애가 다 나타나는 것이다.
전립선에 비대가 있거나 염증이 있으면 처음에는 요도가 조금씩 늦게 열리다가 갑자기 확 열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소변이 줄기 없이 나와 변기 주변에 떨어지게 되고, 그 후에 갑자기 나오기 때문에 변기 주변에 튀게 된다.
처음에 소변이 잘 안 나오는 것을 지연뇨라고 하는데, 지연뇨로 인해 소변 시작도 어렵지만, 마무리 때도 조금씩 흐르기 때문에 변기 주변에 튀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밤에 자다 깨서 소변보는 경우, 변기 주변에 소변이 떨어지면 그것을 밟고 넘어질 수 있다. 심봉석 교수는 “이로 인한 골절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60세 이상의 남자, 60%가 경험하는?전립선비대증
전립선은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생식기관이다. 이런 전립선이 배뇨기관으로 오해받는 이유는 요도가 전립선을 관통해 전립선의 영향을 받아 배뇨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50세 이후가 되면 이유 없이 전립선이 커진다. 그러면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눌러 배뇨에 문제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전립선비대증이다. 전립선비대증은 60세 이상 남성의 60%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의 1차 치료는 약물치료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전립선비대증 역시 약으로 배뇨장애를 평생 꾸준히 조절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다. 약물요법으로는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전립선의 크기가 너무 큰 경우, 방광결석이나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었을 때에는 수술요법을 시행해 전립선비대증으로 막혀 있는 ‘소변길’을 넓혀준다.
심봉석 교수는 “전립선 수술은 소변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혀주는 데 불과하므로 수술 이후에도 방광, 요도나 골반의 기능 이상을 조절하는 약물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 남성의 50%가 평생 한 번은 경험?전립선염
20~40대에 많은 전립선염은 전 남성의 50%가 평생에 한 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스트레스, 장시간 좌식생활, 비만, 음주, 흡연, 장시간 운전, 자전거·오토바이·승마 등으로 전립선이 자극을 많이 받으면 전립선에 부기가 생기고 내부적으로 세포에 염증이 생긴다. 그러면 전립선이 부어 요도를 눌러 소변보는 데 불편함이 생긴다. 또한, 콕콕 찌르듯이 아프거나 간지럼 같은 불쾌함 등 골반에 여러 통증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전립선염을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고도 한다.
20~40대의 경우 스트레스 때문에 전립선염이 생기고, 이로 인한 성기능 장애 때문에 스트레스받아 또 만성전립선염이 생기는 악순환이 계속돼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90%가 비세균성 염증인 전립선염은 증상 완화, 물리치료, 생활요법 등으로 3~6개월 정도 치료를 해야 한다.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려면…
전립선 질환이 생기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치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방이다. 다음의 전립선 질환 예방법을 실천해보자.
1. 스트레스 잘 풀기
전립선염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사무직, 장시간 자동차나 오토바이 운전자 등은 전립선에 자극을 많이 받으므로 되도록 스트레스를 피하고 또 잘 풀도록 한다.
2. 충분한 휴식 취하고 꾸준히 운동하기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일주일에 3번 하루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면 좋다. 자전거나 승마처럼 전립선을 자극하는 운동은 피한다.
3. 장시간 좌식 생활 피하기
장시간 앉아 있는 경우 1시간에 5~10분 정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가볍게 걸어서 골반을 풀어준다. 전립선이 자극받지 않도록 딱딱한 자리에는 오래 앉아있지 않는다.
4. 소변 참지 않기
규칙적인 배뇨 및 배변 습관으로 골반의 긴장을 해소한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골반 근육 등이 긴장해 전립선을 자극한다.
5. 규칙적인 부부 관계 유지하기
규칙적인 부부 관계를 통해 전립선액을 배출하면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된다.
6. 물은 충분히 섭취, 술과 커피는 줄이기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되 과음, 과식은 피하고, 특히 이뇨 효과가 있는 커피나 알코올 등은 자제하는 게 좋다.
7. 전립선에 좋은 신선한 채소·과일 먹기
토마토에 함유된 라이코펜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로 부기를 완화하고, 전립선암도 예방해준다. 콩에 함유된 아이소플라본은 전립선을 부드럽게 만든다. 콩 관련 식품인 두유나 두부 등도 도움된다.
8.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기
급성 요폐나 전립성비대증으로 인한 소변보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따뜻한 온수 좌욕도 도움된다.
9. 변비 예방하기
변비의 딱딱한 변이 전립선을 직접 자극할 수 있고, 대변 볼 때 변비 때문에 힘을 많이 주면 골반 근육이 긴장해서 전립선에 좋지 않으니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심봉석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마르퀴스 후즈후 (Marquis Who’s Who) 2009~2010년 판에 등재, 영국 국제인명센터 (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er: IBC) 2010 올해의 의학자 선정, 미국 인명정보기관 (American Biography Institute; ABI) 21세기 위대한 지성에 선정되었다. KBS <비타민>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MBC <뉴스투데이>, SBS <생활경제> 등에 다수 출연하였으며, 현재 이대 목동병원 비뇨기과에서 배뇨장애·요실금, 전립선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