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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365일] 혹시 나도 치매? 미리미리 예방책

2011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숲속호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

서울의 한 대학병원 로비 환자 대기석. 나란히 앉은 중년 부부가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오는 TV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그날의 주제는 ‘치매를 극복하는 법’. 정신과 의사의 말을 한참 듣던 남편이 먼저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난 치매가 제일 무서워. 자식들한테 못할 짓이지. 저 병만 안 걸리면 소원이 없겠다.”

그러자 아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재미로 살겠어? 무슨 영광을 본다고.” 기자를 포함해 그 자리에 함께 앉아 TV를 봤던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대화에 충분히 공감했을 것이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병, 치매. 그래서 더 무서운 병. 혹시 나도 치매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스럽다면 치매 걱정 훌훌 털어버릴 예방대책에 미리미리 관심을 갖자.

치매, 남들보다 빠른 뇌의 노화

모든 사람은 늙는다. 꾸준한 건강관리와 환경에 따라서 노화의 속도는 늦출 수 있지만 결국 늙는 것은 마찬가지다. 몸도 늙지만 신경계의 중추인 뇌도 서서히 늙어간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뇌는 좀 성질이 급하다. 비정상적으로 빨리 진행된 뇌의 노화로 기억력, 언어능력, 판단력이 감퇴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신경정신계질환이 바로 치매다.

치매는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뇌 장애성 치매 등으로 구분한다. 그중에서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가 늙고 죽어서다. 특히 대뇌의 콜린성 신경의 손상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일단 걸리면 계속 진행이 되고, 수명이 짧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혈관성 치매는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했을 때 세포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이 주원인이다. 뇌 장애성 치매란 교통사고, 뇌염, 가스 중독, 뇌종양 등 직접적인 뇌 손상으로 세포가 손상돼서 치매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는 치매에 걸렸다고 해도 근본적인 병을 치료하면 좋아질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술을 자주 많이 마셔서 발생하는 알코올성 치매, 파킨슨병으로 인한 치매 등이 생길 수 있다.
치매에 걸리면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치매가 건망증과 비교되는 이유가 이 인지기능의 문제 때문이다. 먼저 기억력이 떨어진다. 보통은 먼저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고, 길을 잃어버리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으로 기억력이 나빠진다. 이와 더불어 대화가 어려워진다. 특정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틀린 단어를 말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옷을 입고 벗는 것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차원적 생각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도 할 수 없는 안타까운 질병이다.

‘뒷방 늙은이’ 되지 않게 해주는 치매 예방 12계명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이다. 치매와 멀어지는 생활습관 12가지를 알아본다.

1. 적게 먹고 골고루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식과 고열량 식사는 혈액순환을 방해해 혈관성 치매를 유발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육류보다는 생선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짜고 매운 식사는 피한다.

2. 적절한 운동을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간혹 60대 노인 중에 자신의 몸매가 40대 같다고 해서 40대의 운동량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반드시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조언한다. 무리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걷기나 수영 등이 좋고, 수영이 힘들면 물속에서 걸어도 된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려서 하는 운동이 좋다.

3.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이 있으면 빨리 치료를 한다.
이런 병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빠르게는 몇 년 후에, 늦게는 20~30년 후에 혈관성 치매가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고혈압, 당뇨, 심장병 등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4. 술을 끊거나 줄인다.
술은 알코올성 치매뿐 아니라 고혈압을 유발해 혈관성 치매의 가능성까지 높인다. 도저히 끊지 못하겠다면 최소한으로 줄인다.

5. 담배는 끊는다.
담배는 혈관을 막히게 하는 주범이다.

6. 전문가의 처방이 없는 약은 먹지 말아야 한다.
처방받은 약을 먹되, 가능하면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것보다 먼저 먹은 약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것이 좋다. 이민수 교수는 “약은 부피가 작아서 조금 먹으면 몸에 무리가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약은 크기가 작아도 몸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7. 검증되지 않는 비과학적 자연요법은 중단해야 한다.

8.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
꼭 또래 친구가 아니어도 된다. 배우자, 가족이나 이웃 등 마음이 맞고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면 이들도 친구다. 이런 친밀한 관계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9. 몸과 머리에 자극을 주는 여가생활을 해라.
치매 예방에 화투가 권장되는 이유도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을 배우거나 운동같이 자극이 되는 취미생활을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10. 뇌에 충격을 주지 말자.
뇌의 직접적인 손상도 치매의 원인이 된다. 넘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대표적인 예다. 평소 뇌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지 않도록 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1. 스트레스를 다스리자.
스트레스는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와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12. 치매에 좋은 음식을 가능하면 자주 챙겨 먹는다.
견과류와 콩 같이 항산화·항염증 성분이 풍부한 음식은 뇌세포의 괴사를 막고, 신경전달물질의 재료로 쓰여 신경세포를 강화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꽁치나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과 신선한 채소, 과일을 자주 먹는 것도 좋다.

만약 치매가 의심된다면?
이민수 교수는 “치매는 예방과 함께 초기에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치매로 판단되면 빨리 치매의 원인을 찾아야 하고, 더 이상 치매가 진행되지 않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인지기능이 유지되는 치매 초기에는 우울증이 함께 오기 쉽다. 환자 스스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면 건강에 대한 걱정과 불안이 심해지고, 가족의 반응이 걱정되며, 잦은 실수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매가 발견되면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02치매 초기라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현명한 행동이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선 환자가 말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왜 깜빡했느냐?”고 따지지 말고 수첩에 메모해서 자꾸 기억하게 해야 한다. 또 치매 환자와 대화를 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핵심만 말하는 것이 좋다.

중증이 아니라면 치매 환자라도 과거를 기억할 수 있다. 맛있게 먹었던 음식, 좋아했던 장소에 데리고 가서 자꾸 과거를 떠올리게 하자. 자꾸 생각할 수 있게 매일 신문을 읽고, TV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치매 환자의 건강은 가족이 챙겨야 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잠을 충분히 잘 수 있게 배려한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도 정상적으로 알아채지 못하므로 항상 다른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물건은 치운다. 어두우면 불안하고 두려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잠을 잘 때도 완전히 불을 끄지 말고 약한 조명을 켜두는 것이 좋다.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갑자기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식기, 물건 등도 그대로 사용하게 한다.

이민수 교수는 “치매를 발견하는 것도 사랑이고, 치매를 극복하는 것도 사랑”이라고 말한다.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봐야 치매를 빨리 발견할 수 있고, 사랑으로 따뜻하게 보살펴야 증상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민수 교수는 고려대 우울증센터 소장, 보건복지부 지정 정신작용약물유전체연구센터 소장, 고려대 인간행동과 유전자 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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