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노인성 질환으로 여겨지던 치매. 하지만 더는 치매를 나이 들면 생기는 병으로 여겨선 안 될 것 같다. 40대 치매 환자가 2005년 678명에서 2013년 1034명으로 약 1.5배 증가(국민건강보험공단)했고, 50대 치매 걸린 딸을 돌보는 70대 어머니의 사연은 놀라움과 함께 젊은 치매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0대 이하의 초로기 치매는 ‘치매=노인성 질환’이라는 편견 때문에 초기에 병을 인지하기 어렵다. 또한, 인지하더라도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이기에 이를 간과하거나 방치해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이제는 젊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치매! 젊은 치매가 늘어나는 이유와 젊은 치매를 물리치는 좋은 습관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젊어지는 치매, 도대체 왜?
원인을 알면 미리 대비도 할 수 있다. 나이 들어 생기는 치매가 왜 젊은층에서도 많아지고 있는 걸까?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젊은 치매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점쳐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학계에서 그 주범으로 생각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라고 말한다.
첫째, 부적절한 스트레스 관리
스트레스 자체도 뇌 건강에 영향을 주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도 젊은 치매의 증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민수 교수는 “불황과 취업, 직장 스트레스 등을 술·담배로 해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알코올 과다 섭취로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을 입은 알코올성 치매 진단 비율이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아 젊은층의 치매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뇌혈관질환에 의한 뇌손상으로 나타나는 치매인 혈관성 치매 역시 젊은층에서 증가하고 있는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심장병 등이 있으면 뇌의 혈관에 영양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생기게 된다.
둘째, 유전자 이상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서 특정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유전자를 가진 경우 60세 이전의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치매가 빠르게 악화한다. 이민수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이 100%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따라서 치매 유전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젊어서도 치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셋째, 초기에 발견하지 못해서…
치매를 초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하면 심각한 상황은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젊은층에서도 치매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다 보니 그냥 방치되기 쉽고, 결국 중증이 되어서야 치매 치료를 받게 된다.
혹시 나도 치매? 자가체크법
누구에게나 두려운 치매이다 보니 간혹 연예인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도 혹시 치매 아닐까 의심되고, 며칠 전 한 일이 생각나지 않아도 치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말 그럴까? 젊은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이상징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대화 중에 갑자기 누군가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다.
●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면서 짜증이 잘 난다.
● 어떤 일에 대해 의심증이 자꾸 생긴다.
● 만취가 되지 않았는데도 음주 후 필름이 끊기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 나도 모르게 공격적인 성향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여겨진다면 중앙치매센터(www.nid.or.kr/check/smc.asp)나 ‘치매체크’ 앱을 다운 받아 치매 자가진단을 해보자. 이민수 교수는 “치매가 진행되면 자가진단하는 것조차 귀찮게 여기게 되므로 이런 증상이 있다고 여겨질 때 가능한 한 빨리 자가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젊은 치매, 초기 발견·빠른 치료 중요!
젊은 치매는 노인성 치매와 비교할 때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민수 교수는 “젊은 치매는 초기 발견과 빠른 치료가 중요한데 그것은 젊은 치매의 특이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첫째, 젊은 치매는 진행속도가 매우 빠르다 젊은층에서는 치매 증상이 있어도 치매로 인지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인지하더라도 사회활동에 문제가 생길까 봐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병의 진행에 있어 문제는 없을까? 이민수 교수는 “노인은 치매를 방치하면 보통 2~3년 주기로 초기, 중기, 말기로 점차적으로 진행이 되지만, 젊은이들은 진단 1년 만에 말기에 이를 만큼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노인성 치매 역시 빨리 치료할수록 좋지만, 좀 늦어지더라도 진행속도가 느려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치매는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대처가 어려울 수 있으니 방치해서 안 된다.
둘째, 젊은 치매는 충동성·폭력성으로 관계가 무너진다 젊은 치매의 원인으로 꼽히는 스트레스와 술. 특히 술로 인한 알코올성 치매의 경우 전두엽 손상으로 인해 충동성, 폭력성이 초·중기부터 나타날 수도 있다. 이민수 교수는 “이 증상을 방치하면 짧은 기간에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다. 충동성과 폭력성이 증가하면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친구 관계가 깨지고, 부부간에 불화가 생기고 가족 관계가 나빠진다. 대인관계 등 여러 사회적 관계까지 무너지게 된다. 이민수 교수는 “이런 문제들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젊은 치매를 방치하면 매우 위험하다.”고 말한다.
젊은 치매, 미리미리 예방법
치매의 예방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그리고 올바른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 다음의 구체적인 실천법을 염두에 두자.
1 열심히 규칙적인 생활하기
건강의 기본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이는 치매에도 해당한다. 이민수 교수는 “스트레스가 많으면 사람들은 대개 잠을 덜 자거나 늦은 시간에 폭식이나 폭음을 하는 등 기존의 생활 방식을 깨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잠을 더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함으로써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과 같은 생활습관병 예방에 힘써야 한다.
2 절주·금연하고 꾸준한 운동하기
치매 예방에는 절주와 금연이 매우 중요하다. 이민수 교수는 “흡연·과음·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의 누적이 치매 발병을 초래하므로 이러한 습관들을 젊은 시절부터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적절한 운동과 체중유지 역시 중요한 치매 예방법이다.
3 과일·채소, 생선 등 골고루 먹기
과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과 더불어 생선이나 견과류에 풍부한 오메가3 지방산을 적절히 섭취하자. 이민수 교수는 “이들 식품을 적절히 섭취해 주어야 뇌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4 적절한 취미 활동과 사회관계 유지하기
적절한 취미활동과 주변 사회관계 유지는 뇌 기능 활성화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민수 교수는 “요즘 유행하는 SNS도 좋지만,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으로 기억신경세포가 쇠퇴한다는 가설도 있으므로 SNS보다는 직접 얼굴을 맞대는 교류를 늘리고 또래 집단과의 적절한 활동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눈과 눈을 보면서 얘기를 하는 것, 서로 체온을 느끼면서 얘기를 하는 것, 이런 것들은 사람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함께 모여 있어도 기계만 계속 들여다보면 기계의 냄새만 느끼게 된다. 이민수 교수는 “이런 기계 냄새는 우리 뇌를 둔하게 한다. 뇌가 둔해지는 것은 치매가 매우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또한, 주변의 환경을 갑자기 바꾼다거나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도록 하고 꼼꼼하게 생활습관을 챙기는 것이 치매 예방에 좋은 생활습관이다.
5 머릿속에도 저장하기
예전에는 가족, 친지는 물론 친구들의 전화번호도 머릿속에 저장했다. 수십 곡의 좋아하는 노래 가사도 모두 외워 부르곤 했다. 하지만 디지털기기를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 가족의 휴대폰 번호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민수 교수는 “기억하는 데 디지털기기를 주로 사용하다 보면 머리의 기억력은 나빠진다. 따라서 디지털기기가 없어도 생활할 수 있고, 정 기억이 안 날 때만 보는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치매 환자 대부분이 치매 증상을 그저 건망증으로 여겨 치매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또 치매는 치료할 수 없다는 오해와 편견도 있다. 건망증이 있다고 모두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건망증은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으므로 미리 의심하고 검사받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매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단계일 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조기발견으로 치매 발병을 2년 정도 늦추면 20년 후 치매 유병률이 80% 수준으로 낮아지고 중증도도 감소한다고 한다. 이민수 교수는 “따라서 미리 젊은 치매를 예방하고 증상이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민수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환태평양정신의학회 이사장이며 고려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 의대 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매클리닉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또한, EBS <명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