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
마마호환보다 무섭고 암만큼이나 두려운 병이 있다. 바로 치매다. 치매와 관련된 사건과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자녀들은 노부모의 건망증에 ‘혹시나?’ 하는 의구심을 품고, 노부모는 “내가 혹시…”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든다. 치매가 이렇게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신체 질병과는 달리 기억상실로 인해 가족 간의 소통이 불통이 되고 종국에는 인간의 존엄성도 지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치매를 피해갈 행운이 있기를 빌며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야 할까? 치매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현명하게 예방하고 대처할 방법을 알아보았다.
치매? 알츠하이머?
‘치매’란 무엇일까? 고려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치매란 뇌 기능이 손상되어 지적 능력이 감퇴되는 것”이며 “그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사회적 또는 직업적인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깜박깜박할 때가 있고 기억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가 바로 자신이 치매인지 아닌지를 되돌아봐야 하는 시기이다. 건망증이 진행되어 사회적 기능을 못하게 되면 치매가 되기 때문이다.
치매의 종류는 다양하다. 권투선수 알리처럼 많은 타격을 받아 두부 외상으로 치매가 생길 수도 있고, 연탄가스와 같은 중독에 의해, 뇌막염 등의 휴유증에 의해, 과도한 음주로 인해, 또는 뇌졸중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치매는 특정 원인에 의해 생긴 치매다.
그러나 치매의 또 다른 종류인 알츠하이머는 특정한 원인이 없이 뇌의 신경세포가 소실되고,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침착되면서 진행되는 치매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치매 유형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매도 바로 알츠하이머를 의미한다. 특정 원인이 없기에 앞서 말한 치매들보다 치료하기도 어렵다.
치매 초기 증상들
치매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할 때 치매 초기 증상을 알아둔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초기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기억력 저하
치매 초기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억력 저하이다.
*과거 일은 잘 기억하는데?최근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민수 교수는 “치매는 기억력 중에서도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력이 먼저 감퇴되는데 이는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고 회상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따라서 최근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물어보거나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아야 한다.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한다.
상황에 적절한 단어를 잘 떠올리지 못하여 표현이 단순해지고 정확한 명칭 대신 ‘그것’ ‘저것’ 등의 대명사로 지칭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 날짜와 요일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날짜나 요일을 헷갈려 하고 그동안 잘 챙겨왔던 집안의 대소사와 중요한 일정을 챙기지 못한다.
*자신이 메모를 해놓고도 모른다.
단순한 건망증인 경우에 처음엔 기억이 안 나더라도 곰곰 생각해보거나 힌트를 주면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치매는 그렇지 못하다.
이민수 교수는 “부모님이 옛일을 잘 기억한다고 해서 기억력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치매에 의한 기억력 저하인지를 확인할 가장 좋은 질문은 ‘오늘 아침에 무엇을 드셨느냐’고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2. 불안과 초조
치매 초기의 또 다른 증상은 자꾸 불안하고 초조해 하며 화를 내는 것이다. 이민수 교수는 “옛날에? 고집이 셌던 분이라면 기억력이 나빠지면서 사회생활이 적어지기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집이 세지고 자주 화를 내고 초조하고 불안해진다.
3. 기타 증상들
기억력 저하와 불안, 초조 증상에 이어 여러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잘 못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이를 닦고 옷을 입는 것들을 잘 하지 못한다. 또한 불안, 초조 증상으로 인해 우울증 등도 생긴다.
치매는 두려운 질병이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민수 교수는 “기억력이 깜박깜박할 때 치매일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치매인지 아닌지를 진단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병원에 찾아가기 주저된다면 자가진단법을 사용해 스스로 진단해보는 방법도 있다. 일정기간 간격으로 자가진단을 해보면서 전문의와 상의하라는 결과가 나올 때 병원을 찾아도 늦지 않다.
모두에게 두려운 치매 똑똑한 예방법
과연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민수 교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매의 위험인자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화, 성별(여성의 치매 유병률이 훨씬 높다), 유전인자 등의 위험인자는 후천적으로 바꿀 수는 없는 요인들이지만, 알코올 섭취,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두부 손상, 우울증, 갑상선 질환, 비타민 결핍 등은 우리가 노력을 통해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들”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들을 제대로 관리한다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치매 예방의 핵심은 치매의 원인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우울증, 갑상선질환 등의 지병이 있다면 꾸준한 치료와 관리를 받는다. ▶음주와 흡연을 중단하고 ▶ 정상 체중 유지를 위하여 하루 30분, 주 3회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운동은 뇌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신경 생장인자(DBNF: 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의 증가를 일으켜 치매 위험성을 낮추어 준다. ▶머리에 부상을 입지 않도록 위험한 활동을 피하고, ▶식단에는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좋은 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해산물,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충분히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속적인 인지기능 활동 유지 역시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인지기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여가활동으로는 독서, 보드게임(바둑, 장기, 카드놀이 등), 악기 연주, 댄스 등이 있다.
이민수 교수는 “알츠하이머의 경우 이유 없이 생기기는 하지만 열심히 운동하고 영양섭취를? 잘하면서 몸의 기능을 잘 유지하면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 수 있고, 또 악화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치매 진행을 늦출 수도 있을까?
치매라고 진단을 받은 후에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는 있을까?
이민수 교수는 “늦출 수 있다.”며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앞서 소개한 예방법과 기억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방지하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치매 환자 가족을 위한 조언
집안에 치매 환자가 있을 때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치매는 발병 시기부터 초기, 중기, 말기의 3단계로 나누어지고, 보통 각 단계가 약 3년 정도씩 진행된다. 가족을 못 알아보고 대소변도 못 가릴 정도여서 입원을 필요로 하는 시기는 말기 단계이다. 따라서 장기간 동안 지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1. 시간표를 짜라
한꺼번에 몰려와서 환자를 돌보지 말고 아들, 딸, 며느리 등이 각각 시간표를 짜서 돌보는 것이 좋다. 장기전이기 때문에 서로 분담해서 돌봐야 가족들이 지치지 않고 불화도 덜 생긴다.
2. 부모님을 위한 적금을 반드시 들어두자!
치매가 심해져 입원하게 되면 병원비와 간병비 등의 경제적인 부담을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형제들이 월 10만 원씩 모아 부모님을 위한 적금을 들어두자. 부모님이 입원하게 될 때 그동안 비축해둔 적금을 사용한다면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가족들이 지치지 않는 방법이 된다.?
이민수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현재 환태평양정신의학회 이사장이며 고려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안암병원 우울증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치매클리닉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 또한, EBS <명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