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이동훈 교수】
【도움말 |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서동원 원장】
욱신욱신 시큰시큰…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주부 고영숙 씨(58세). 아직 환갑도 안 된 나이에 수술은 엄두가 나지 않고 그냥 버티기엔 너무 아프다. 매일 울상이던 그녀가 오랜만에 활짝 웃으며 병원을 찾았다. “선생님, 한 방이면 괜찮아지는 주사가 있다면서요. 저도 뼈주사 한방 놔 주세요.” 요즘 부모님 선물로도 인기를 끄는 뼈주사, 얼마나 효과 있을까?
뼈주사 = 스테로이드 주사
우리나라 성인 중 관절염을 앓는 사람은 10년 전 11.8%에서 14.6%로 급격히 늘었다. 관절염은 잘 낫지도 않고 오랫동안 괴로움을 주는 악명 높은 병이다.
최근 관절염 치료에 수술과 더불어 비수술요법이 각광 받고 있다. 그 중 ‘뼈주사’라고 불리는 주사치료가 유행이다. 뼈주사라는 말은 무릎 관절에 살이 없기 때문에 뼈에 주사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면서 붙여졌다.
바른세상병원 정형외과 서동원 원장은 “흔히 뼈주사라는 말을 쓰지만, 실제로 스테로이드라는 강력한 항염증 약제를 통증 부위에 직접 주사하거나 관절강 내에 주사하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스테로이드는 지질의 일종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성호르몬도 대다수 스테로이드의 일종이고 운동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한다고 할 때 주로 복용하는 것도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형외과 이동훈 교수는 “관절염일 때 스테로이드를 관절에 주사하면 염증이 신속하게 사라지기 때문에 빠른 증상의 호전을 보인다.”고 밝히고 “그러나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조절해서 써야 한다.”고 말한다.
부위별 뼈주사 4가지
뼈주사는 류머티스관절염, 통풍성관절염과 같은 염증성관절염에 가장 적합하다. 디스크, 오십견 등의 치료에도 쓴다. 종류는 네 가지로 나뉜다.
▶관절강 내 주사는 활액막(관절 끝을 싸서 연결하는 막) 투과를 감소시켜 관절 내 통증과 부종을 줄여준다.
▶건초 주사는 반복적인 사용, 석회화, 충돌증후군 등으로 힘줄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할 때 힘줄 주위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경막 외 주사는 디스크에서 탈출한 수핵이 신경근에 접촉해 생기는 염증 반응을 차단해 통증 감소를 꾀한다. 허리디스크 때문에 경막 외 주사를 맞을 때는 전날 밤부터 금식을 하면 장내 가스가 적어 시술에 더 편해지지만, 필수적인 준비 사항은 아니다.
▶윤활낭 내 주사는 근육과 근육, 근육과 뼈 사이의 윤활낭이 반복적인 사용이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할 때 염증을 차단한다. 시술 소요시간은 보통 20분 정도다.
주의사항으로는 감염 예방이 있다. 주사 부위를 하루 정도 물에 닿지 않게 하고, 의사가 시행한 소독 상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통증은 얼마나 있을까? 서동원 원장은 “일단 뼈주사라고 하면 고통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일반주사와 다를 것 없이 얇은 침으로 관절 부위를 찌른다. 다만 피부를 뚫을 때, 염증 부위에 가까이 갈 때 약간의 통증이 더 있을 수도 있다.
주사로 인한 통증에 찜질 등의 민간요법은 별로 권하지 않는다. 통증 경감이나 주사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다.
빠른 효과… 그러나 근본치료 방해도
전문가들은 뼈주사의 가장 중요한 효과는 통증과 부종을 빠르게 줄이고, 관절 운동 범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강력한 항염증 작용에 의한 것이다.
관절염이 생긴 원인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류머티스관절염처럼 염증 자체가 관절염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효과가 더 높다. 평균 3개월 정도로 상당히 오래간다. 그러나 퇴행성관절염은 다르다. 관절의 노화에 따라 연골이 닳고, 염증은 이차적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뼈주사는 원인 치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효과도 한 달 이내로 짧은 편이다.
어떤 약이든 남용하면 안 좋듯이, 스테로이드제제 역시 그렇다. 이동훈 교수는 “가장 위험한 것은 세균 감염”이라고 말한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면역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세균이 증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게 된다. 다행히 발생확률은 0.1% 이하로 매우 낮다. 그러나 감염되면 응급수술까지 해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균성관절염에는 쓰지 않는다.
그 외에 피부 변색이나 위축이 올 수 있고, 뼈가 삭는 골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뼈주사를 남용하면 조직이나 힘줄을 약화시켜 근본적인 관절 치료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서동원 원장은 “강력한 통증완화 효과가 있는 반면에 부작용도 따를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라.”면서 “뼈주사에 의존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상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당부한다.
관절 건강에는 운동이 제일
통증을 줄이는 빠른 효과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경험하면 다른 치료에 만족을 못하고 계속 찾게 되는 경향이 있는 뼈주사. 이동훈 교수는 “관절 건강에는 무엇보다도 운동과 체중 조절이 제일”이라고 강조한다. 관절은 관절염 초기부터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장기적인 결과가 달라진다.
관절염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관절을 압박할 수 있는 무거운 하중이 걸리는 운동은 피한다. 특히 무릎관절에 좋은 운동과 해로운 운동을 구분해야 한다. 무릎관절에 해가 되는 운동이나 습관은 ▷쪼그려 앉기 ▷경사 높은 등산 ▷계단 오르내리기 ▷비탈길 걷기 ▷무릎을 꼬거나 비트는 자세 등이 있다.
쪼그려 앉는 동작은 무릎관절 속의 반월상 연골이 뼈 사이에 끼게 되어 퇴행성관절염을 일으킨다. 경사가 높은 등산이나 계단 운동은 대퇴-슬개 관절에 무리한 힘을 가해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에 도움이 되는 운동은 ▷평지 걷기 ▷물속 걷기 ▷아쿠아로빅 ▷실내자전거 등이 있다. 물속에서 하는 운동은 부력으로 인해 관절에 부하되는 체중이 줄어든 상태에서 물살을 이기면서 운동해야 하므로 효과가 높다.
실내자전거 또한 체중이 안장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서 좋은 운동이다. 다만 안장을 충분히 높이고 해야 대퇴-슬개관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TIP. 관절염에 좋은 먹을거리>
관절염의 식이요법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비만을 막는 것이다. 체중을 1kg만 줄여도 걸을 때 무릎관절에 가는 힘을 4kg까지 줄일 수 있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식사량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 율무는 소염이나 진통 작용이 있어 관절염에 좋다.
● 우유, 치즈, 두부 등을 섭취해 칼슘을 보충한다.
● 마늘의 알리신은 혈액순환을 돕고, 항균작용을 해 관절 건강을 돕는다.
● 짠 음식이나 매운 음식, 단 음식 등은 관절에 좋지 않으므로 피한다.
● 관절 내 혈액순환장애를 일으켜 염증을 악화시키는 술은 되도록 먹지 않는다.
● 류머티스관절염엔 등푸른 생선과 해바라기 씨, 홍화 씨, 옥수수, 콩 등 식물성기름이 좋다.
이동훈 교수는 이라크 한국군 의료지원단 진료과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정형외과 컴퓨터수술학회 경기지회 학술위원, 근로복지공단 성남지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동원 원장은 대학축구협회 의무분과 위원을 지냈고 전직 고려대 안산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현재 고려대 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