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준남(내과전문의, 자연치료 전문가)】
새로운 조사에 의하면 식이섬유가 건강하게 늙어가는 데 필수라는 것이다. 소화도 되지 않으면서 소화관을 지나는 섬유질이 심혈관 질환, 당뇨병 또는 특정한 암 발생 위험을 낮추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성인들에게 추천된 일일 섬유질 소비량은 남자는 28g이고 여자는 22g이다. 젊은이들에게는 더 많은 양이 추천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자는 18~20g, 여자는 15~16g의 섬유질만을 섭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섬유질 섭취는 과일, 채소, 견과류, 콩 종류 및 통곡류를 섭취하는 손쉬운 방법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과일주스나 음료수 대신 자연 그대로의 높은 섬유질이 들어 있는 식품으로 대체하라는 것이다.
섬유질 많이 섭취하면 장수할 확률은 80%
한 전문지(The Journal of Gerontology)에 실린 보고에 의하면, 49세 이상의 건강한 노인들 1609명에 대하여 10년에 걸친 조사에서 성공적으로 늙어간 사람들은 249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적인 노화란 만성질환이 없으면서 모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다른 모든 조건들을 감안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소화가 되지 않는 탄수화물인 섬유질 섭취 여부였다. 10년에 걸친 조사에서 보여준 것은 섬유질을 가장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확률이 80%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즉 고혈압, 당뇨병, 치매, 우울증 및 기능상 불구가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들 건강한 노인들이 하루에 섭취한 섬유질은 37g에 달했다. 이는 가장 적게 섬유질을 섭취한 사람들의 양인 18g의 두 배 이상 되는 양이었다.
충분한 섬유질 섭취와 성공적인 노화는 나이, 성별, 결혼 여부, 흡연, 생활습성 및 체중 등을 감안한 것이었다. 여기에 운동 여부와 불포화지방 섭취 여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섬유질 섭취란 과일, 채소 및 통곡류를 통한 방법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의 연구조사가 섬유질 섭취와 성공적인 노화 사이의 원인과 결과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인구조사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건강한 식사 패턴이 의미하는 것이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섬유질은 혈당지수를 낮추어주면서 섭취한 음식물들의 장내 통과를 건강한 쪽으로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섬유질의 종류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섬유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어떤 섬유질을 먹는 것이 좋을까?
섬유질은 곡식, 과일, 채소, 콩 종류 및 견과류로부터 섭취할 수 있는데 장내에서는 소화·흡수가 안 된다. 단백질, 지방질, 순수한 탄수화물은 장내에서 소화·흡수가 되지만, 섬유질은 소장 및 대장을 지나면서도 원래의 모습으로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섬유질은 육류, 우유제품 등에는 들어 있지 않다. 섬유질은 주로 통곡류에 많이 들어 있는데 문제는 가공과정을 거치면서 제거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통밀로 만든 빵 한쪽에는 2g의 섬유질이 들어 있는 반면에 흰 밀가루로 만든 빵에는 0.8g의 섬유질만 들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현미밥 한 공기에는 3.2g의 섬유질이 들어 있는 반면에 흰쌀밥에는 0.6g의 섬유질만 들어 있을 뿐이다.
섬유질은 물과 반응할 때 수용성 또는 비수용성 섬유질로 나눌 수 있다. 둘 다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수용성 섬유질은 물을 만나면 겔(gel) 모양으로 되면서 소화의 속도를 늦추어주고, 음식물 속에 들어 있는 영양소들의 흡수가 더 잘 되도록 도와준다.
또한 수용성 섬유질은 소장에서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는 담즙산과 결합하면서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러한 수용성 섬유질은 귀리 껍질, 보리, 견과류, 씨, 콩, 팥, 당근, 셀러리, 사과 등 여러 종류의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다.
그런 반면 비수용성 섬유질은 대변의 부피를 늘려주면서 변비에 좋게 작용한다. 밀기울, 채소 및 통곡류로부터 얻을 수 있다.
☞ 수용성 섬유질의 종류
펙틴(pectin) : 사과와 감귤류에 들어 있으며, 젤리와 잼을 만드는 데 쓰인다.
검(gum) : 조리할 때 음식물을 팽윤시켜 준다. 끈적거리는 식물로부터 뽑아낸 성분이다.
뮤실라지(mucilage) : 검과 비슷하면서 조리할 때 음식물을 안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 비수용성 섬유질의 종류
셀룰로스(cellulose) : 채소, 과일, 콩이나 통곡류의 세포 구조를 이루어준다. 종이의 원료가 된다.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 : 통곡류의 섬유질 구조로 쓰이면서 종류에 따라서는 수용성 섬유질이 된다.
리그닌(lignin) : 장과류 씨 및 당근의 강한 섬유질을 이루는 부분이다(아마씨의 리그난=lignan과는 구분된다).
미국 FDA에서도 섬유질은 ▶장 기능을 개선해주고(셀룰로스) ▶콜레스테롤 수준을 개선해 주면서(펙틴) ▶장내 건강을 증진시켜 준다는(이눌린=inulin) 과학적인 검증을 인정해주고 있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섬유질의 효능들
호주에서 이루어진 섬유질에 대한 리서치 이외에도 섬유질이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는 다양하게 발표돼 있다. 섬유질에 대한 대부분의 리서치들은 관찰에 의한 내용이고, 섬유질이 건강한 생활습성의 표식물질로 쓰이는 것도 아니지만 섬유질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을 소개한다.
①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춘다
2015년 유럽의 한 조사(Diabetologia)에서는 곡식 섬유질과 채소 섬유질을 많이 섭취할 경우 성인 당뇨병으로 발전할 위험이 18% 내려간다고 발표했다.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26g을, 적게 섭취하는 사람들은 19g을 섭취했다. 곡식 섬유질을 별도로 10g씩 더 많이 섭취할 때마다 성인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25%씩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34만 명을 대상으로 11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섬유질 섭취가 건강에 이롭게 작용하는 것은 체질량지수(BMI)를 낮추어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② 뇌졸중 발생 위험을 낮춘다
한 전문지(Stroke, 2013)의 보고에 의하면 더 많은 섬유질을 섭취할수록 뇌졸중 종류에 상관없이 뇌졸중 발생 위험이 내려간다는 것이다. 일일 섬유질 섭취가 7g 늘어날수록 뇌졸중 발생 위험은 7% 내려간다고 한다.
③ 심혈관 질환 사망률을 낮춘다
한 전문지(BMJ 2014)에 의하면 심근경색증을 앓고 난 후에도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것은 늦은 일이 아니라고 한다. 심근경색증을 앓고 난 후에도 통곡류의 섬유질 섭취를 늘리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에서는 31%가 줄어들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에서는 35%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④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한 전문지(Pediatrics, 2016)에 보고된 바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더 많은 섬유질을 섭취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내려간다고 한다. 4만 4263명의 여자들이 참여한 조사(Nurses’ Health Study II)에서 보여준 바로는 10대나 젊은 나이 때부터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 경우에는 유방암 발생 위험이 섬유질을 별로 섭취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25%나 낮았다는 것이다(신체활동 역시 유방암 발생 위험을 낮추어준다).
⑤ 폐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춘다
식이섬유 섭취는 기관지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발생 위험을 낮추어주게 된다. 한 전문지(Annals of the American Thoracic Society, 2016)에 의하면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면 폐 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40~79세 사이의 성인 1921명에 대한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이 조사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로부터의 섬유질이 통곡류로부터의 섬유질보다 폐 건강에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볼 때 섬유질의 건강 효과는 거의 절대적이다. 섬유질 섭취는 특히 위장 계통에도 여러 모로 좋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유질 섭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더 많은 건강 이점들을 소개한다.
섬유질 섭취로 얻을 수 있는 건강효과들
1. 변비를 줄여준다
변비에 좋게 작용하는 섬유질은 과일이나 채소보다는 통곡류, 특히 귀리로부터의 식이섬유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너무 갑작스럽게 많은 섬유질을 섭취하지 말고 천천히 섭취하면서 자신의 위장이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라고 충고하고 있으며, 또한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고 조언한다.
2. 소화장애를 예방해준다
미국인 5명 중 1명이 갖고 있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섬유질 섭취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이미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이 섬유질을 섭취하면 변비에는 도움이 되지만, 가스나 복통은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자.
3. 게실질환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게실염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섬유질 섭취를 늘리면 제2, 제3의 게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섬유질로 부드러워진 대변이 쉽게 대장을 통과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대장 내 압력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4. 치질을 막아준다
부드럽고 부피가 늘어난 대변은 힘을 줄 필요가 없게 되면서 치질을 예방해준다. 섬유질 섭취와 대장암 발생 위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섬유질 섭취를 늘리면 소장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5.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미국 FDA는 귀리, 차전자(psyllium), 보리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섬유질이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줄 수 있다는 표기를 허용한 바 있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면서 심장질환의 발생 위험을 대폭 감소시킨다.
6. 고혈압에도 작용
최소한 8주 동안 섬유질 섭취를 꾸준히 늘리면 혈압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7. 건강한 체중 유지에 도움!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오랫동안 잘 씹어야 하기 때문에 과식, 폭식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 또 배를 차게 만들어주어 식사량을 줄여주게 된다. 사과주스 한 잔을 마시는 것과 사과 하나를 먹는 것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섬유질 섭취는 이렇게…
어떻게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식물성 음식들을 골고루 섞어 가면서 섭취하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섬유질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과일, 채소, 견과류 및 통곡류 등을 이것저것 섞어가면서 골고루 섭취하면 된다. 가공된 곡류 섭취를 통곡류로 대체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과일주스에는 과일 그 자체에 비하여 섬유질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설탕을 가미한 과일주스도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군것질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당근이나 또는 설탕과 소금이 첨가되어 있지 않은 팝콘으로 대신하는 방법도 있다.
<Tufts University, September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