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덤으로 사는 인생, 벌어서 남 주자는 마음으로 삽니다”
뇌종양 수술 후 14년!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인생 좌우명도 “벌어서 남 주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양승수 씨(64세)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하루아침에 벼랑으로 내몰렸던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 ‘아낌없이 주는 사람’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왜일까?
2003년 9월에…
추석을 3일 앞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두통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양승수 씨는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통이었다.”고 말한다.
추석차례만 지내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그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날이 밝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인천 길병원으로 향했다.
그 후의 일은 지금도 기적처럼 느껴진다. 당직을 마치고 퇴근하던 의사를 붙들고 두통을 호소했다. 그러자 의사는 몇 마디 듣더니 벗었던 가운을 다시 입으면서 MRI부터 찍자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의사와 마주 앉은 양승수 씨는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머리 한 가운데에 거봉포도만 한 하얀 것이 보였어요. 의사가 그러대요. 뇌종양이라고. 2.5cm 크기라고 했어요.”
이럴 수도 있나 싶었다. 그동안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 더군다나 건강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그였다. 젊어서부터 운동은 꾸준히 해왔고, 건강상식도 꿰뚫고 있었다. 일찍부터 기능성 신발부터 기능성 물까지 다양한 건강사업을 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뇌종양이었다. 의사는 “뇌종양이 터지기 직전에 갈라져서 진물이 흘러내려 통증을 느끼게 된 것”이라며 “하루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종양이 혈관 두 개를 잡고 있어 만약 터졌다면 혈관도 같이 터지면서 십중팔구 사망하거나 불구가 됐을 거라고 했다. 양승수 씨는“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한다.
생일을 두 번 지내는 사람
나이 50에 느닷없이 뇌종양 진단을 받았던 양승수 씨는 일 년에 생일을 두 번 지낸다. 새롭게 태어난 날이 하루 더 있기 때문이다. 2003년 10월 24일이다. 이 날은 양승수 씨가 뇌종양 수술을 받고 다시 깨어난 날이다. 생사의 기로에서 기사회생한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날도 그의 생일이 되었다.
담당의사도 생사를 장담하지 못했던 수술이었다. 수술해도 위험하고 수술 안 하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양승수 씨는 마음을 비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어차피 생사는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어요. 사는 것도 죽는 것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장 7시간 동안 계속된 수술이 끝나고 눈을 떴을 때 의사가 머리맡에서 물었다. “오늘이 며칠입니까?”
양승수 씨가 “10월 24일입니다.”라고 했더니 의사가 말했다. “그럼 오늘도 생일로 합시다.”
그래서 일 년에 생일이 두 번인 사람!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2017년 6월 현재 양승수 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뇌종양 수술 후 14년, 그 건재함 뒤에는…
‘한때 뇌종양으로 사경을 헤맸던 사람 맞나?’ 2017년 6월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양승수 씨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뇌종양 수술을 했지만 종양을 완전히 제거할 수도 없었던 그였다. 혈관과 접해 있는 종양 부위는 그대로 둘 수밖에 없어서 제거되지 못한 종양과 14년째 함께 살아온 그였다. 설상가상 수술 후유증도 말로 다 못 한다.
뇌하수체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면서 호르몬을 생성하고 관리하는 뇌하수체 기능도 함께 망가졌기 때문이다. 양승수 씨는 “그 후유증으로 4가지 호르몬은 나오지도 않고 만들지도 못한다.”고 말한다.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갑상선호르몬, 스트레스호르몬이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이들 호르몬들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양승수 씨의 하루하루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날마다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합니다. 매일 아침 갑상선호르몬과 스트레스호르몬약을 먹어야 하고, 매일 저녁에는 성장호르몬 주사도 맞아야 합니다. 남성호르몬은 한 달에 한 번씩 맞고요. 그게 끝나야 하루 일과도 끝나고 한 달 일정도 끝이 납니다.”
이 일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한다. 약물의 부작용도 만만찮다. 365일 두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재함을 과시하며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양승수 씨!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궁금하여 물어봤다. “비결이 뭐예요?”
1. 고통도 내 삶의 친구로 여기기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생각한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날마다 맞아야 하는 주사의 고통도, 늘 묵직한 두통의 무게도 한결 덜해진다.
2. 벌어서 남 주자는 마음으로 살기
기적처럼 살아난 것임을 너무도 잘 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벌어서 남 주자는 마음으로 산다. 가진 돈도, 가진 열정도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산다. 남에게 줄 수 있는 뭔가가 아직도 남아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정열적으로 산다.
3. 날마다 걷고 또 걷기
다른 운동은 안 한다. 그 대신 걷기는 날마다 한다. 걷기의 건강 가치를 잘 알기 때문이다. 최고의 운동으로 여긴다. 많이 걷기 위해 자가용 대신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버스정류장 2~3 정거장은 꼭 걸어서 목적지까지 간다.
걷기 마니아답게 한국보행연맹을 만들어 총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걷기의 중요성을 널리 설파하는 일에 두 팔 걷어붙이고 열심이다.
4. 하루에 물 2.5리터 이상 꼭 마시기
최고의 보약은 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암이 생기는 것도 영양실조와 더불어 물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이 없으면 암세포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하루에 2.5리터 이상 물 마시기는 꼭 실천한다.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한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물의 조건은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물이다. 비록 물속에 들어 있는 미네랄의 양은 적지만 우리 몸속에서 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미네랄이 풍부한 물을 찾아서 마신다.
5. 먹는 것은 뭐든지 잘 먹되 조금은 가려서 먹기
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 먹는 것은 없다. 뭐든지 잘 먹는다. 골고루 잘 먹되 조금은 가려서 먹는 편이다. 육류보다는 생선을 더 좋아하고, 채소를 즐겨 먹는 식이다. 또 육류를 먹을 때는 구워 먹는 것보다 삶아서 주로 먹고,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 돼지고기보다는 오리고기를 즐겨 먹는다.
양승수 씨는 “뇌종양 수술 후 14년을 살아오면서 진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것은 바로 걷기와 좋은 물 마시기”라고 말한다.
아낌없이 주는 삶은 최고의 ‘보람’
오늘도 “덤으로 사는 인생 벌어서 남 주자.”며 패기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양승수 씨!
지금의 그의 관심은 온통 봉사와 나눔의 삶에 집중돼 있다.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봉사하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생리대가 없어서 일주일간 학교를 못 가는 여학생들에게 천연 생리대 보내기는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봉사활동이다. 또 1004봉사클럽에서 아프리카 우물파주기도 두 팔 걷어붙이고 열심이다.
양승수 씨는 “사랑은 베풀면 베풀수록 더 큰 사랑으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며 “살아 있는 동안 사랑의 씨앗을 심는 봉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