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
어떤 사람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다. 마음은 그럴지 모르지만 원래 청춘의 몸은 잘 안 아프다. 오죽했으면 돌도 씹어 먹을 나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그런데 이런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의 병이라고 여겼던 고혈압을 진단받은 젊은 층이 생각보다 많다. 고혈압은 혈관의 경고다. 고혈압을 해결하지 않으면 인생에서 가장 빛날 때 뇌졸중, 심근경색 등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에 발목을 잡혀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과연 무엇이 이 땅 젊은이의 혈압을 이토록 올리는 걸까? 그 주범을 알아본다.
젊은 고혈압이 문제인 이유
고혈압은 소리 없이 우리 몸을 공격한다. 고혈압은 대개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내버려 뒀다가는 심근경색, 뇌경색, 뇌출혈같이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을 일으킨다. 그래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고혈압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건강검진에 혈압 측정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혈압이 어떤 병인 줄 알고 있더라도 젊은 층은 혈압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 혈압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맞다. 고혈압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젊다고 남의 일로 여기면 안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5 국내 성인 고혈압 유병률이 30대 남자는 15.9%, 40대 남자는 28.4%였다.”고 설명한다. 30대 남자 6명 중 1명이 고혈압이라는 말이다.
젊은 고혈압 유발자들 뭘까?
젊은 고혈압이 이렇게 많아진 이상 이제 젊다고 안심하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젊은 고혈압을 유발하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젊은 고혈압 유발자들, 과연 뭘까?
1. 담배 연기처럼 혈압도 올라간다!
흡연은 혈압을 올릴 뿐 아니라 심장 건강도 위협한다. 국내 성인 중 30~40대 남자가 흡연율이 1위다.
2. 술술 넘어가는 술은 혈압도 술술 올린다!
술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혈압은 올라간다. 젊은 층은 한창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때라 회식도 잦고, 모임도 잦다. 회식에서는 서로 한 잔씩 권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고 술이 적당히 취해야 친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일까? 30~40대 남자 4명 중 1명은 고위험 음주자다.
또한 술만 먹는 일은 별로 없다. 늦은 밤에 푸짐하고 기름진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는 일이 흔하다. 술을 마시면 살도 함께 찐다는 말이다.
3. 이상지질혈증과 비만도 혈압 올린다!
손일석 교수는 “이상지질혈증과 비만 같은 만성질환은 혈압을 올리기도 하고 그 자체로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질환 위험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4. 운동 안 하는 습관이 혈압 올린다!
많은 직장인이 온종일 앉아서 일하고, 밤에는 회식에 가거나 야근을 한다. 따로 운동할 의지도, 여유도 없다. 이렇게 계속 운동과 담을 쌓으면 혈압이 올라가기 쉽다.
5. 짜게 먹고, 기름지게 먹는 습관이 혈압을 올린다!
외식을 자주 하는 젊은 층은 더 짜게, 기름지게, 달게 먹는 것이 익숙하다. 이런 식습관은 고혈압, 비만 등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방치하면 많은 걸 뺏어가는 고혈압
젊은 고혈압이 많아진 것도 문제지만 위험한 고혈압을 인지 못 하고, 알아도 적절한 대처를 안 하는 것도 문제다. 30대 이상 성인 중에서 의사로부터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 없는 고혈압 미인지율 및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고혈압 미치료율에서 30대와 40대 남녀가 각각 1위, 2위를 차지했다.
손일석 교수는 “실제로 응급실에 오는 젊은 심·뇌혈관질환 환자 대부분이 고혈압을 알지 못했거나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치료를 받지 않았던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고혈압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빨리 정상 혈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고혈압인 걸 알지만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치료조차 안 받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은 진단 후 건강한 생활습관 개선으로 혈압 조절이 잘 되는 경우가 있다.”며 “생활습관 개선이 초기 치료의 기본이고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올라간 혈압을 내리고, 고혈압을 예방하는 좋은 생활습관을 다음에서 소개한다.
젊은 고혈압 걱정될 때… 실천하면 좋은 7가지 건강습관
1.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고혈압 발생을 줄인다. 또 평소 대중교통과 계단을 이용하는 등 신체활동을 늘리고, 신체활동이 많은 여가를 즐기는 것도 좋다.
2. 저염식을 하라!
짜게 먹으면 고혈압에 안 좋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짜게 먹는 습관을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꾸준히 의식적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하자. 국과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먹고, 염분이 들어 있는 고추장, 마요네즈와 같은 소스를 적게 먹는 등 작은 실천부터 해보자. 처음부터 간을 하지 않고 식사 전에 간을 하면 같은 양의 염분량으로 짠맛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3. 기름진 육류는 줄이고 채소를 늘려라!
기름기가 많은 육류는 입에는 고소하지만 혈관 건강에는 해롭다. 육류 섭취는 줄이고 신선한 채소 위주로 식사를 하자.
4. 금연하고 절주하라!
당장 금연하고 과음을 멀리해야 한다. 담배를 끊기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끊어야 한다.
5. 적정 체중을 유지하라!
체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혈압을 내릴 수 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아닌 일정한 운동과 건강한 식이요법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한다.
6. 가족력이 있다면 더 혈압에 신경 써라!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 및 심·뇌혈관질환의 가족력이 있고 흡연·비만·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의 위험 인자가 있다면 더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7. 혈압을 자주 재라!
혈압이 높든, 정상이든 항상 자신의 혈압에 관심을 두자.
손일석 교수는 혈압, 심장판막질환, 심부전, 성인선천성심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심장혈관연구센터를 연수했으며 대한내과학회, 대한심장학회 , 대한고혈압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