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안면마비센터 백용현 교수】
작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진갑(62세) 씨는 얼마 전부터 귀 뒤쪽이 뻐근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 전부터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과로를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얼마 후 한쪽 혀에 얼얼한 느낌이 들더니 어느 날 아침 자신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입이 돌아가 비뚤어지고 눈이 제대로 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병은 진행된 상태였고, 의사가 말한 병명은 구안와사였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이런 증세가 찾아온다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구안와사(안면신경마비), 미리미리 예방할 방법, 없는 걸까?
당신도 예외는 아니다
김진갑 씨처럼 갑자기 얼굴 한쪽이 돌아가 마비가 되어 입은 삐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은 흔히 일어난다. 병명은 구안와사라고 하기도 하고 안면신경마비라고도 불린다.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 외에도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가 어렵고, 미각이 손실되고, 이명이나 떨림증 등의 증상도 생길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구안괘사) 혹은 와사풍이라고 한다. 구안와사는 얼굴 표정과 관계되는 근육을 지배하는 안면신경에 장애가 생겨 신경을 마비시키거나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안면마비센터 백용현 교수는 “구안와사는 큰 수술이나 암, 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 임신·출산,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고 혈류순환 장애 등이 있을 때, 그리고 찬 기운을 받았을 때 발생하기 쉽다.”며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고 노인은 물론, 임산부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병”이라고 말한다.
?겨울철 찬바람이나 여름철 과도한 냉방처럼 찬 기운은 우리 몸에 바이러스의 침범이 용이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 수면장애나 과로, 암이나 큰 수술 이후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에도 구안와사는 올 수 있다.
백용현 교수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간과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 역시 구안와사의 큰 원인”이라며 “여전히 50~60대의 발병률이 제일 높기는 하지만,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소아청소년들과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20~30대의 젊은 직장인들에서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우리 얼굴에 평생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길 수도 있는 구안와사. 입과 눈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것 외에도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 화병 등 마음의 병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어 아동청소년이나 여성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예방책은 없을까?
구안와사 예방책 5가지
1. 전조증상을 무시하지 말라
얼굴로 향하는 무수한 안면신경들은 대부분 목 뒤쪽과 귀 뒤쪽을 타고 온다. 때문에 이 부위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고, 얼굴이 어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이 증상을 무시해선 안 된다. 또 한쪽 혀가 얼얼해지거나 떨림증, 두통 등이 동반된다면 곧 구안와사가 닥칠 가능성을 염두 해야 한다. 우리 몸의 면역력으로 이 과정을 넘기기도 하지만 일부는 안면신경 마비가 찾아올 수 있다. ?
2. 평소 지병을 관리하라
고혈압이나 당뇨 등을 가지고 있을 경우 혈액순환의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간질환 등은 지속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자신이 당뇨나 고혈압, 혹은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다면 더욱 관리에 힘써야 한다. ?
3. 피로와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라
과중한 업무나 학업은 몸을 피로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함께 불러온다. 때문에 힘들다 싶으면 잠시 일을 멈추고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충분한 휴식과 운동을 통해 정신 건강도 지켜야 한다.
4. 찬바람 노출을 피해라
추운 날 목도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목 뒤와 귀 뒤쪽을 감싸 찬 기운을 직접 맞지 않아야 된다. 또 일교차가 큰 요즘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
여름철 과도한 냉방 역시 주의해야 하며, 이때는 적절한 체온 유지를 위해 얇은 가디건 같은 외투를 준비해 사무실이나 지하철 등에서 챙겨 입는 것이 좋다. 또 냉한 곳에서 잠을 잔다거나 오래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찬 데서 자고 일어나니 입이 돌아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셈이다.
5. 소화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라
한의학에서는 위장이 허해져 소화기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우리 몸을 차갑게 만들기 때문에?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기름진 음식과 찬 음식, 술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소화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적정량의 소식과 함께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역시 과하게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구안와사의 완치율은 70~80%에 이르지만, 나머지 약 20~30%의 환자들은 예후가 좋지도 않을 뿐더러 그 후유증을 평생 짊어지고 살 수도 있다. 백용현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다.”며 “안면신경 마비가 와도 곧 좋아질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료를 미루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 한다.
특히 2~3개월 이상 갈 경우 후유증의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발병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