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힐링유 심신치유센터 최지환 원장】
사회초년생 김 씨(27)는 요즘 출근하기가 두렵다. 매일 하루에 몇 번씩 크고 작은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사내에서 ‘앗, 나의 실수’라고 불릴 정도이다. 갓 입사했을 때는 회의 내용을 다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중요한 전달사항이나 지시사항을 깜박하기도 했다. 처음 하는 일이라 그런 걸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수는 더욱 잦아질 뿐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제는 선배와 동료의 불안과 우려의 시선도 부담스럽고 회사생활을 하기가 너무도 힘들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러나 너무도 자주 중요한 일정을 잊거나 지시한 사항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소아·청소년들의 질환으로 알고 있는 ADHD. 하지만 성인에게도 예외는 없다. 사회생활의 치명적 복병, 성인 ADHD에 관해 알아보자.
PART 1. ADHD, 성인까지 간다
ADHD는 주로 소아·청소년기에 발견되며 주의력이 부족하고 과잉 행동으로 산만해 보인다. 또 충동적 성향이 있어 외부 자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소아·청소년기의 증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데, 이를 ‘성인 ADHD’라고 한다.
힐링유 심신치유센터 최지환 원장은 “어린 시절에 자신이 ADHD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생활 속에서 주의력 결핍 등으로 많은 불편함을 느끼기에 대개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자각한다.”고 말한다.
<성인 ADHD 유형>
ADHD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과잉행동형 굉장히 산만하고 과잉행동을 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떠들며 돌아다니고 말도 많은 편이다. 활발하고 당당하며 자존심이 세고 고집도 있다. 사교적인 편이다. 이 유형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통제를 받아 대개는 과잉행동이 조절되거나 약해진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최지환 원장은 “과다 행동성은 성인기에는 대개 조절이 되지만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들은 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며 답답해하고, 성격 급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해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한다.
2 주의력 결핍형 ‘조용한 ADHD’라고 하며 성인 ADHD는 대개 이 유형이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부족해 글을 읽고 있다가도 앞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봐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만히는 있지만 쉽게 지겨워하고 지루해한다. 집중을 잘 못하기 때문에 지시사항을 쉽게 잊어버린다. 하고 있던 일이 있어도 금방 새로운 것에 시선을 빼앗기고 직전에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잊어버린다. 최지환 원장은 “주의력 결핍형은 과잉행동형과 달리 얌전하게 있는 편이라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전혀 집중을 못한다.”며 “그래서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노력만큼 얻기 힘들다.”고 말한다.
3 혼합형 과잉행동형과 주의력결핍형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다. 이 역시 성인기까지 이어진다.
PART 2. 성인 ADHD 원인은 ‘작업기억력’ 문제?!
소아·청소년기에 시작되어 성인기까지 계속되는 ADHD는 왜 생기는 걸까? 최지환 원장은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업기억력’ 문제로 설명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두뇌가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했다가 처리하는 공간인 ‘작업기억력’은 쉽게 말해 머릿속에 있는 작업용 책상이다.
이 책상의 크기가 작으면 많은 정보를 늘어놓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로 인해 집중력 부족 등의 ADHD가 생길 수 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들을 머릿속 책상에 늘어놓고 쭉 하나로 연결해야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책상이 작으면 중간에 정보들이 휘발되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고 있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게 되고 결국엔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앞에 들은 이야기를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작업기억공간이 작다고 해서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이들 중에는 굉장히 높은 아이큐를 지닌 사람도 꽤 있다. 작업기억공간이 좁아도 이를 잘 활용하면 그만큼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낡은 수도관이나 페인트 등에서 나오는 납 또는 수은 중독, 식품첨가물, 담배, 술, 기타 약물에의 노출에 의해서도 ADHD가 생길 수 있다.
PART 3. 성인 ADHD, 다양한 치료법~
ADHD 치료법은 다양하다. 최지환 원장은 “ADHD가 의심된다면 빨리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ADHD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빠른 편이므로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조언한다.
1 약물치료 ADHD 치료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낸다. 메틸페니데이트 계통의 약을 쓰는데 이 약은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를 올려주어 집중을 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울증은 2주가 되어야 효과가 나타나지만, ADHD는 적당량의 약을 먹으면 바로 효과를 볼 수 있다.
2 작업기억력을 키우는 훈련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작업기억력을 늘리는 훈련이다. 순서대로 들어온 몇 개의 숫자를 같은 순서대로 눌러주는 것이다. 25회가 기본 훈련이며, 집에서 주 5회 1시간 정도 훈련을 하고 주 1회 전문의의 평가를 받는다. 훈련참가자 중 80% 정도가 효과를 보며, 이들의 작업기억력이 평균적으로 20% 정도 증가한다.
3 정서 문제 치료 프로그램 성인 ADHD인 경우 오랫동안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왔기에 정서적으로 우울과 불안, 그리고 자존감 결여의 문제를 겪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이를 잘 정리할 수 있는 정서 문제 치료 프로그램을 병행한다.
4 인지행동치료 ADHD 증상 자체를 개선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한다. 구체적으로는 일정 메모하기, 산만함 줄이기, 서류 정리법 등을 익히며, 주변 정리하는 습관들이기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한다.
일정 메모하기는 약속을 곧잘 잊어버리는 성인 ADHD 환자들이 약속 등의 일정을 빠뜨리지 않도록 스케줄러 활용법을 훈련한다. 또 산만함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우선순위를 정하기 ▶일정 시간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특정 시간 안에 주어진 과제 끝내기 등을 통해 집중해서 시간을 체계적으로 쓰는 훈련을 하고, 중요한 업무를 할 때에는 귀마개를 끼는 등 주의를 분산할 수 있는 것들을 주변에서 제거하는 방법을 익힌다. 주변 정리하는 습관들이기는 업무 서류정리 방법과 각종 영수증 정리 방법 등을 익혀 효율적인 일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훈련을 한다.
이외에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처하는 상황대처 전략 세우기 등을 한다.
성인 ADHD 치료를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도 필요하다. 대개 가족들은 주의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잔소리를 많이 해 오히려 정서적 문제를 더하기도 한다. 하지만 잔소리보다는 ADHD가 스스로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뇌 회로 이상으로 생길 수도 있음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가족의 지지와 알맞은 치료법이 병행되면 성인 ADHD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최지환 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한 인지행동치료전문가이다. 현재 힐링유 심신치유센터와 유안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원장으로서 우울증·공황장애·사회불안장애·강박증 치료를 위한 그룹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운영, 생각습관과 성격 특성 개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영양불균형 및 대사불균형 교정 등 기능의학적 치료를 병행해 몸에서 기인한 정신 문제의 치료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