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준남(내과전문의, 자연치료 전문가)】
인식과학에서 마음이란 두뇌의 작용으로 본다. 이때 두뇌란 어떤 한 부분의 두뇌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층층이 있는 모든 두뇌를 총망라해서 작용한 것이 마음인 것이다. 또한 두뇌의 층별로 있는 각 부분의 작용은 온몸의 평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바로 마음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생리작용은 온몸의 평형을 이루기 위한 작용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은 모두 평형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다. 더울 때 그늘을 찾는 것, 목마를 때 물을 찾는 것,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찾는 것, 피곤할 때 쉬고 싶은 것 등은 모두 평형을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평형 기전도 많이 있다. 우리 몸은 일정한 산도(PH : 7.4)를 유지하고 있다. 몸의 체온도 거의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혈압, 맥박, 호흡, 혈당 등은 거의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평형 상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보자. 그 비밀을 알면 두뇌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만성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해법도 알게 될 것이다.?
두뇌의 구조
흔히 두뇌라고 하면 대뇌피질을 연상하게 된다. 뇌의 그림 중 가장 표면에 보이는 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대뇌피질은 발생학적으로 볼 때 가장 최근에 생긴 두뇌로서 사고를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뇌피질 밑의 층에는 변연계(limbic, 희랍말로 주변이란 뜻)가 있는데 이 부분의 두뇌를 ‘포유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든 포유류에게 공통적으로 다 있는 뇌이기 때문이다.
변연계 밑에 있는 뇌를 뇌간(brain stem, 척추와 뇌를 연결하는 부분이라는 뜻)이라고 부르는데 이 부분은 몸의 가장 기초적인 생리작용을 관장하고 있다. 이 부분의 두뇌를 ‘파충류 뇌’라고 부른다. 파충류를 비롯해서 모든 물고기에서도 발견되는 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간의 두뇌는 ▶대뇌피질 ▶변연계 ▶뇌간 등 여러 층으로 나뉘어져 있고, 각 두뇌마다 다른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다.
다음의 설명으로 왜 인간의 두뇌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더 복잡한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속에서는 생명 유지가 비교적 쉬운 편이다. 온도가 비교적 일정하고, 먹이사냥이 쉬운 편이며, 생명 유지를 위해 물을 얻어야 할 걱정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환경인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에게 적당한 뇌는 파충류 뇌인 뇌간만 있으면 생명 유지에 별 문제가 없게 된다. 잘 발달된 반사만 있으면 살아남는 데 별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진화과정에서 뭍으로 올라와 파충류를 거쳐서 포유류에 이르게 되면 온도, 물, 먹이사냥 등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 그런 환경에서는 변연계의 두뇌를 통해 온도 조절, 수분 조절, 에너지 흡수 등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서 평형을 이루어야 한다. 복잡한 내분비 계통이 있어야 하며(내분비선은 온몸에 퍼져 있으나 모든 내분비선을 통제하는 부분은 변연계 뇌에 속하는 시상하부=hypothalamus에서 하게 된다), 많은 신경전달물질들이 변연계에서 만들어진다.
변연계 두뇌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감정과 함께 싸우거나 뛰거나(fight or flight)의 반응이 자리를 잡고 있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리작용을 이루어가면서 몸의 평형을 이루게 된다.
변연계 두뇌의 작용, 특히 시상하부의 작용은 시상하부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뇌하수체(pituitary gland)를 중심으로 제어작용에 의해 몸의 평형상태를 이루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일 나중에 발달한 대뇌피질은 원칙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두뇌라고 보면 된다. 몸의 평형을 이루는 데에는 별로 작용하지 않는 부분이다. 언어, 산술, 사고, 창조·창의력, 지식 등을 관장하고 있는 대뇌피질은 인간에게는 잘 발달되어 있다.
그동안 두뇌라고 하면 대뇌피질만 생각해 온 경향이 있다. 그러나 대뇌피질은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는 작용에는 별로 참여하는 바가 없는 뇌이다.
변연계가 뇌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에 비해서 대뇌피질이 변연계와 연결되어 있는 정도는 상당히 약한 편이다. 대뇌피질이 변연계를 통해서 뇌간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끼칠 수는 있다. 많은 연습과 함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동양식으로는 도를 닦으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생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반면에, 서구식으로는 생체제어반응(bio-feedback)을 통해서 같은 목적을 이룰 수 있다.
몸을 돌보는 마음은 이렇게 깊은 뇌인 뇌간부터, 중간에 위치한 변연계를 포함하여, 사고를 맡고 있는 대뇌피질을 통틀어서 발생하는 두뇌작용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다.
싸우거나 뛰거나 상태가 되면?
여러 가지의 두뇌작용에 의해서 두뇌가 결정한 바를 몸에 전달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는 생리작용을 통한 방법이다.
둘째, 자율신경계를 통해서 몸의 평형을 이루는 방법이다.
두뇌가 흥분 상태로 되면 우리 몸은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런 반면 두뇌가 평화스러운 상태로 되면 우리 몸은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게 된 상태는 두뇌가 ‘싸우거나 뛰거나(fight or flight)’의 상황에 들어간 경우이고, 부교감신경의 지배를 받는 대표적인 상태는 잠을 잘 때이다.
흔히 잠을 잘 때 치유가 일어난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뜻은 부교감신경이 지배하는 평화스러운 상태에서는 몸이 평형상태에 들어가기 쉬운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그런 반면 교감신경의 지배를 받을 때는 위기를 넘기기 위한 응급 상태에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치유와는 거리가 먼 상태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응급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싸우거나 뛰거나(fight or flight)’의 교감신경이 우세한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될 때는 이미 갖고 있는 병에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또 새로운 병들이 생길 수도 있게 된다.
자율신경 계통은 가장 오래된 두뇌인 뇌간과 연결되어 있는 척추에 직접 연결되어 있다. 척추와 함께 뇌간의 명령을 받아 아무런 조건 없이 움직인다.
몸에서 땀이 나고 몸을 떨게 만들어 직접적으로 체온조절을 하게 되고, 심장을 빨리 뛰게 만들고 혈압을 올리는 작용을 해서 혈관 내 혈액순환을 늘리게 됨으로써 ‘싸우거나 뛰거나’의 상태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한다. (이때 교감신경 흥분제인 에피네프린과 같이 작용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뇌·근육·관절 등에 혈액순환이 늘어나 판단이 빨라지며, 근육과 관절에 힘이 더 생겨 평소보다 훨씬 더 큰 힘과 반사작용이 생기게 되고, 시력·청력 등 주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입수·판단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별로 필요 없는 소화기 계통이나 피부에 혈액순환이 줄어들어야 혈액순환이 더 필요한 부분인 심장, 두뇌, 근육, 관절에 혈액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소화기 계통에는 혈액순환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고 변비에 걸리기도 한다. 체하게 되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줄어 들어 손발이 차게 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혈액순환이 늘어난 두뇌는 필요 이상으로 판단을 빠르게 해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빨라지고, 신경이 항상 외부로 향하고 있게 될 것이며, 필요 이상으로 무엇을 잘 보게 되고, 잘 듣게 된다. 신경과민과 불면증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이런 상태를 스트레스에 빠졌다고 말한다. 만성 스트레스에 빠진 사람들이 흔히 호소하는 여러 가지의 증상이나 병들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면역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교감신경 아래에서는 면역성이 낮아진다는 여러 가지 증거가 있다. 반대로 부교감신경 아래에서는 면역성이 올라가게 된다.
이처럼 만성 스트레스에 빠진 사람들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고, 나타난 증상만 치료하려는 경우가 많다.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거나,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거나, 심지어는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의 문제점들은 덮어두고 표면에 나타난 결과만 해결하려는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물론 잘못된 태도이다.
부교감신경 활성에 명상법 추천
현대인들은 연속된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가 없는 생활은 싱겁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되든지 교감신경 지배 아래의 상태와 에프네프린 중독을 즐기는 사람들인 것이다. 도박, 미식축구, 직업적인 레슬링, 격투, 스피드 등을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대개는 남자들이다.
그런 반면 여자들은 부교감신경의 조용하고 평화로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이 보통이다. 남자들의 수명이 여자들의 수명보다 짧은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싸우거나 뛰거나’의 상태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명상법이다. 명상법을 쓰면 ‘싸우거나 뛰거나’의 교감신경 상태로부터 벗어나 최소한 중립적인 상태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부교감신경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명상법은 일명 ‘복식호흡’이라고도 한다. 복식호흡을 하면서 생각을 하나로 모아갈 수 있다면 더 큰 효과를 보게 된다.
부교감신경 상태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교감신경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 주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일례로 음악 및 미술 감상, 편안한 책읽기, 정원 가꾸기, 가벼운 운동, 피크닉, 삼림욕, 영상법, 좋은 친구와의 대화 등이다.
도시보다는 전원, 병원이나 양로원보다는 가정, 하이웨이보다는 한적한 시골길 드라이브, 긴 비행기 여행보다는 짧은 기차여행, 더 많이 갖는 것보다는 덜 갖는 생활, 복잡한 생활보다는 단순한 생활, 도움을 받기보다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생활, 폭력적인 영화나 텔레비전보다는 서술적인 내용의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 시청, 전화를 통한 논쟁보다는 얼굴을 맞대고 나누는 좋은 대화 상대를 찾는 것 등은 모두 부교감신경 우위를 만들게 된다.
교감신경이 지배하는 상태로 일부러 들어갈 필요 없이, 부교감신경 우위나 최소한 중립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우리의 몸은 평형을 되찾게 되면서 치유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