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재테크 전문가 박혜정(<은행의 사생활> 저자)】
매월 일정한 때가 되면 월급 확인, 세금 내기, 적금 붓기 등을 이유로 은행을 찾는 직장인 주희정 씨(32세ㆍ여). 자주 가지는 않지만 갈 생각만 하면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다. 다녀오기도 귀찮고 발걸음이 더뎌진다. 점심시간엔 늘 사람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지루하기 짝이 없다. 당신도 주 씨처럼 은행을 이용하고 있는가? 박혜정 재테크 전문가는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은행과 친해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은행과 친하게 지내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는데, 은행 거래 고수되기 비법을 알아본다.
‘재테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주식? 펀드? 부동산?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한 급여는 은행통장으로 들어온다. 주식이나 펀드를 하더라도 보통 초기 투자할 종자돈은 은행에서 모은다. 부동산 투자를 하더라도 대출을 받기 위해 다른 곳보다 금리가 낮고 안전한 은행을 주로 이용한다. 모든 재테크는 은행에서 시작한다.
박혜정 전문가는 “누구나 은행을 이용하지만, 은행을 잘 이용하는 ‘은행 고수’야말로 재테크에 성공한다.”고 말한다. 은행 이용에도 고수가 있다니? 은행은 일정한 상품이 있고 금리나 수수료 등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금융기관이 아니던가? 박혜정 전문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은행도 일종의 흥정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설명이다.
고수 비법 ①
은행에서 흥정하라
은행 거래 고수와 일반 고객의 가장 큰 차이는 은행을 이용하는 태도로 나눌 수 있다. 은행을 능동적으로 이용하는지, 수동적으로 이용하는지 돌아보라.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고수는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은행에 간다. 원하는 금액을, 원하는 금리로 가져가 잘 활용해 금방 갚는다. 그러나 일반 고객은 발등에 불똥이 튀어서야 급하게 은행에 달려가 언제까지 되는지, 빨리 안 되는지, 몇 %까지 되는지 묻는다. 그러면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뽑아보고 알려드릴게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반면에 고수는 은행원에게 다가가 필요한 요구사항을 담아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5000만 원이 필요한데 7% 대로 맞춰줄 수 있나요?” 은행원은 고객 확보를 위해 최대한 맞춰주려 애쓰게 된다.
또 다른 예가 있다. 적금 들 때도 고수와 일반 고객은 차이가 난다. 일반 고객은 상품 목록을 보고 지목해 적금을 개설하거나 은행원에게 무슨 상품이 적합한지 묻는다. 보통 그대로 가입한다.
그러나 고수는 적금 들 때도 다르다. 현재 적금 금리를 물어본다. 생각보다 낮으면 다른 은행 사례를 들면서 더 주기를 요구한다. “3%라고요? 너무 낮아요. 옆에 ○?○?은행은 3.1%던데……. 여기가 주거래 은행이라서 만들러 온 건데, 금리 좀 더 주세요.” 그러면 예상 대답은?
“지점장님 승인을 받아서 특별히 고객님께만 3.2%로 해드릴게요.”라는 대답이 가능하다. 만약 담당 은행원이 금리를 더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다른 은행원에게 말해본다. 그래도 안 된다면 다른 지점에 문의한다. 그 안에 금리 흥정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때도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은행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높은 금리인 것이 맞다.
박혜정 전문가는 “은행에 있는 모든 상품이 고정돼 있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오해”라면서 “은행에서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흥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딱 그만큼만 얻어갈 동안 고수들은 더 챙겨왔다는 사실.
다만 조심할 점은 은행원에게 막무가내로 더 달라고 생떼를 쓰는 일이다. 박혜정 전문가는 “한두 번은 불평을 잠재우기 위해 원하는 대로 맞춰주고 넘어갈 순 있지만 나중엔 해가 된다.”고 충고한다.
은행은 고객관리를 철저히 하는 곳이므로 요주의 인물로 찍히면 꼬리표가 남는다. 은행 업무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은행원을 곤경에 처하게 하는 고객에게 잘해 주기 어렵다. 친하게 지내 진심어린 도움을 얻는 게 더 득이 되는 일이다.
고수 비법②
은행과 작심하고 친해져라
재테크 여왕으로 알려진 방송인 현영. 그녀는 은행을 즐기며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혜정 전문가도 동의한다. “은행 가는 일을 놀러가듯 즐기라.”고 당부한다. 바쁜데 은행에 굳이 다녀올 여유가 어디 있느냐고?
전직 은행원이기도 한 박혜정 전문가는 실제로 은행에 거의 매일 들르는 단골을 보면 절대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바쁜 CEO들이 직접 방문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이 들르는 이유는 단 하나다. 버리는 시간보다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은행원과 친해지면 일을 보는 데 편한 것은 물론 콩고물이 떨어진다. 사소하게는 통장지갑이나 수첩 등 사은품부터 시작해 적금 금리를 더 얻거나 환율 우대도 받을 수 있다. 은행원에게 물어보아 새로 나온 상품도 살펴보고, 어떤 펀드 수익률이 좋은지, 금리 동향은 어떤지 정보를 파악하면 자산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박혜정 전문가는 “통장에 예금이 많아야 은행원과 친해질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작은 사탕 하나 건네기, 바뀐 유니폼이나 헤어스타일 칭찬 한 마디로도 친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은행원은 친해지면 친절함뿐 아니라 더 좋은 정보로 보답하려 한다.
그러나 너무 바빠서 자주 들를 새가 없다면 은행원 중 한 명을 골라 그 사람에게만 일을 본다. 날씨나 식사 등 사소한 말도 붙인다. 한 달에 한 번을 가더라도 인상을 남기면 은행원은 자신의 고객으로 알아보고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아예 은행갈 시간이 없는 사람은 퇴근길에 은행에 들러 팜플릿이라도 챙겨 들고 읽어본다. 상품 정보와 혜택을 살펴보며 재테크 계획을 세우면 유리하다.
고수 비법③
계획적으로 통장 쪼개기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통장을 쪼갠다고? 박혜정 전문가는 “재테크 초보가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가 바로 통장 쪼개기를 잘못해서 보는 손해”라고 밝혔다. 막 시작할 때 주로 월급에서 일정한 생활비를 떼어놓고 나머지를 적금통장이나 펀드통장에 넣어 저금을 한다. 갑자기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면 환매수수료를 물면서 펀드를 해지하거나 적금을 깨서 손해를 보게 된다. 박혜정 전문가는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통장을 나눠 인위적인 여유를 만들어 놓아야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세금과 생활비를 넣어둔다. 예전엔 대부분 보통예금 통장을 썼지만 지금은 CMA, MMF, 은행의 급여통장을 활용한다. CMA, MMF는 하루만 넣어놔도 3~4% 이자를 주고, 급여통장은 이체수수료를 감면해 주는 혜택이 있다.
➡ 비상금 통장-재테크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갑자기 돈이 필요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월급의 10% 정도를 떼어서 모아 두거나 푼돈을 모아서 대비해 두면 급한 일이 생겨도 기존의 펀드나 적금을 깨지 않을 수 있다.
➡ 저축, 투자용 통장 – 높은 금리의 특판 금리를 활용한다. 은행에도 깜짝 세일이 있다. 은행 문 앞에 ‘특판 금리 ○?○?% 지급!’, ‘○?○?월 ○?○?일부터 ○?○?일까지 한시적 판매’라고 적힌 광고 현수막이 그것이다. 때로는 마진이 줄더라도 예금ㆍ적금으로 돈을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단하면 행사를 진행한다. 언제 나올지 모르고 금세 끝나기 때문에 잘 봐야 한다. 친한 은행원에게 특판 금리가 나오면 연락 달라고 말해 놓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