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여경아 위원 (산부인과 전문의)】
지난 해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딸이 크면, 매일 아침 콘돔을 챙겨줄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 후 큰 파장이 일었다. 특히 온라인에서 각종 비난이 쇄도했다. 그녀가 정말 비난 받을 말을 한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피임을 하지 않아 불안하다거나 제대로 피임을 했는지 몰라 걱정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결정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더는 쉬쉬할 일이 아닐 테다. 생명 존중은 물론 안전한 성생활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피임! 종류도 많고 복잡해 보이는데, 내게 꼭 맞는 방법을 콕 집어 알아보자.
낙태율 3위, 출산율 최저!
피임법이 날로 발달하고 대중화되고 있다. 전 세계 낙태율은 줄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예외다. 2009년 낙태율은 세계 3위, 출산율은 최하위로 드러났다.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추정한 국내 낙태 건수는 34만 건이다. 이는 가임 여성 32명당 1명꼴로 낙태 경험이 있다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의료진과 최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우리나라. 의료선진국을 자랑하는 우리의 어두운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장)가 2008년 발표한 ‘한국 여성의 먹는 피임약에 대한 인식과 행태 조사’에 따르면, 19~34세의 가임여성 1000명 중 피임약 경험이 있는 여성은 18.9%에 불과했다. 나머지 81.1%는 피임약 복용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여경아 위원은 “계획하지 않은 임신은 많은 심적인 고통과 파트너와의 관계, 대인관계, 사회생활 등 여러 부분에서 문제를 야기한다.”며 “조금만 피임에 신경을 쓴다면 이런 문제없이 즐거운 성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다.”고 피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내게 딱 맞는 피임법을 찾아보자
가장 좋은 피임법은 쉽고 간편해야 한다. 부작용이 적고 피임 중단 시 가임능력이 빠른 시일 내 돌아오는 것이 좋다. 아직까지 100% 안전하고 확실한 피임법은 없다. 피임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은 피임법을 잘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결혼 유무와 성관계 횟수, 출산계획, 만성질환, 흡연, 비만, 혈액질환 유무 등에 따라 적합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피임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피임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파트너십이다. 그럼에도 생물학적으로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피임이나 임신을 여성에게 전가하기 쉽다.
피임방법 역시 대부분 여성 중심으로 개발되고 또 보편화돼 있다. 남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피임법이라면 콘돔과 정관수술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관수술은 영구 불임술이므로 자녀계획이 끝난 사람들이 택하는 피임법이다.
여경아 위원은 “피임할 때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꼭 맞는 피임법을 하는 것이 좋다.”고 밝히고 “이때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명 존중의 정신”이라고 말한다.
그럼 알고 하면 효과 2배인 올바른 피임 요령을 여경아 위원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 처음 성관계를 갖기 시작할 때는?
이 시기엔 경구피임약이나 콘돔, 페미돔, 살정제 등을 추천한다. 이러한 피임법은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사용 시 부작용이 생겨도 다른 피임법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콘돔과 페미돔 같은 물리적 차단법을 쓸 때 문제가 발생한 경우 응급피임법을 적용할 수 있다.
→? 장기간의 피임이 필요하다면?
장기간 피임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자궁 내 피임장치나 피하이식 피임법을 사용할 수 있다. 가족계획이 끝난 시점이라면 난관 결찰술이나 정관 결찰술을 시행할 수 있다.
Q1. 자연주기법은 무엇인가?
월경주기를 따져보아 가임기와 안전기를 계산해 이용하는 자연피임법이다. 여성의 월경주기는 대부분 24일에서 32일 사이다. 월경 출혈 시작 일에 주기가 시작한다. 배란은 주기 12일에서 18일 사이다. 난자는 배란 24시간 내에 수정이 되지 않으면 파괴된다. 정자는 일반적으로 사정 후 3일 정도 살아 있다. 따라서 주기법은 성교 시기를 수정가능기간을 피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Q2. 체외사정은 안전한가?
남성이 사정을 조절하는 체외사정. 안전하다고 믿는 남성이 많지만 실패율이 높다. 남성은 발기했을 때 맑고 끈끈한 액체를 한두 방울씩 흘리게 된다. 이는 사정 전에 요도를 깨끗이 청소하고 여성의 애액처럼 부드러운 삽입을 돕는 쿠퍼액이다. 이 쿠퍼액 속에는 이미 수천 개의 정자가 들어있기 때문에 삽입 시 사정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임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리 사정을 조절할 수 있는 남성이라도 체외사정은 위험하다.
Q3. 콘돔을 많이 쓰는 까닭은?
가장 널리 쓰는 피임기구 중의 하나다. 장점은 사용이 간편하고 남녀 모두 전혀 해가 없다는 것. 정확하게 쓰면 피임 효과도 상당히 높아 피임 기구 중 가장 많이 이용한다. 최대 장점은 성병 전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 반면 가장 큰 결점은 남녀의 직접적인 접촉을 막는다는 느낌이 성감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Q4. 경구피임약 장기 복용은 몸에 해롭나?
NO! 임신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고, 기형아를 낳을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은 오해다. 비교적 안전하고 사용이 간편해 성생활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 피임효과 외에도 생리통을 경감하고 불규칙한 생리주기를 조절해 줄 수 있다. 게다가 난소암과 자궁내막암 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뿐 아니라 과다월경 증세가 있을 때 생리량을 조절해 철결핍성 빈혈을 예방할 수 있다. 단 35세 이상 흡연여성이나 고혈압,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 여성은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할 것을 권한다.
Q5. 피임 못했을 땐 사후피임법이면 OK?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 관계를 한 후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해 응급으로 사용하므로 응급피임이라고도 한다. 먹는 약으로는 ‘포스티노’ ‘노레보’ 등이 있는데,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포스티노는 1정을 가능한 한 빨리(12시간 이내), 늦어도 72시간(3일) 이내에 복용한다. 노레보는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12시간 간격을 두고 2회 먹는다. 성교 후 72시간이 경과하고 1주가 지나지 않았다면 전문의 상담 후 자궁내 피임장치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부작용으로는 구토증, 어지러움, 피로감, 두통, 하복통 등이 있다. 유방이 민감해지거나 월경량 변화 등이 있다. 만일 실패해 임신이 될 경우 자궁외임신 확률이 5배나 증가하므로 응급 상황에만 쓴다.
Q6. 최신 피임법, 미레나와 임플라논
미레나는 황체호르몬을 넣어 만든 제품으로, 피임효과가 높다. 피임 목적 외에도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쓰기도 한다. 특징은 생리량이 줄기 때문에 이를 쓰는 여성 중 20%는 1년 후에 거의 생리가 없어진다. 과다생리로 인한 생리통 치료 목적으로도 쓴다.
임플라논은 길이 4cm, 폭 2cm 크기의 가느다란 봉을 팔 안쪽 피부 밑에 살짝 이식하는 방식으로 3년 동안 황체호르몬을 방출, 배란을 억제한다. 피임효과가 98% 정도로 높다. 시술 후 성생활이 편하고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장점이 있다. 장기간 부정출혈이나 무월경, 피부트러블,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시술 전 전문의와 상담한다.
‘잘’해야 임신을 피한다!
뜻 그대로 ‘임신을 피한다’는 피임! 무얼 선택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 중이신가?
여경아 위원은 “피임법을 선택할 때는 본인이 미처 알지 못하는 금기증이 있을 지도 모르므로 피임법에 따라서는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고 신중할 것을 당부한다. 스스로 판단한 무분별한 약 복용으로 피임효과를 못 보거나 생리주기 변화로 오히려 배란장애가 나타나 임신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피임을 할 때에는 지켜야 할 주의사항도 많다. 피임법 중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라면 불규칙적인 복용은 금물이다. 저녁 회식자리에서 음주도 약제의 효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그밖에 생리주기가 규칙적이어서 주기법을 이용해 피임을 하고 있다면 생활습관의 변화, 다이어트, 운동 등 배란일이 달라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소로 피임 실패율이 높아질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