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가트맨 공인부부치료사 최성애 박사(HD가족클리닉 원장)】
“재혼하면 잘 살 줄 알아? 며칠 못가서 금방 또 이혼할 걸?” 한 일일드라마에 나왔던 이 ‘독설’은 이제 막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한 재혼부부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한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해보려 하건만 주위의 시선은 ‘어디 잘되나 보자’는 심산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여기, 재혼부부를 위한 행복지침서가 있으니 참고하자.
PART 1. 행복한 부부가 되는 4가지 비밀
개그우먼 김미화, 이경실은 행복한 재혼생활로 현재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대표적인 재혼 연예인이다. 이혼으로 큰 시련을 겪었던 이들은 오히려 안정된 가정생활 덕분인지 재혼 후 더 활발히 방송에 매진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연예인뿐 아니라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지인 한두 명쯤은 재혼한 커플이 있다. 특히 재혼부부들은 초혼에 비해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미 한 번의 아픔을 겪었기에 똑같은 시행착오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부부관계를 잘 이어갈 것인지에 대해 적어도 초혼부부보다는 더 깊은 고민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흔히들 이혼 사유로 거론되는 것이 성격 차이. 이 외에도 시댁과 처가문제, 술, 도박, 폭력, 외도, 가치관의 차이 등을 이유로 “못 산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트맨 박사의 연구 결과 이혼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정적인 싸움방식’에서 드러났다. 그 중 가장 예후가 안 좋은 방식이 비난, 방어, 경멸, 담쌓기다. 사실 많은 부부가 싸우기도 하고 실수와 오해를 하지만 이 네 가지만 조심하면 이혼의 87% 정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가트맨 부부치료의 핵심이다.
가트맨 인스튜트에서 가트맨 공인부부치료사 자격을 획득한 아시아 유일의 가트맨공인치료사이자 HD가족클리닉 원장 최성애 박사는 “가트맨 부부치료는 한 개인의 성격을 고치거나 누가 옳은지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다.”고 역설한다. 대신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을 차단하고 부부관계에 독이 되는 행동방식(대개 말투)에 해독제 역할을 하는 행동패턴을 가르쳐 주는 것이 주요 목표”라는 것.
최 박사는 부부가 함께 오래도록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우호감을 느끼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과정을 익히는 것이 ‘행복한 부부관계의 비밀’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다음은 부부관계를 망치는 4가지 ‘독’이다. 이를 유념하고 최성애 박사가 제시한 ‘4가지 해독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자.
부부관계를 망치는 4가지 독&해독제
? 비난 “당신은 어떻게 된 사람이…….” “당신은 도대체 왜 일을 이따위로 해?” “당신이 항상 그렇지 뭐!” “만날 술이나 마시고 들어오고!” “당신은 절대로 그런 것 못해!”
부부 사이에는 이와 같은 비난의 말들은 절대 피해야 한다. 비난의 경우 배우자에게 인격적으로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란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상대가 역공(방어)을 하거나 담쌓기를 하며 악순환을 만든다.
최성애 박사의 부부관계 해독제 ①
비난 대신 적절한 불평과 요청을 하세요. 불평은 “집이 너무 어질러졌네”나 “집에 왔는데 먹을 게 하나도 없네”라고 말하는 식입니다. 반면 비난은 “당신은 도대체 뭐하는 여자가 싸돌아다니면서 냉장고도 이렇게 텅텅 비워놓았어?”라고 말하는 것이죠. 또한 요청을 할 때는 부드럽게 하되 구체적으로 표현하세요. 이를테면 TV를 보고 있는 남편에게 “그 프로그램 다 보고 나면 청소기 좀 돌려줄래?”라고 말하는 식이죠. 물론 상대가 요청을 들어줬을 때는 고맙다는 표현을 꼭 잊지 마세요.
? 방어 위의 경우처럼 상대가 비난을 하게 되면 “그러는 당신은 뭘 잘했는데?” “이게 당신 탓이지 내 탓이야?”“당신도 그러잖아. 당신은 안 그랬어?” “왜 나만 잘못했다고 그래?”와 같이 방어하게 된다. 방어는 ‘나는 결백하다’거나 ‘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공격-방어-공격-방어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 10년 전 얘기까지 거슬러가게 된다. 이렇듯 물고 물리는 기나긴 싸움은 이혼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최성애 박사의 부부관계 해독제 ②
방어의 해독제는 인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 다 내 잘못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인정이 아니라 ‘더 이상 말하지 않겠으니 네 마음대로 해라’는 담쌓기입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와이셔츠를 다려 놓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경우 “미안해. 요즘 와이셔츠를 일주일이나 다리지 못했네.”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요즘’, ‘좀’, ‘이번에는’ 정도로 부분적인 인정을 하면 관계가 독이 되지 않고 해독이 된답니다.
? 경멸 “어쭈~” “이 새대가리야!” “어이, 뚱보 아줌마!” “주제 파악이나 하시지!” “흥! 꼴에 잘난 척은!”과 같은 경멸의 말은 관계를 망치는 독 중 가장 나쁜 독이다. 위의 비난은 무엇을 잘못했을 경우 ‘네 잘못이다’고 말하는 것이지만, 경멸은 상대를 자신보다 못난 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경멸은 조롱하고 비웃기 때문에 상대의 기분을 훨씬 더 나쁘게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최성애 박사의 부부관계 해독제 ③
경멸 대신 호감과 존중을 자주 표현하세요. 특히 말뿐 아니라 억양이나 표정 등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관계를 개선해가는 중에는 아직 상대에게 마음이 열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정이나 말투를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대표적인 경멸의 말을 호감과 존중의 말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쭈~”는 “정말 잘했어.”, “어이, 뚱보아줌마!”는 “너무 마른 사람보다 푸근해서 좋아”, “너나 잘하세요.”는 “충고해줘서 고마워”, “넌 그냥 그렇게 살아라”는 “우리 좀 더 잘 해보자” 등입니다.
? 담쌓기 “어휴 지겨워. 또 시작이군” “그래, 혼자 실컷 떠들어라” “이럴 땐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라니까” 식의 담쌓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눈 마주치지 않기, 전화 꺼놓기, 상대가 말하는데 대답하지 않기, 각방 쓰기, 집 나가기, 별거하기 등도 해당된다. 많은 사람들이 담쌓기가 싸우는 것보다 낫지 않느냐고 하지만 담쌓기 역시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성애 박사의 부부관계 해독제 ④
담쌓기의 해독제는 ‘진정한 뒤 대화하기’입니다. 물론 담쌓기는 이미 신체적, 생리적으로 흥분된 상태이기 때문에 곧바로 대화를 하게 되면 더욱 격해질 뿐입니다. 따라서 산책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관점에서 들어주는 것입니다. 상대의 의견이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떠나서 ‘옳다, 그르다’를 따지지 않고 ‘그렇게 볼 수 있겠네’라고 반응하는 거죠. 아니면 “날 믿고 얘기해 줘서 고마워” 정도만 말하는 겁니다. 부정적인 사람에게 대화로 부드럽게 다가가면 안 좋을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오히려 마음을 열고 다가오게 되어 있습니다.
PART 2.?행복한 부부 vs 불행한 부부의 차이
그렇다면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점이란 무얼까? 행복한 부부는 평소 부정적인 언행에 비해 긍정적인 언행을 20배는 많이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보자.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데 둘 다 피곤하게 일을 끝내고 왔다. 부인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아이랑 눈 맞출 시간도 없이 빨리 저녁을 해야 한다. 그렇게 저녁 준비를 하는데 남편은 오자마자 양복을 휙 벗어놓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며 TV스포츠 중계를 본다. 아이는 놀아달라고 보채고 엄마는 밥 하느라, 아빠는 TV보느라 여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행복한 부부 사례
부인이 화가 잔뜩 나 있을 때 남편이 아기를 안고 부인에게 다가가 말한다. “엄마한테 가자. 엄마한테 가서 뽀뽀해 줘.” 그러면서 “미안해. 내가 아기 볼게. 저녁은 간단히 먹자. 설거지는 내가 할게.”라고 한다. 그러면 부인도 “나도 신경질 내서 미안해. 오늘 회사에서 좀 피곤한 일이 있어서 괜히 당신한테 짜증낸 것 같아.”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불행한 부부 사례
남편이 다가와서 화해를 청해도 부인은 계속 남편을 비난한다. 그리고 “우리 흥분하지 말고 물 한 잔 마시며 얘기하자.” 말하면 “너나 마셔!” 하고 외면해 버린다. 물론 그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화해를 시도하려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되기만 한다.
도대체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평소 부부가 얼마나 긍정성을 쌓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서적으로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감사하고 호감과 존중을 보였는가 하는 점이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의 차이를 낳는 것이다.
최성애 박사는 “평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고, 커피 한 잔이라도 타주고, 어깨라도 한 번 주물러주면 그것이 쌓여서 바로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평소 긍정적인 관계형성이 되지 않으면 부부문제가 생겼을 때 ‘말하기 싫어’, ‘관둬’, ‘됐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PART 3. 행복한 재혼을 위한 부부관계 개선법
이혼을 경험한 재혼부부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부부관계 개선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최성애 박사는 행복한 재혼생활을 위한 부부관계 개선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 부드러운 말투로 시작한다.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 가트맨 치료법에 따르면 우선 부드러운 말투로 시작해야 대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부부 사이는 대개 아내가 먼저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내는 부드러운 말투로 비난 대신 요청을 하고 남편은 방어나 담쌓기 대신 ‘다가가는 대화(우선 공감하며 들어준다. 관심과 열의를 보이고 상대를 존중하며 대화)’로 약간만 수긍(인정)하면 원만히 개선해 갈 수 있다.
? 상대의 장점을 찾아보자. 단, 배우자의 장점을 찾기 전에 자신의 장점부터 50가지 찾아서 적어보는 것이 우선이다. 자신의 장점을 아는 사람만이 다른 이의 장점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서로 미워했던 마음이 점점 순화되고 고마운 긍정적 정서로 변화될 수 있다. 처음에는 부부끼리의 장점을 찾아본 다음, 나중에는 관계회복을 하고 싶은 시부모나 자녀의 장점도 생각해서 정리하면 점차 가정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간혹 배우자의 장점을 찾아보라고 하면 찾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한두 가지 이상 떠오르지 않는 경우, 기존의 목록을 가지고 장점을 찾아보는 방법도 있다.
장점 목록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예쁘다. 매력적이다. 아름답다. 귀엽다. 잘생겼다. 호감을 준다. 멋지다. 다정하다. 현명하다. 솔직하다. 좋은 사람이다. 신앙심이 깊다. 지도력이 있다. 강하다. 착하다. 도덕적이다. 원칙적이다. 따스하다. 부드럽다. 다정다감하다. 우호적이다. 명랑하다. 친절하다. 예의바르다. 긍정적이다. 똑똑하다. 이타적이다. 정열적이다. 희생적이다. 인간미가 있다. 생각이 깊다. 전통적이다. 창의력이 있다. 이해심이 많다. 우아하다. 생동감이 있다. 이성적이다. 센스가 있다. 능력이 있다. 전문가답다. 지식이 많다. 겸손하다. 참되다. 평화적이다. 즐거움이 많다. 깔끔하다. 멋쟁이다. 믿을 만하다. 주의력이 있다. 사려깊다. 지적이다. 신사답다. 단정하다. 솜씨가 좋다. 생산적이다. 적응력이 높다. 훌륭하다. 재빠르다. 영감을 준다. 건전하다. 이 목록 가운데 자신의 배우자가 지닌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목록을 2~3개 골라보자. 그 다음 각 장점을 발견했던 상황이나 에피소드를 배우자에게 말해보도록 한다.
? 다행일기를 써보자. 최성애 박사는 미시간공대에서 학생들에게 뇌과학을 가르칠 때 활용했던 방법으로 ‘자신의 일기에 하루 세 문장씩 적어보는 것’이 부부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는 ~라서 다행이다’, ‘나는 ○?○?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나는 비록 ~지만 ○?○?가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식이다. 다만 다행일기를 쓸 때 전날 쓴 것과 똑같은 내용이 아닌 새로운 것을 찾아보도록 한다.
《TIP. 재혼가정을 위한 행복가이드》
1. 사소한 문제도 ‘규칙’을 정하라
양쪽 모두 자녀가 있다면 누구의 밥을 먼저 퍼줄 것인가, 싸울 땐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등 정말 사소한 일이 걱정이다. 이런 경우 나이순으로 하는 등 가정 내 규칙을 미리 정해놓으면 이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
2. 새로운 가정문화를 만들어라
서로 다른 두 가족이 합치게 되면 여러 모로 불편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 예를 들면 기존에는 각기 개별적으로 식사를 했지만 재혼 배우자는 매일 저녁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문화를 선호할 수도 있다. 또 각각의 자녀에게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주는 것이 좋다고 여길 수도 있고, 반대로 그때그때 용돈을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미세한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정문화를 버리고 새로운 가정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3. 우리 가족만의 공동체 의식을 만들어라
행복한 재혼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한 달에 한 번 외식을 한다거나 주말에 다 같이 가족농장을 찾는 등 가족 간의 유대감을 쌓아가는 것이 좋다.
최성애 박사는 미시간공대 심리학 교수 등을 역임한 아시아 유일의 가트맨 공인치료사로, 다수의 방송출연 및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가트맨식 부부치료와 자녀의 감정코칭에 관한 강연을 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