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문종환 건강칼럼니스트】
5월 18일, 미군이었던 스티브 하우스에 의해 경북 칠곡군에 있는 미군기지 ‘캠프 캐럴’에 고엽제 매몰 증언이 있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각종 의혹만 더 커지고 있을 뿐, 속 시원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고엽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다시 한 번 증폭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베트남 전쟁 때 파월장병에 의한 고엽제 후유증으로 인해 큰 사회적 파장을 겪었던 터라‘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몰 사건에 대해서 더 큰 관심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과연 고엽제란 무엇이며, 우리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다시 한 번 고엽제 문제를 생각한다.?
고엽제란?
고엽제는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산림에 살포하여 풀과 나무들을 말라죽게 함으로써 적군의 근거지를 제거하고 또한 적군 장악지역의 농업기반인 경작지를 파괴하기 위해 다량 살포한 다이옥신 계열 제초제들이다. 한마디로 군사작전에 화학무기로 사용한 독성물질인 셈이다. 고엽제가 요주의 물질인 이유는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이라는 맹독성 물질 때문이다. 다이옥신은 치사량이 0.15g인 청산가리의 1만 배, 비소의 3천 배에 이르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고엽제는 베트남전쟁 10년 동안 약 91,000㎘, 4톤 트럭으로 23,000대 분량의 엄청난 양이 베트남을 중심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일대에 살포되었다.
그 결과 1969년 인체 건강장애에 관한 보고가 제기되었고, 동물실험 등의 결과 암과 신경계 마비 등을 포함한 각종 난치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 1971년부터 사용이 중지되었다.
고엽제와 건강, 어떤 상관 있기에?
베트남전쟁 때 사용된 제초제는 크게 세 가지 종류였다. 오렌지 제제, 화이트 제제, 블루 제제가 그것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유기염소계 제초제를 혼합하면서 형성된 다이옥신이었다. 이것이 오렌지 제제(AGENT ORANGE)였던 것이다. 그러나 수확 직전 곡물에 뿌려진 비소제제인 블루 제제나 화이트 제제도 인체에 직접적인 독성이 강하기는 마찬가지다.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생존자 중 많은 사람들이 원인도 알지 못하는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으면서 죽어가고 있다가 1990년대가 되어서야 그것이 고엽제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미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다른 나라에서는 70년대부터 고엽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고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대책이 세워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군사정권 하에 있었으므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다가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고 관련 법률도 제정되었다.
그러나 고엽제 문제는 단순히 사회적 합의로만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만들어 낸 최대의 재난임을 인식하기 전에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끝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경제적인 성과와 편리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유독물질, 예를 들어 농약, 제초제 등 환경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사용을 줄여나가지 않으면 인류의 재앙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우리는 인류 최고의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들어지는 환경을 방치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비닐, 플라스틱 등의 쓰레기 소각, 농약이나 제초제 사용, 1회용품 사용 등에 있어서는 각별한 주의는 물론 이런 행위는 최소로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고엽제 후유증은 ‘공포’
1986년 6월, 이중체아二重體兒(Siamese twin-머리와 가슴, 팔은 따로 있고 소장 대장, 방광, 항문 등 골반 아래는 붙어있는 상태)인 베트와 도크가 치료차 도쿄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내용이 한 일간지에 보도되었다.
전쟁 중 고엽제 살포지역에서 태어난 이들이 고엽제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라는 것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이옥신의 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때 미국에선 이미 베트남 참전용사들의 고엽제 후유증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돼 있었다. 참전용사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후두암, 갑상샘암 발병률을 보였고 피부병, 난청, 신경마비, 성기능 저하 등 증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쟁이 끝난 지 6년이 돼 가던 79년 9월 미국의 ‘베트남 재향군인 에이전트 오렌지 희생자회(VVAOL)’는 고엽제 제조회사인 다우 케미컬, 몬산토, 허큘리스, 옥시덴틀, 다이아몬드 샴록 등 7개 화학회사를 상대로 4백 억 달러의 집단손해 배상 청구소송을 내기에 이르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는 35년이 넘었지만 파월장병들의 고엽제 후유증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그들의 삶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고엽제의 다이옥신은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은 인간이 만든 물질 중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독극물이며 무색ㆍ무취의 맹독성 화학물질로 주로 쓰레기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이다. 특히 플라스틱 물질을 태울 때 가장 많이 발생하며 석탄, 석유, 담배 등을 태우거나 농약 등 화학물질을 만드는 공장에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청산가리보다 1만 배나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인체에 흡수되면 반영구적으로 축적되어 기형아 출산과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다이옥신은 염소나 브롬을 함유하는 산업공정에서 화학적인 오염물로서 생성되고, 또 염소가 들어 있는 화합물을 태울 때 생기는데 이렇게 쓰레기 소각장에서 생성된 다이옥신이 공기 중에 떠돌다가 비가 오면 땅에 떨어져 토양을 오염시킨다.
이렇게 오염된 흙에서 재배한 채소나 과일 등을 통해서 인체에 들어와 축적되거나 오염된 흙에서 자란 풀을 동물들이 먹고 이 동물을 다시 사람이 먹게 되면 역시 다이옥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가 없게 된다.
이렇듯 다이옥신은 일단 생성되면 자연적으로 소멸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이옥신이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어 다른 물질과 결합하거나 화학적 반응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다이옥신은 음식을 통해서이며 호흡을 통해서 다이옥신에 오염되는 경우는 2~3%로 아주 낮다.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지방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일단 체내에 들어가면 대변이나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때문에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의 주요성분인 다이옥신으로 인하여 기형아 출산, 암, 신경마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92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유전 가능한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됐다.
고엽제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미군기지내 고엽제 매몰사건에 대해서는 그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져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을 은폐하려 하거나 국가 간의 이해 또는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되는 일이 벌어진다면 철저하게 인권을 유린한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누구의 책임을 묻기 이전에 이는 우리들의 문제이며, 생명의 문제이고, 후세에게 건강함을 물려줘야 할 우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또한 고엽제 사건을 계기로 우리들을 냉철하게 한 번 쯤 돌아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불과 100년 전에 비해 인간의 수명이 약 40년 정도 늘어나긴 했어도 아직 자연수명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에게 주어진 건강한 자연수명을 즐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은 많다. 특히 차량으로 인한 매연과 분진, 편리함의 최전방에 위치하게 된 1회성 용품의 과다 사용, 그리고 유해화학제품을 포함한 쓰레기 처리, 제초제와 농약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농법, 맛과 향을 내기 위한 각종 합성화학첨가물 사용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고민을 해 봐야 할 것이다.
● 쓰레기 소각을 최소화해야 하며 특히 플라스틱과 1회성 용기 소각을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며 정책적으로도 검토되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농약이나 제초제 사용을 자제하는 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 가정에서는 화학제품의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세제를 비롯하여 플라스틱 제품에 이르기까지 환경문제와 결부된 모든 제품의 사용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 흙과 공기, 물의 오염은 국경이 없다. 이것들이 오염되면 우리의 생명도 삶도 보장받을 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환경오염, 흙과 공기·물의 오염, 나아가 먹을거리의 오염에 대해서 한 번쯤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또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