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근로복지공단 안산중앙병원 신경과 이대균 전문의】
직장인 김선희 씨(27세)는 휴대폰 알람소리에 놀라 일어난다. 샤워를 하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다. 전날 과음한 탓에 전자레인지에 일회용 죽을 데워 먹고, 얼마 전 다녀온 치과에서 산 전동칫솔을 이용해 이를 닦는다. 화장을 하고 옷을 입은 후 출근길에 나선다. 그녀는 전철 안에서 귀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꽂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도중에 동료가 휴대폰으로 연락을 해 통화를 한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오후에는 거래업체에 들러 회의를 한다. 개인 노트북을 펼치고 무선공유기에 연결, 필요한 자료를 검색하면서 사람들과 일을 한다. 이후 사무실에 복귀한 그녀는 또다시 컴퓨터 모니터 앞에 시선을 고정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김선희 씨의 일상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각종 가전제품과 IT제품, 그리고 최근 ‘선’에서 해방된 다양한 모바일 제품들은 우리의 삶을 더 편하고 빠르게 해주고 있다. 헤어드라이기, 전자레인지, 전동칫솔, 블루투스 헤드셋, 핸드폰, 컴퓨터, 노트북 등…. 하지만 한 가지가 슬쩍 걱정되기 시작한다. 바로 전자파다. 설상가상 세계보건기구가 휴대폰의 전자파가 뇌종양 발생과 관련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리 주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전자파가 새삼 두려워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자파 공포로부터 벗어날 해법을 찾아본다.
양날의 칼 전자파란?
전자파란 전기 자기파의 줄임말로,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전기장 및 자기장의 파동에 의해 발생하는 일종의 전자기 에너지다.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햇빛), 자외선, X선, 감마선으로 구분하는데 주파수가 높은 자외선, X선, 감마선 등은 각종 암을 일으키고 생식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암연구소(IARC)가 휴대폰 전자파가 악성 뇌종양 발생 증가와 관계있다고 합의하고, 휴대폰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번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 전에도 휴대폰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은 계속 있어왔고, 현재 각국에서는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규정을 시행 중에 있다.
근로복지공단 안산중앙병원 신경과 이대균 전문의는 “휴대폰의 특성상 사람의 얼굴 부분과 머리 부위에 휴대폰 전자파가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보건의료계에서는 휴대폰과 뇌종양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지만 전자파라는 것이 안전하다고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안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라.”고 권한다.
휴대폰 전자파, 되도록 몸에서 멀리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과 관련해서는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총량보다 전자파의 흡수율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전자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자파의 흡수율을 줄여야 한다.
전자파는 거리가 멀어지면 급속하게 영향력이 줄어드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휴대폰을 몸 가까이에 두지 않아야 전자파 흡수율을 줄일 수 있다. 외출 시 옷 주머니에 넣거나 손에 쥐고 있기보다는 가방 안에 넣어 몸으로부터 떨어뜨려 보관한다. 또 열이 과하게 발생할 정도로 휴대폰을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양의 전자파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시간 이용할 때는 유선 전화를 이용하거나 핸즈프리를 이용하고, 음성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활용한다. 또 휴대폰 중 전자파 방출이 적은 제품을 사용하고, 수신감도가 낮은 곳에 있을 경우 전자파 발생이 더 증가하므로 휴대폰을 아예 꺼두는 것이 좋다.
더불어 스마트폰은 평소에 WiFi를 꺼놓는 것이 좋다. 무선데이터를 계속 켜놓으면 휴대폰이 계속해서 전파를 수신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전문의는 “특히 어린이들은 긴급한 경우를 제외하고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어린이의 경우 골 두께가 얇아 전자파 흡수율이 성인에 비해 높거니와 뇌와 신경조직이 아직 성장기에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 플러그는
뽑아두는 게 최선책
휴대폰 외에도 각종 가전제품에서 다양한 파장의 전자파가 발생한다. PC, TV, 전자레인지, 헤어드라이, 냉장고, 전기장판 등과 같이 일상생활과 밀접한 대부분의 전자제품들은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생활 속 관리가 필요하다.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은 아예 플러그를 뽑아둬야 한다. 전원을 끄더라도 전기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엔 감전 등 전기사고 예방을 위해 전위를 0으로 유지하는 접지콘센트나 접지플러그를 사용하는 추세다. 이들 제품은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는 만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무접지 콘센트를 사용하고 있다면 접지 콘센트로 바꾸거나 접지 멀티탭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제품을 사용할 때는 가급적 일정 수준 이상의 거리를 두는 것이 전파 흡수율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TV는 1m 이상, 컴퓨터 모니터와 전자레인지 및 청소기는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한다.
TV의 경우 구형보다는 신형을, 브라운관 타입보다는 LED, LCD 등의 타입이 전자파가 덜 나온다. 또 공기 청정기와 가습기 등은 음이온 발생과 강력 모터 구동으로 전력 소모량이 많아 비교적 강한 전자파가 나온다. 때문에 가능한 구석진 곳이나 높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전기장판의 경우도 이불을 두툼하게 깐다고 전자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만큼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숯, 선인장 전자파 차단 효과 없어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에서 실시한 국내 시판 중인 각종 전자제품에 대한 전자파 방출량 측정 결과 모두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안전기준치 이하로 측정되고 있다. 하지만 ‘전기장판을 깔고 자면 머리가 띵하고 아프다. 컴퓨터를 오래 하면 머리가 어지럽다.’등의 직접적인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어 일각에서는 안전기준치가 지나치게 높게 설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자파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전자파 차단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제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알려진 전자파 차단 물품으로는 숯과 동전, 선인장 등이 있는데,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자파 연구 결과 이들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시중에 유통되는 다양한 전자파 차단 스티커들은 대부분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전자파, 지나친 우려는 금물
이번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두고 일부 언론들이 지나친 경계와 불안감 조성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WTO 발표 원문을 인용하자면, “휴대폰의 장기간 사용이 뇌종양의 유발과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휴대폰의 전자파 유해성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향후 더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며, 휴대폰 사용자들은 올바른 휴대폰 사용으로 휴대폰 전자파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는 권고수준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옳다.
전자파 유해 논란은 아직도 진행 중에 있고,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지난 5월 24일부터 31일까지 프랑스 리옹에서 ‘무선 주파수 전자기장에 과다 노출에 의한 잠재적 발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다. 14개국 31명의 전문가들이 표결 끝에 휴대폰의 사용이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세포종 및 청신경종의 발병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고 합의하고 발표했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분류 기준에는 5단계가 있는데, 3~5 등급은 암 유발과 관계가 없다는 의미고 2등급부터는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휴대폰 전자파의 경우, 2단계인 2B 등급으로 분류되었다.
이대균 전문의는 근로복지공단 안산중앙병원 신경과 과장 및 진료부장으로 재직 중이며 대한 신경과학회 정회원, 대한 뇌졸중학회 정회원, 대한 두통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