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프로젝트 준비로 2주일째 야근을 하는 직장인 박수철 씨는 링거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수척해지고 기운 없는 박 씨의 모습에 직장 동료들이 “이럴 때는 링거 한 방이 최고”라며 부추겼기 때문이다. 박 씨는 과로로 쓰러졌다가 링거를 맞고 촬영장에 복귀해서 멀쩡하게 촬영을 끝냈다던 한 연예인처럼 병원에서 링거 한 방을 맞으면 며칠은 거뜬하게 야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씨처럼 과로로 지치거나 힘이 없으면 링거를 맞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링거를 맞으면 힘이 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소용이 없다는 사람도 있다. 진짜 링거 한방이면 없던 기운도 쑥쑥 솟아나는 걸까?
진짜 링거는…
링거하면 포도당 수액제를 흔히 떠올린다.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원래 링거는 포도당 수액제가 아니다.”며 “수분과 칼슘, 칼륨 등의 전해질로 이루어진 링거 용액”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링거 용액뿐 아니라 식염수, 포도당 수액제, 아미노산 수액제, 지질 등까지 링거라고 통칭해 불리고 있다.
링거가 꼭 필요할 때는 설사, 구토, 출혈, 금식을 할 때다. 설사와 구토를 하면 물만 빠져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트륨, 칼륨, 칼슘 등 전해질이 함께 빠져나오는데 링거가 이것들을 보충해준다. 설사와 구토에 시달리는 사람이 링거를 맞으면 기운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링거는 부족한 혈액량을 늘려준다. 혈액이 부족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뇌 혈류량이 감소하며 심장과 신장기능이 약화되는데 이를 방지한다. 원장원 교수는 “링거 용액이 보충되면 세포활동, 심장근육활동, 신경활동에 필요한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이 적정 농도로 유지된다.”고 설명한다.
포도당 수액이 뽀빠이 시금치?
식염수, 포도당 수액제, 아미노산 수액제 등은 링거와 다르다. 식염수는 대량 출혈, 쇼크 등에 빨리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쓰인다. 포도당 수액제와 아미노산 수액제는 잘 아는 대로 영양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한다. 단, 식사를 못해서 영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맞는 수액제로 보는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 금식 후 첫 2~3일까지는 포도당 수액을, 3일 이상은 아미노산 수액도 함께, 5일 이상은 지질 수액까지 맞아야 된다.
원장원 교수는 “식사를 제대로 하고 있다면 기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포도당 수액제를 맞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포도당 수액제 5% 1L의 수액제의 열량은 170kcal로 밥 반 공기 정도의 열량이다. 2L를 맞아도 밥 한 공기 열량밖에 안 된다. 아미노산 수액제 500mL의 열량은 120~ 130kcal로 쇠고기 300g에도 못 미친다.
기운이 없으면 수액제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식사를 규칙적으로 골고루 먹으면 된다. 원장원 교수는 “포도당 수액제를 맞은 후에 잠깐 힘이 난다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봤을 때 별 효과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에 심한 음주 등의 이유로 혈당이 떨어진 경우라면 포도당이 급하게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포도당이 부족하면 우리 몸은 근육에 있는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므로 근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상처 치유도 포도당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포도당은 수액제가 아니라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링거 좋아하다가 건강해칠라
링거와 포도당 수액제를 필요 없을 때 맞는다면 효과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링거는 혈압을 올리기 때문에 고혈압이 있거나 심부전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포도당 수액제는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이 있다면 신중해야 한다. 포도당이 들어가면 혈당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포도당이 지나치면 백혈구의 기능 이상으로 면역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더불어 필요 없는 포도당이 지방으로 간에 쌓여 지방간이 생길 수도 있다.
원장원 교수는 대한가정의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노인내과 연수를 거쳤으며, 대한노인병학회 간행이사다. <한국 노인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 저서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