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 교수】
서울 강동구에 거주 중인 손미현(32세) 씨는 얼마 전 이상한 증세를 겪었다. 평소 잘 뛰던 심장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으면서도 심장이 한 박자 빨리 뛰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미현 씨는 이러한 증세를 수차례 느끼자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부정맥’의 한 종류인 ‘발작성 빈맥’ 진단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배우 김수현도 같은 병을 앓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도대체 부정맥이 무엇이길래 사람 마음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걸까?
총 맞은 것처럼~ 심장이 아파~
인간의 심장은 1년에 평균 잡아 약 4천 만 번, 분당 60회에서 100회 정도로 쉴 새 없이 뛴다. 이 주먹 만한 크기의 심장은 엄마 뱃속에서 시작해 우리의 삶이 끝나는 그날까지 단 1초도 거르지 않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있게, 또 규칙적으로 피를 펌프질해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하지만 평생 심장이 이렇게 일하다보니 가끔은 고장이 난다.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리거나 혹은 정상맥박(분당 60~100회 사이)이라도 맥박이 불규칙한 경우다. 이것이 바로 ‘부정맥’이다. 통상적으로 심장 박동수가 분당 100회 이상으로 너무 빠르면 빈맥, 60회 미만으로 너무 느린 경우를 서맥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부정맥은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기도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김영훈 교수는 “신경 써야 되는 일 혹은 걱정되는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또 “운동할 때나 긴장했을 때 가슴이 일시적으로 두근거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럴 때는 꼭 병원으로~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데 맥박이 갑자기 분당 100회 이상으로 빨라진다든지, 계단을 오르거나 급하게 뛰는데도 맥박이 60회 미만인 경우처럼 비정상적인 상태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김영훈 교수는 “이 경우 심장 내에 어떤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특히 다음의 상황은 꼭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다.
● 맥이 연속적으로 몇 개 이상씩 빠지면서 자주 어지럽고 또 실제로 쓰러지는 경우
●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경우
● 가만히 있을 때 마치 오토바이 엔진이 켜지듯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있을 때
● 신체에 다른 심각한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부정맥이 관찰될 때
● 부정맥 자체로 인해 몹시 괴롭거나 불안한 경우
이럴 때는 꼭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정맥의 경우 심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병원에서는 심전도 검사, 기립경 검사, 심초음파, 전기생리학적 검사 등을 시행하여 부정맥 여부를 판독하게 된다.
나이 들면 각별 조심! 부정맥
부정맥 중 가장 흔한 것은 바로 심장세동이다. 빠르면서도 불규칙한 부정맥인 심장세동은 심방의 수축이 없어지면서 미세하게 떨리는 상태를 말한다. ▶평소 불규칙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는 증세 ▶맥이 고르지 않고 갑자기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드는 증세 ▶한쪽 몸에 마비가 오는 증세 등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전혀 증세가 없는 경우도 있고 나이가 들어 오래된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졸중의 발생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김영훈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운동능력이 저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만약 심장세동일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운동능력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덧붙인다.
또 고령에서는 지나치게 맥박이 느린 서맥성 부정맥도 흔하다. 특히 이처럼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부정맥의 경우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절히 혈압치료를 받고 관상동맥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젊은 연령에서는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이 흔한 편이다. 증상이 가벼우면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간단한 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심장이 안 아프려면 만성질환 관리를~
김영훈 교수는 “다른 질병들처럼 부정맥 역시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정맥이 의심된다면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부정맥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고령, 비만,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선천성 또는 각종 심장질환 등을 꼽지만,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만성질환을 꾸준히 관리·치료해야 부정맥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비만, 혈당, 혈압 등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체중조절이나 적절한 식사를 통한 칼로리 섭취 조절, 과도한 염분 섭취 제한 등을 실천해야 한다.
김영훈 교수는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가급적 과도한 음주와 흡연, 지나친 카페인 섭취 등을 자제하는 것이 심장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며 “평소 과로나 스트레스를 덜 받는 생활을 하라.”고 조언한다.
김영훈 교수는 대한순환기학회 의료정보 이사, 대한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 대한내과학회와 미국심장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내 최초로 심방세동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