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분당차여성병원 여성비뇨기과 홍재엽 교수】
‘방광을 잠그면 행복이 열립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선포한 요실금 및 배뇨장애 인식 제고와 극복 의지 고취를 위한 골드리본 캠페인의 슬로건이다.
나도 모르게 소변이 나와서 팬티와 바지를 적시는 요실금. 내 몸이 제멋대로여서 속상할 뿐 아니라 자긍심에도 흠집 내는 대표 질환이다. 요실금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은 한 가지다. 방광과 요도가 잠글 때 잠기고, 열려야 할 때 열리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은 우리 생활 속 가까이에 있다. 요실금 예방의 핵심, 내 방광과 요도 꼭꼭 잠그는 법을 알아본다.
찔끔찔끔 복압성 요실금, 왜?
요실금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증상이다. 소변은 나와야 할 때보다 나오지 말아야 할 때가 훨씬 많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그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불쾌한 상황이 벌어진다. 쾌적한 생활, 신체 활동, 사회생활 등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이다.
분당차여성병원 여성비뇨기과 홍재엽 교수는 “요실금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올 수 있지만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복압성 요실금은 요도와 방광을 지탱하는 골반근육이 약해지거나 요도의 닫히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생긴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 무거운 것을 드는 등 배에 힘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소변이 샌다. 여성의 복압성 요실금은 임신 및 출산과 더불어 요실금을 유발하는 생활습관과도 관련이 깊다.
홍재엽 교수는 “초산인 경우 말기 임신부의 32%가 요실금이 생기고, 출산 직후에 19%, 출산 12주 이후에는 6%가 된다.”고 말한다. 언뜻 생각하면 출산 이후에는 요실금이 줄어드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통계가 쭉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40~50대 중년 여성의 40%가 요실금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요실금 때문에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하는 중년 여성은 12%에 달한다.
홍재엽 교수는 “반복적인 출산, 폐경, 천식처럼 기침을 유발하는 질환, 비만, 변비 등에 해당되는 경우 복압성 요실금이 잘 생긴다.”고 설명한다.
말 못하고 쉬쉬~요실금 예방법
1. 골반근육운동(케겔운동)을 하자!
골반근육은 요도, 질, 항문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 골반근육이 약해지면 요실금이 잘 생기므로 평소 골반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요실금이 있어도 골반근육 강화만으로 증상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골반근육운동은 출산 후 골반 이완 때문에 생긴 성기능 장애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6~8주 정도 계속하면 좋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흔히 골반근육운동이라면 질 주위 근육을 조였다 펴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움츠렸다가 펴기만 반복하면 큰 효과가 없다. 홍재엽 교수는 “골반근육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며 “하나는 지구력이 있으면서 방광, 자궁 등을 처지지 않게 올리는 근육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력이 없지만 순발력을 발휘해 소변이 나오지 않게 빨리 막는 근육이다.”고 설명한다. 요실금을 예방하려면 둘 다 단련해야 한다. 그래서 요실금 예방 및 치료에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골반근육 운동법은 다음과 같다.
① 질 주위 근육을 10초간 조인다(지구력 있는 근육 강화).
② 10초나 20초 쉰다.
③ 질 주위 근육을 짧게 조였다 풀기를 3번 반복한다(소변이 나오지 않게 재빨리 막는 근육 강화).
④ 10초나 20초 쉰다.
이 네 가지 동작이 한 세트이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10세트씩 하면 된다. 처음에는 매일 하고 골반근육이 어느 정도 단련된 후부터는 일주일에 2~3번으로 줄여도 근육은 유지된다.
홍재엽 교수는 “매일 보는 드라마를 볼 때는 꼭 한다든지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이 좋다.”며 “근육 운동이므로 꾸준히 안 빠지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실금 증상은 폐경 이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여성호르몬이 줄어들어 요도의 저항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폐경을 앞두거나 폐경이 됐다면 골반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2. 복압을 올리지 말자!
복압이 올라가는 순간 소변이 찔끔 나오게 된다. 격한 운동, 무거운 것을 지속해서 들어 올리는 일 등은 복압을 올리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변비가 있다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홍재엽 교수는 “변비라면 볼일을 볼 때 많은 힘을 주게 되는데, 그러면 복압을 골반근육 쪽으로 쏠리게 하기 때문에 골반근육과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만도 복압을 높이는 주범이다.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임신과 출산 때부터 요실금을 예방하자!
홍재엽 교수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도 요실금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일단 임신했을 때는 신생아의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지 않게 임신 말기에는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한다. 또한 분만 2기 시간(아기 머리가 자궁경부를 나와서 골반 근육에 걸려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라마즈 호흡, 골반근육운동, 근육이완 명상 등을 하는 것이 좋다.
홍재엽 교수는 “출산 후에는 모유 수유 등을 통해 출산 전 몸무게를 회복하고, 출산 후에도 산후체조와 골반근육운동을 같이 하면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조언한다.
4. 과민한 방광을 잠재우자!
절박성 요실금은 순간 강한 요의를 참지 못하고 소변이 새는 것을 말한다.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차지도 않은 상태에서 방광이 저절로 수축하여 발생한다. 절박성 요실금은 찔끔찔끔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과 달리 새는 소변 양이 많다. 그래서 화장실이 없으면 불안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등 심각한 불편함을 호소한다.
홍재엽 교수는 “절박성 요실금이 있으면 방광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소변의 양이 갑자기 늘어나면 방광은 더 수축하는 성질이 있다. 단시간에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된다. 물뿐만 아니라 커피, 녹차, 맥주 등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를 먹어서 소변의 양을 갑자기 늘리지도 말아야 한다.
홍재엽 교수는 여성요실금, 여성배뇨장애, 남성불임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세계비뇨부인과학회 아시아 대표를 역임했으며 세계요실금학회, 여성성기능장애연구회, 대한성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