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싸고 간편하게 한 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기본적으로 원하는 콘셉트이다. 식품회사가 이를 놓칠 리 없다. 앞다투어 레토르트 푸드(즉석식품), 패스트푸드 등을 개발, 시장에 내놓았다.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오늘날 거의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즉석식품이 식품매장과 편의점에 빽빽하게 진열돼 있다. 편리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간편한 한 끼!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레토르트 푸드란?
레토르트 푸드(Retort food)라 함은 단층 플라스틱 필름이나 금속박 또는 이를 여러 층 접착하여, 파우치와 기타 모양으로 성형한 용기에 제조, 가공 또는 조리한 카레류, 하이스류, 자장류, 죽, 국, 탕, 찌개, 전골, 수프, 어육류, 조리가공품 등의 식품을 충전하고 밀봉하여 가압·가열·멸균 또는 살균한 것을 말한다. 직접 또는 간단한 조리방법으로 식용이 가능하며, 보존성이 높고, 휴대와 운반이 용이하도록 인스턴트화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식품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이유는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독신 남녀의 증가, 바쁜 일상으로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해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사람들, 그리고 신세대 부부의 식습관 변화 등으로 레토르트 푸드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즉석식품 즐기면 뼈에 바람 든다?
“즉석식품 즐기는 여성 골다공증 조심하세요!”
어느 일간지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골다공증은 알려진 것처럼 뼈에 바람이 들어 약해져 쉽게 부러질 위험이 있는 상태의 증상이다.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정도 골다공증의 위험이 많은데, 이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 때문이다. 여기에 식습관이 나빠지면 골다공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훨씬 높이게 된다는 사실이 임상연구 결과 밝혀졌다. 여기서 나쁜 식습관은 탄수화물과 육류, 특히 스낵이나 즉석식품을 많이 먹는 것을 말한다.
천덕꾸러기, 환경호르몬도 문제
우리가 애용하는 대부분의 레토르트 푸드의 용기나 포장지는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플라스틱, 알루미늄 포일 등이 사용된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플라스틱 제품은 열과 염분과 전자레인지 등으로 인해서 환경호르몬 유발물질을 배출할 수 있다.
이미 사회적 이슈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호르몬은 바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가다가 종이컵 등의 1회 용품이나 플라스틱 용기·포장지 제품에서 발생해서 사람들의 체내로 유입돼 내분비 교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식품 제조업체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포장지를 개발, 생산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그 안전성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레토르트 푸드의 포장음식용기로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은 폴리프로필렌 (polypropylene : PP), 폴리에틸렌 (polyethylene : PE), 폴리스티렌 (polystyrene : PS)으로 압축될 수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PP다. 폴리프로필렌은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에서도 ‘미래의 자원’이라고 인정할 만큼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자원이라고 하는데 친환경 자원의 기준이 뭔지는 알 수 없다.
환경호르몬은 적은 양으로도 인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내분비(호르몬) 계통에 혼란을 가져와 암, 아토피 등을 포함하여 성조숙증과 태아에도 영향을 미쳐 기형인 아기를 낳을 수도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 아무리 훌륭한 플라스틱 제품이라 해도 플라스틱 본래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아무리 열에 강한 플라스틱이라도 전자레인지에서의 사용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전자파가 플라스틱을 그냥 통과한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환경호르몬 등)가 발생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또한 모든 플라스틱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본질(석유화학산업)을 벗어날 수 없고, 카드뮴이나 톨루엔 등의 독성물질이 공통적으로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즉석밥을 예로 한 번 들어보자. 제조공정상 즉석밥은 용기에 담긴 후 밥이 지어진다. 용기에 불린 쌀을 넣고 가압 살균 과정을 거친 후 필터를 통해 물을 충진해 밥을 짓는다. 밥을 하는 과정과 뜸을 들이는 과정에서 열이 가해진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전부터 이미 용기에 열이 여러 차례 가해진 것이다. 정말 환경호르몬 문제에 대해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
폴리프로필렌의 성질상 녹는점이 165℃이므로 용기에 열이 가해진다 해도 유해물질(환경호르몬 등)이 녹아서 밥으로 흘러들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조리를 했을 때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면 환경호르몬은 어떻게 해?
지구는 머지않아 쓰레기 소각장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석유화학제품이 재생이 거의 안 되고 소각되는데 특히 1회 용품을 비롯해서 레토르트 푸드 용기와 포장지도 대부분 소각된다. 이러한 석유화학물질의 소각은 유독가스 등 유해화학물질을 발생시켜 공기 중으로 배출한다. 생활이 편리하면 편리해질수록 비닐과 플라스틱 수요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우리의 생활환경이 갈수록 악화된다는 얘기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어쩔 수 없이 레토르트 푸드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레토르트 식품 이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 이는 아이들에게 음식이 문화와 삶을 반영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또한 성장기 아이들에게 밸런스 있는 영양공급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섭취는 많고 비타민이나 미네랄, 그리고 생리활성물질은 거의 없는 이런 종류의 식품들을 아이들이 즐기게 되면 나중에 입맛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밥상머리 교육은 사실상 어렵다고 하더라도 온 가족이 함께 집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는 날을 늘려가는 것은 부모로서의 기본적인 의무라 할 것이다.
만약 부득이하게 레토르트 식품을 먹어야 할 때면 몇 가지 내용을 확인할 것을 권한다.
첫째, 용기의 재질은 폴리프로필렌(PP)임을 확인한다. 이는 보통 용기 아래쪽에 찍혀 있다.
둘째, 포장지가 뜯어졌는지, 혹은 구멍 난 곳은 없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뜯어졌거나 구멍이 난 곳이 있다면 음식이 부패하거나 변질됐을 가능성이 많다.
셋째, 전자레인지용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에 옮겨서 조리를 하는 것이 좋고 충분히 익혀서 먹도록 한다. 만약에 설익은 부분이 있다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환경호르몬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설혹 환경호르몬 과잉염려증이라고 해도 좋다. 예방이 최선이다. 모든 사람들은 건강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런데 밥상에는 온통 쓰레기들로 가득하다. 냉장고 안에도 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왜 쓰레기인지도 알지 못하고 날마다 먹고 있다.
진정으로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면 냉장고 속에 있는 가공식품부터 쓰레기통에 넣어라. 공장에서 생산한 가공식품은 건강을 위해서는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하나 더 바라는 것은 플라스틱 제품을 주방에서 추방하는 것이다. 가공식품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플라스틱 제품을 주방에서 추방시키는 일이야말로 가족사랑 실천의 첫 번째 일임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