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장항석 교수】
건강에서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더운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분 섭취가 중요한 때이고,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물들이 넘쳐나는 때다. 이러한 물의 홍수 속에서 건강한 물을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몸의 생명수가 되어줄 좋은 물과 먹지 말아야 할 나쁜 물, 그리고 이상한 물에 대해 알아보았다.
건강에 이로운 좋은 물
왜 물이 중요한 걸까? 답은 자명하다. 물이 없으면 죽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바로 ‘물’이다. 물은 세포 구성에서 혈액순환, 체온조절, 영양소 운반, 노폐물 배출, 면역력 강화 등 우리 몸 구석구석에서 작용하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갑상선암센터 장항석 교수는 “물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성분이므로 좋은 물을 잘 먹으면 건강하고 장수할 수 있다.”며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물은 어떤 물일까? 머릿속에 몸에 좋다고 들은 물들이 한두 개 정도는 떠오를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좋은 물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첫째, 정확하게 중성이어야 한다. 중성이면 7.0pH(수소이온농도지수, 수치가 작을수록 산성, 높을수록 알칼리성)이다. 장항석 교수는 “물에는 미량의 전해질 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자연에서는 정확하게 7.0pH인 물이 없다. 그래서 범위를 조금 넓혀 6.5~8.5pH를 중성이라고 정의한다.”고 말한다. 이 범위의 물이 생명체가 위해 없이 먹을 수 있는 좋은 물이라고 한다.
둘째, 깨끗해야 한다. 먼지, 흙, 낙엽 등 어떤 물질의 부유물도 없어야 한다.
셋째, 중금속이 없어야 한다.
넷째, 어떤 종류의 세균도 있어서 안 된다.
다섯째, 유기물(배설물 등)이 없어야 한다.
장항석 교수는 “위의 조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갖추어야만 좋은 물”이라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좋은 물은 너무도 당연해서 밋밋한 느낌마저 든다. 미네랄이 들어있다든지 용존 산소량이 많아야 한다든지 특별한 조건이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다.
물론 이런 물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물에 대한 문턱이 높지 않아 다행스럽기도 하다. 비싼 돈을 투자해 특별한 것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물을 가끔 먹기보다는 좋은 물을 수시로 자주 먹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수돗물이나 정수기 물, 생수는 가장 보편적인 좋은 물이다.
● 수돗물의 염소 냄새가 꺼려진다면 끓이거나 하루 정도 받아두거나 숯 등을 넣어 두면 염소 냄새 없이 먹을 수 있다.
장항석 교수는 “수돗물은 좋은 물이다. 다만 수도관이 다 깨끗한 것은 아니기에 낡은 수도관을 통과할 경우 우려되는 점은 있다. 하지만 정수기를 달면 이 역시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 정수기 물은 염소 냄새도, 낡은 수도관으로 인한 문제도 없는 좋은 물이다. 하지만 필터 관리를 소홀히 하면 더 많은 세균에 노출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생수는 좋은 수원의 지하수에 정수과정을 거친 물이다. 단 수돗물과 달리 염소 살균은 하지 않는다. 장항석 교수는 “생수도 좋은 물이지만 생수가 담긴 페트병이 고열에 노출될 경우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으므로 관리에 주의해야 하며, 자연에서 벗어나 병이나 페트병에 담긴 순간부터 물은 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따라서 생수를 고를 때 유통과정도 고려해봐야 하겠다.
좋을 물을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8잔(1.5~2L)을 마시라고 권고한다. 한꺼번에 많이 마시기보다는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고, 갈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 마시는 것이 좋다.
마시면 해로운 나쁜 물
나쁜 물은 한마디로 ‘오염된 물’이다. 눈에 띌 정도로 부유물질이 있거나 눈에는 깨끗해 보여도 중금속이 있거나 세균에 오염된 물이라면 나쁜 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조건과 반대되는 물이 나쁜 물이다. 장항석 교수는 “좋은 물은 그 조건을 모두 다 갖춰야 좋은 물이고, 나쁜 물은 그중 하나만 해당돼도 나쁜 물”이라고 말한다.
나쁜 물을 좋은 물로 바꿀 수 있을까? 장항석 교수는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끓여 먹거나 술을 담가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 국가에서 맥주나 포도주가 발달한 이유가 석회 성분이 많은 물 때문이다. 그런 물을 그냥 먹을 수가 없어 맥주나 포도주를 만들어 먹은 것이다. 하지만 술을 담그면 갈증 해소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선 보리차를 끓여 먹었다. 장항석 교수는 “보리차에 사용되는 탄화된 보리가 중금속을 일부 빨아들이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의 물”이라고 덧붙인다. 현대에서는 정수기가 나쁜 물을 좋은 물로 바꿔주고 있다.
좋은 물? 나쁜 물? 알쏭달쏭 이상한 물
● 육각수 _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끓었던 육각수. 생수를 4~5도로 차게 하면 물 분자의 20~25%가 육각형을 이룬다고 해서 육각수다. 육각형의 물 분자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몸의 물 분자의 60%가 육각형이기 때문이다. 몸속 물 분자와 구조가 같은 물을 마시면 세포로 흡수가 잘 돼 신진대사나 노폐물 제거가 잘 된다는 것이다.
태초먹거리학교의 설립자이자 충남대 화학과 이계호 교수는 “낮은 온도에서 육각수가 만들어지더라도 36.5도의 체온 때문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육각수가 아닌 물로 변한다.”고 말한다. 장항석 교수는 “물 분자 하나는 안정적으로 결합한 분자다. 그래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어느 순간 육각형을 이루겠지만, 물 분자의 활동은 당구공과 같아서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 탄산수 _ 최근 들어 상쾌하고 톡 쏘는 맛으로 관심을 끌던 탄산수가 다이어트 효과까지 있다고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탄산수는 말 그대로 탄산(이산화탄소가 물에 녹아 생기는 산)이 들어있는 물이다.
장항석 교수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청량음료에 들어있는 탄산의 양과 탄산수에 들어있는 탄산의 양은 같다. 청량음료의 탄산은 건강에 해롭다고 여기면서 같은 양의 탄산이 들어있는 탄산수를 건강에 좋다고 여기는 건 좀 아이러니하다.”며 “상쾌한 맛의 기호식품으로 탄산수를 즐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식전에 탄산수를 마시면 탄산수의 이산화탄소 가스가 팽창해서 포만감을 주기에 식사량을 줄일 수는 있지만, 탄산수 자체가 체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는 없다. 또한 탄산수를 자주 마시면 위식도 역류 질환이나 복부 팽만감이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종류도 다양하고 기능도 다양한 물. 어떤 물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장항석 교수는 “유행하는 물들의 기능을 맹신해 물을 먹어서 질환을 낫게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적절한 양의 물을 어떻게 먹을 것인지에 신경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어떤 것이 건강에 좋다고 그것만 집중적으로 먹는 것만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성분이 아니라 용량이 독을 결정한다.’는 말을 늘 염두에 두길 바란다.”고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