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서울대 한국인뇌파데이터센터 강승완 교수】
뇌파를 자극해 집중력 등을 향상해준다는 기기가 등장해 큰 관심이 쏠린 적이 있다. 이를 통해 학업에 큰 효과를 얻었다는 사례도 알려져 당시 학생들에겐 꼭 갖고 싶은 아이템이었다. 이러한 뇌파는 현재 뇌파로 마우스를 조작하거나 문자를 입력하는 등의 첨단기술 개발과 치매·공황장애·ADHD 등의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우리 스스로 뇌파를 조절해 집중력을 향상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도 있을까? 있다면 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뇌의 목소리 ‘뇌파’를 아세요?
수많은 컴퓨터가 인터넷으로 연결돼서 아주 많은 정보가 오가는 것처럼 뇌는 아주 많은 정보를 매우 짧은 시간에 실시간으로 복합적으로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전기적 신호가 바로 ‘뇌파’다.
서울대 한국인뇌파데이터센터 강승완 교수는 “뇌에서 만들어진 전기적인 신호 하나하나는 굉장히 작아서 측정이 잘 안 된다. 하지만 뇌가 특정 기능을 할 때 수많은 신경세포 그룹들이 일정한 패턴으로 같이 온이 되거나 오프가 되면서 마치 모르스부호처럼 느리거나 빠른 뇌파가 나타나기도 하고, 그 세기가 약하거나 강해지는 식으로 계속 신호를 주고받는다.”고 말한다.
이렇듯 뇌가 수행하는 활동에 따라 뇌파의 주파수가 달라진다. 사람이 정보를 빨리 처리하면 할수록, 단위 시간당 정보를 처리하는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주파수가 빨라진다. 뇌파도 빨라진다. 반대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잘 때는 처리할 정보의 양이 적어지니 뇌파도 느려진다.
강승완 교수는 “얼마나 정보를 많이 처리하느냐, 늦게 처리하느냐 하는 정보처리의 속도에 따라서 뇌파가 빨라지기도 하고 느려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제일 느린 것은 델타파이며 세타파, 알파파, 베타파, 하이베타파, 감마파 순으로 뇌파의 빠르기가 빨라진다.
뇌파 4총사의 특징과 작용
뇌파는 크게 델타파, 세타파, 알파파, 베타파 4종류로 구분한다. 강승완 교수는 “이들 뇌파 4총사는 각기 다른 특징을 띠고 있고 각기 다른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1 의식이 깨어 있는 일상생활에서 베타파~
아침에 잠에서 깨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상생활은 베타파(13~30Hz)의 작용이다. 대화를 나누거나 강의를 들을 때는 물론 불안하거나 긴장 상태일 때도 베타파가 나타난다.
2 휴식 모드 알파파~
활동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거나 근육이 이완되거나 마음이 편해진 안정된 상태에서는 알파파(8~13Hz)가 나온다. 따라서 알파파는 특별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 때의 휴식 모드로 기본적으로 워밍업하고 있는 파라고 할 수 있다.
3 멍 때릴 때 세타파~
사색이나 명상 등 내면에 깊이 몰입할 때 발달하는 파가 세타파(4~8Hz)다. 주변에서 볼 때는 멍 때리는 것처럼 보일 때도 세타파가 나온다. 이러한 세타파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정상적인 인지 활동에서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내면으로 골똘히 몰입할 때, 다른 하나는 몸속에 여러 가지 환경독소 등이 들어와서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집중이 안 되고 분산되는 ADHD 같은 경우에도 세타파가 나타난다. 전자의 경우 뇌파의 모양이 예쁜 세타파가 나오지만 후자의 경우 찌그러진 세타파가 나온다.
4 잠잘 때 델타파~
깊은 수면에 빠졌을 때 델타파(0.2~4Hz)가 나온다. 그런데 TV,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등 낮에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현대인들은 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해 수면 중에 델타파(0.2~4Hz)를 많이 상실하고 있다. 특히 잠자리에서까지 미디어에 노출되면 뇌가 흥분되고 정보적 잔상이 남아 있어 몸이 피곤해 잠자리에 들어도 쉽게 잠들지 못하게 된다.
최대한 느린 파에까지 도달해야 깊은 수면 상태에 이르고, 이때서야 몸이 완전히 이완되며 낮에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정화된다. 그러나 이 상태에 이르지 못하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은 여전히 피곤하고 잔 것 같지도 않고 짜증이 나기도 하는 것이다.
소리를 활용한 뇌파 관리법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를 들어야 베타파, 알파파, 세타파, 델타파의 뇌파가 나타나게 할 수 있을까? 여기서는 물소리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 계곡물이나 폭포수 소리는 베타파를 활성화한다. 기운차게 활동할 때는 박력 있고 장엄한 소리를 들으면 좋다.
● 고요한 연못에 물방울이 퐁퐁퐁 떨어지는 물소리는 알파파를 활성화한다. 휴식할 때 들으면 좋다.
●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소리는 세타파를 활성화한다. 명상이나 사색을 할 때 들으면 좋다.
● 숙면하기 위해서는 델타파가 필요하다. 그런데 델타파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렇다면 아무 소리도 안 들어야 할까? 강승완 교수는 “세타파가 잘 유도가 되면 자연스럽게 델타파로 간다.”고 말한다. 즉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세타파를 유도하다가 잠이 들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따라서 세타파를 유도하는 소리에 타이머 설정을 해서 20~30분 후에는 꺼지도록 하는 게 좋다.
스트레스 해소 OK! 몸을 활용한 뇌파 관리법
1 뜨거운 차 한 잔 마시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파는 불안정해진다. 강승완 교수는 “이때는 차분히 앉아서 차를 한 잔 마시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며 “마인드 컨트롤로 뇌파를 바꾸기가 어려울 땐 몸을 활용하는 것도 뇌파를 조절하는 데 좋다.”고 말한다.
차를 마시거나 당분이 적은 간단한 음식을 먹으면 자연스럽게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흥분이 가라앉는다. 단, 커피보다는 차나 물을 마시는 것이 좋고, 음식은 당분이 많고, 뇌세포를 흥분시키는 MSG가 들어있는 가공식품은 피해야 한다.
2 스트레스 장소에서 나와 잠시 걷기
씩씩거릴 정도로 성나거나 열 받은 상태라면 스트레스 받은 장소에서 나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주변을 걷거나계단을 오르내리자. 강승완 교수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몸의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면 마음이 진정되고 몸도 진정된다.”고 말한다.
3 스트레칭과 복식호흡하기
마음을 진정시킬 때 복식호흡을 하면 좋다고 알고 있다. 강승완 교수는 “몸을 통한 뇌파 조절에 있어 대표적인 것이 호흡”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복식호흡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뚜껑이 열릴 대로 열린 상태에서 갑자기 복식호흡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강승완 교수는 “이때 역시 몸을 쓰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 등으로 몸을 좀 편하게 이완시키거나 약간 빠른 움직임으로 땀을 흘리면 에너지도 발산되고 몸도 이완돼 편안해진다.”며 “이렇게 몸이 편안해진 후에 복식호흡을 하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다. 호흡으로 심장이 안정되면 안정된 심장이 알파파를 유도한다.”고 말한다. 복식호흡은 5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5초간 천천히 내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