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정철희 주임교수】
중위권이던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오른 이현재 군(15세ㆍ서울시 광진구)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3시간씩 서울시와 광진구의 지원으로 무료로 운영하는 방과 후 수업을 듣는다. 주중 하루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에서 자기주도학습 진단과 진로 설계, 목표 설정과 관리 방법 등을 익힌다. 초등학교 때부터 쭉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받아온 터라 처음엔 스스로 공부하기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면서 계획적으로 공부하다보니 점점 스스로 하게 됐다는 이현재 군. 이 군뿐 아니라 성적이 오른 학생들이 하나같이 꼽는 건강한 학습 비결이 바로 자기주도학습이다.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스스로 내 것을 만들어야 성과 남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이자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단연 성적이다. 성적에 울고 웃는 학생과 학부모들. TV나 신문에 종종 나오는 공신(공부의 신) 신화를 보면 별다른 것이 없다. 열심히 하는 것, 성실하게 복습하는 것…. 너무 당연한 해결책에 마음만 답답해지기 십상이다.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정철희 주임교수는 그 답을 ‘자기주도학습’에서 찾는다. 전교 1등 수준인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다는 민족사관고 학생 261명을 연구한 결과 이들은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다. 특별히 좋은 머리를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니었다. 공붓벌레도 없었다. 자신의 의지와 동기로 공부를 주도하는 것이 그들의 공부 비결이었다. 261명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과 습관이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어떤가? 교사가 친절하게 풀어주면, 열심히 외우는 방식에 길들여지다 보니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다.
정철희 교수는 “단순 암기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학습 동기를 갖고 자기 주도적으로 깨달아가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는 것만큼이나 아이 스스로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공부가 자기 것이 될 수 있고,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특히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고, 외국어고ㆍ과학고ㆍ자율고 등에서 입학사정관이 참여하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는 것도 한몫을 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뿐 아니라 개인 환경, 특기, 대인관계, 논리력, 창의력 등 잠재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가리는 제도다. 즉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학생 선발 기준도 설익은 지식의 양보다는 자기 것으로 소화한 잠재력을 높이 산다. 이처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더욱 우선시하는 변화에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방해자는 부모, 확 달라져라
수많은 부모들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정철희 교수는 “답은 간단하다.”며 “부모가 변하면 된다.”고 말한다. 부모가 변하면 아이도 따라서 변한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라는 존재들이다.
또 아이들은 누구나 홀로 일어설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조력자임을 명심한다. 부모는 아이의 자립심을 끄집어내서 그 힘이 더 강해지게 지속적으로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잘하면 칭찬을, 못하면 잘할 수 있게 격려한다.
정철희 교수는 “자기주도학습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부모”라고 강조한다. 먹는 것, 노는 것, 자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부모가 특히 문제다. “그만 먹고 공부해라” “그만 놀고 공부해라” “그만 자고 공부해라” 만날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한다고 공부가 될까? 잔소리를 많이 듣는 아이일수록 성적이 좋지 않고 정서가 불안정하다.
부모가 아이의 멘토가 되어 아이 마음속에 있는 배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시켜야 한다. 스스로 재미있는 게 무엇인지, 이루고 싶은 꿈과 되고 싶은 직업을 천천히 그려보게 한다. 동기를 유발해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 작은 불을 지핀다. 혼자 하는 것이 느리고 어설프더라도 스스로 하게 기다려준다.
정철희 교수는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으로 ‘학원 키드 만들기’를 꼽는다. 학원에 의존하는 아이는 당장 성적이 괜찮더라도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에 올라가 쉽게 무너진다. 간신히 대학에 들어가도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 ‘셀프 키드’는 자생력이 있기 때문에 점점 강해지고 승자가 된다.
자기주도학습 핵심 전략 3가지
자기주도학습은 결국 학생의 몫이다. 정철희 교수는 “학생이 스스로 잘 하려면 전제 조건과 단계별 계획,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제까지 의존적으로 공부하던 아이에게 오늘부터 당장 학원을 끊고 독학하라고 내던지면 당장 자기주도학습이 되겠는가? 그것은 방임일 뿐이다.
자기주도학습을 독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독학은 말 그대로 혼자 공부하는 것이다. 독학을 잘 하려면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배야 가능하다. 전략적이고 체계적이며 계획적이어야 한다는 자기주도학습, 어떻게 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적의 21법칙’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21일 동안, 매일,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에, 정해진 학습량을, 올바른 학습법으로 실천하게 하면 달라진다. 간단해 보이지만 변화 과정은 치열하다.
자기주도학습의 전제 조건부터 살펴본다.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긍정적 자아 개념 가지기, 스스로 자신의 학습에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후 자기주도학습 완성을 위한 단계가 있다. 첫째, 자신의 학습 요구를 진단한다. 둘째, 자신의 학습 목표를 설정한다. 셋째, 학습에 필요한 인적ㆍ물적 자원을 확보한다. 넷째, 자신에게 적합한 학습 전략을 선택하고 실행한다. 다섯째, 자신이 성취한 학습 결과를 스스로 평가한다.
더 효과적으로 자기주도학습에 임하기 위한 핵심 전략도 기억한다. 동기 주도 전략, 인지 주도 전략, 행동 주도 전략을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학습한다. 정철희 교수는 “이런 특성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일단 획득하고 나면 주변 상황이나 환경이 불리해져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 동기 주도 전략 동기 주도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자가 높은 자기 효능감과 흥미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학습에 접근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가 공부의 동기가 되는 것이다.
? 인지 주도 전략 학습자가 학습 과정 중에 학습을 계획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자기 점검과 자기 평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자신의 공부 계획을 세워 스스로 맞는 학습 방법을 사용한다. 제대로 알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이다.
? 행동 주도 전략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가장 적합한 환경을 선택하고 바꿔낸다. 공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는 조용한 곳을 찾는다든가, 모르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친구나 선생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TIP. 정철희 교수의 자기주도학습 전략 가이드
① 자기 방 책상 위, 부엌 식탁 위, 도서관 등 공부하는 데 적절한 장소를 정해 매번 같은 장소에서 공부하라.
② 하루 일과 중 가장 효과적인 시간을 선정해 매일 같은 시간에 공부하라. 방해를 적게 받고 가장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대를 고른다.
③ 공부 방해물을 과감히 치운다. TV, 음악도 끄고 전화는 공부하는 동안에는 받지 않는다.
④ 어려운 것부터 공략한다. 끔찍하게 싫은 과제나 과목이 있다면 그것부터 해결한다.
⑤ 복습을 철저히 한다. 숙제에 노트 복습을 추가하는 것은 하루 몇 분만 투자하면 충분하다. 작은 노력이 모이면 큰 차이가 된다.
⑥ 한 번에 너무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은 피한다. 장시간 공부는 가장 학습 능률이 안 오르는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정철희 교수는 교육과학기술부, 서울시교육청, 강남교육청에서 ‘교원직무연수 강의교수’로 활동, 사단법인 한국자기주도학습연구회 회장이다. <자기주도학습 만점공부법> 등 다수 저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