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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커피 없인 못살아’ 족이 괜찮지 않은 이유

201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9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양광모 교수】

【자료 | 삼성서울병원 임상영양팀】

예전에는 ‘밥심’으로 사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제 ‘커피심’으로 산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음식 맛집만큼 커피 맛집이 유명해지고, 밥 대신 커피 한 잔으로 한 끼를 때우는 사람이 많다. 이제 전국 어디를 가도 커피 전문점이 없는 곳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후식을 권하는 문화도 달라졌다. “차 한 잔해요.”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당연한 듯 “커피 한 잔해요.”가 일상이 됐다. 그렇게 커피는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 그런데 커피의 유혹에 취해 있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루 종일 커피를 달고 살아도 괜찮을까?’

커피가 건강음료?

인생의 쓴맛은 모두 꺼린다. 하지만 커피의 쓴맛은 반기는 사람이 많다. 하루라도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가전제품 시장까지 변화시켰다. 수준 높은 커피를 집에서도 마시려고 캡슐 커피머신까지 장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 발표한 국내 커피 수입시장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41잔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 애호가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면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수치다. 아침에는 잠을 깨는 모닝커피 한잔, 오전에는 업무하며 오전커피 한잔, 점심식사 후에는 물 대신 식후 커피 한잔,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에는 특별히 진한 커피 한잔….

마실 때는 한 잔씩 홀짝홀짝 마시지만 모아보면 꽤 많은 양이다. 그 양이 상당하다고 느껴지면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이런 찜찜한 기분을 날려줄 연구결과가 있다. 하버드대학 공공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하루 3~5잔 정도의 커피를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7년 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 파킨슨병, 성인 당뇨병, 뇌졸중에 따른 사망률이 줄어들고 자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구팀은 지난 30년 동안 여성 16만 8천 명과 남성 4만 명을 대상으로 4년마다 이들이 마시는 커피의 분량과 수명 간의 관계를 추적한 결과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과연 하루에 커피 3~5잔을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런 연구결과를 전적으로 믿어도 될까?

이 물음에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양광모 교수는 “최근 커피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연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하루 최대치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인의 체질에 맞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나친 카페인VS적당한 카페인

커피를 마셔도 건강에 좋은지, 해를 끼치는지에 대한 논쟁은 지난 1000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 이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양광모 교수는 “의학적으로 커피를 매일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또는 좋지 않다고 단정지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오래 전 커피가 중동에서 유럽으로 전파됐을 때 커피는 ‘악마의 물’로 불렸다. 그러다 커피 속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알려지면서 귀한 대접을 받으며 ‘아침의 연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렇게 커피를 두고 건강을 논하려면 카페인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지나친 카페인은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카페인 하루 허용량은 성인의 경우 400mg이다. 원두커피를 기준으로 4잔이 넘어가면 성인의 카페인 하루 허용량을 넘게 된다.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면 숙면을 방해하고 땀, 긴장감, 메스꺼움, 불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커피로 인한 카페인 중독도 무섭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피로, 집중력 저하, 무력감, 졸음 등의 금단 증상이 생겨 또 커피를 지나치게 마시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한편, 카페인만큼 몸에 해로운 것이 또 하나 있다. 흔히 커피는 뜨겁게 먹어야 맛있다고 한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김을 후후 불어가며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커피를 가열처리하는 중간에는 ‘퓨란’이라는 발암성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퓨란은 고휘발성 물질이다. 커피믹스, 또는 원두커피를 만들고 5분이 지나면 퓨란의 양이 평균 61~90% 줄어든다. 그래서 커피는 뜨거운 상태를 음미하는 것보다 좀 식게 둔 후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커피를 둘러싼 궁금증 4가지 커피 건강하게 마시는 법

Q: 커피, 하루에 몇 잔 마셔도 될까?

A: 카페인 하루 허용량은 성인 400mg, 임산부 300mg, 어린이는 체중 1kg당 2.5mg이다. 일반적으로 원두커피 1컵(150ml)에는 110~15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인스턴트커피 1컵에는 60~108mg의 카페인이 존재한다. 원두커피는 4잔 이상 먹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는 150ml 기준이다. 요즘 인기리에 팔리는 점보 사이즈 커피는 1~2잔을 마셔야 한다. 인스턴트커피는 하루 5~6잔이 최대다. 그 이상 마시면 카페인 과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어린이는 성인보다 카페인에 민감하다. 따라서 커피를 마시면 안 되고, 초콜릿이나 고카페인 음료 등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도 피하는 것이 좋다.

Q: 감기약 먹고 있는데 커피 한 잔은 괜찮지 않을까?

A: 감기약에 들어 있는 에페드린 성분이 커피의 카페인을 만나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감기약에는 진통제 성분이 들어 있고 특히 그중에는 카페인이 포함된 약제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청소년이 카페인이 든 감기약을 커피와 같이 마셔 카페인을 과다복용하게 되면 칼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타이레놀·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도 커피와 함께 복용하면 신장에 부담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Q: 심장병 있는데 커피 마셔도 될까?

A: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커피가 심장병이나 부정맥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친 양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안 된다.

Q: 커피 마시면 진짜 살 빠질까?

A: 커피를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 커피의 카페인은 체중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섭취가 증가할 때 체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살을 빼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면 혈압 증가, 구토, 불안,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크림이나 설탕이 많이 들어간 커피는 많이 먹으면 살이 찌므로 가급적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양광모 교수는 의학 팟캐스트 <나는 의사다> 진행자로 유명하다. 코리아헬스로그 편집장, 청년의사신문 편집국장으로 활동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정회원, 대한비뇨기과학회 정회원이며 저서로는 <나는 의사다>, <쏙쏙 건강 이야기를 들려줄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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