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도진 교수】
지금껏 폐암의 원인으로 대부분 담배만을 의심했다.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잘 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성 폐암의 증가세 때문이다. 그것도 비흡연 여성의 폐암 증가세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폐암의 원인이 담배만은 아니라는 내용의 쐐기를 박았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증가 원인으로 주방에서 흡입하는 연기, 미세먼지, 대기오염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자신이 폐암일지 상상도 못 했다는 경우가 많다. 담배를 안 피우면 폐암 걱정 안 하던 시대는 갔다. 비흡연 여성의 폐암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성 폐암 환자 80% 이상은 비흡연자
우리나라 여성 폐암 통계를 살펴보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여성 폐암 환자의 대부분이 담배를 안 피우는데 왜 환자는 늘어나는지 의아하다.
2016년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발표한 국가암등록통계사업에 따른 우리나라 국민의 2014년 암 발생률, 암 생존율 및 암 유병률 현황을 보면 남자 폐암은 2005년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여자 폐암은 2011년까지 매년 1.9%씩 증가하였다.
국립암센터는 폐암센터에서 수술 받았던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2001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수술 받았던 2,948명 중 여성이 831명으로 28.2%에 해당하고 이 중 대다수인 730명(87.8%)이 흡연 경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도대체 비흡연자 여성은 왜 폐암에 걸리는 걸까? 담배가 폐암의 대표 원인이 아닌 걸까?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도진 교수는 “흡연이 가장 중요한 폐암의 원인이지만 간접흡연 또한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또 직업이나 건축 환경으로 인한 석면 및 라돈 노출 등이 폐암의 발생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폐암의 원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도진 교수는 “아시아권 여성들은 가정에서 음식물을 조리할 때 나오는 미세입자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중금속이 포함된 황사나 미세먼지도 폐암의 원인에 해당한다.”고 강조한다. 이뿐만 아니라 잦은 호흡기 감염이나 만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일, 방사선 노출 이력도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사망률 1위 폐암 신호는 뭘까?
대부분의 비흡연 여성은 폐암이 자신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 살고 있다. 폐암은 그리 호락호락한 병이 아니다. 암 중에서도 악명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폐암은 초기까지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폐암이 상당히 진행되거나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된 후쯤 증상을 보여 완치할 수 있는 수술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폐암은 암 중에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그래서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작은 폐암 증상이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폐암일 때 몸이 보내는 신호는 다음과 같다.
● 일반적인 암에서 나타날 수 있는 전신무력감,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이 나타난다.
● 호흡기 증상인 기침, 객혈, 흉통, 호흡곤란 등이 생긴다.
● 암의 침범 부위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 폐암이 되돌이 후두 신경을 침범할 경우 쉰 목소리가 날 수 있다.
– 상대정맥을 누르면 얼굴과 팔의 부종, 목 정맥의 팽창을 보일 수 있다.
– 식도를 압박할 경우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 흉곽 상부에 침범하면 어깨통증, 팔의 감각 및 운동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 뼈로 전이되면 통증, 골절, 하지마비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폐암 증상을 더욱 눈여겨봐야 한다. 하루에 담배 한 갑을 일 년 동안 흡연하면 1갑년이라고 한다. 30갑년(매일 1갑씩 30년 피운 경우 또는 매일 2갑씩 15년 피운 경우) 이상의 흡연경력이 있거나 금연한 지 15년이 넘지 않은 폐암 발생 고위험군이면 55~74세까지 매년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해 폐암을 조기 발견하도록 권고한다.
김도진 교수는 “폐암 가족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방사선 노출 우려가 있는 정기적인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권고하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폐암 예방에 더욱 힘써야 함은 분명하다.”고 전한다.
담배 안 피운다고 폐암 안심 못 해!
비흡연자 폐암 예방법 5가지
1 간접흡연을 피한다!
이 땅의 수많은 애연가의 반발에도 공공장소가 금연구역인 이유는 간접흡연의 유해성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간접흡연도 발암물질이다. 간접흡연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타고 있는 담배 끝에서 나온 연기에 더 많이 노출된다. 그런데 타고 있는 담배에서 나오는 담배 연기에는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보다 독성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가족이 흡연 중이라면 금연을 적극적으로 돕고, 담배 연기는 최대한 피하자.
2 석면 및 라돈 노출을 피한다!
석면이 폐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현재 석면 제품은 사용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석면은 건축자재 속에, 단열재 속에 존재한다. 석면 연관 직업을 가진 사람은 최대한 노출을 피해야 한다.
라돈은 흙, 돌, 물 등에서 라듐이 핵분열할 때 발생하는 무색·무취 가스다. 높은 농도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폐암을 일으킨다. 라돈의 농도는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이나 지하가 높다. 자주 환기를 하고, 벽이 갈라졌으면 빨리 메워야 소중한 폐를 라돈의 공격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3 조리할 때는 환기가 필수!
요리를 안 할 수는 없다. 대신 지지고 볶고, 굽고, 튀길 때 나오는 미세입자를 빨리 바깥으로 보내야 한다. 조리할 때는 항상 창문이나 문을 열어 환기하고 후드를 켠다.
4 미세먼지 접촉을 줄인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외활동이나 외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외출을 더욱 자제하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일이 있다면 꼭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5 폐렴, 결핵, 독감 등 호흡기질환을 예방한다!
김도진 교수는 “정기적으로 독감, 폐렴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폐렴이나 결핵 등의 호흡기 질환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아울러 흉부 방사선 노출도 주의한다.
김도진 교수는 폐암, 만성기침,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폐결핵, 천식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험관리 기술전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임위원,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 보건복지부 건강보험 전문평가위원, 질병관리본부 PPM 결핵사업 운영위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