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고대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
지난주 40대 직장인 박경석 씨는 책상 서랍에서 그동안 바빠서 까맣게 잊고 있던 건강검진표를 발견했다. 건강검진표를 보자 작년 11월 검진 당시 혈압을 적던 사람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분명히 박 씨보고 혈압이 높다고 했었다. 허겁지겁 봉투를 뜯어봤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짜 고혈압이란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서둘러 병원에 간 박 씨는 이것저것 검사를 받았고, 의사는 일단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 후로 혈압 내리는 법을 찾아 폭풍검색에 돌입한 박 씨. 지금 당장 박 씨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증상 없어도 혈압을 낮춰야 하는 이유
아프지도 않은데 예방주사 바늘이 내 몸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 이유는 하나다. 나중에 생길 큰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혈압이 높아서 찜찜한 기분 말고 특별한 증상이 없는 고혈압을 치료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대안산병원 순환기내과 김용현 교수는 “고혈압은 그 자체보다 합병증 때문에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고 말한다.
혈압 하나 높은 것치고 5~20년 후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은 무시무시하다. 우리 몸 어느 한 곳 혈관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은 뇌졸중, 관상동맥질환, 심장질환, 만성신부전, 대동맥박리증 등 목숨과 연관된 중한 병과 관련이 깊다.
김용현 교수는 “반대로 혈압을 잘 관리한다면 뇌졸중 발병률을 35~40% 정도 낮출 수 있고,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의 발병률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혈압 높을 때 혈관 속사정은?
우리의 혈압은 계속 변한다. 혈압이 시시각각 변해도 혈관이 기저귀 고무줄처럼 탱탱하면 혈압의 변동에 유연하게 잘 대처한다. 그러나 혈관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딱딱해진다. 혈관의 구성 성분이 바뀌기 때문이다. 말랑말랑하게 유지해주는 엘라스틴 등은 줄어들고 딱딱한 콜라겐이 쌓이면서 플라스틱 파이프처럼 자꾸 딱딱해진다.
딱딱해진 혈관은 달라지는 혈압을 유연하게 감당하지 못한다. 그리고 높은 압력을 받아도 혈관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더 딱딱해진다. 쉽게 말하면 혈관이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로 진행되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혈관이 딱딱해져서 탄성이 줄어들면 혈압은 오르고, 그로 인해 다시 혈관은 더 딱딱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혈압 악화의 메커니즘을 숙명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혈관이 딱딱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마다 그 속도가 다르다. 딱딱해진 혈관이 고혈압을 악화시키는 속도도 다르다. 따라서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정상 혈압으로 쑤~욱~ 내려가는 혈관 사수법 5계명
고혈압(본태성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다고도 하고 원인이 너무 많다고도 한다. 김용현 교수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혈압이 올라간다고 하는 편이 맞다.”고 말한다.
우리가 충분히 다스릴 수 있는 고혈압의 원인은 운동부족과 비만, 짜게 먹는 습관, 스트레스, 흡연·음주, 부족한 잠 등이다. 고혈압의 원인을 뿌리 뽑아서 혈압을 낮추는 법을 알아본다.
1. 고혈압, 운동으로 다스린다
운동부족은 고혈압 환자의 단골 레퍼토리다. 일단 운동을 하면 고혈압의 주범인 비만을 해결할 수 있다. 비만일 경우 체중을 10kg 정도 빼면 고혈압 약을 먹는 것보다 혈압이 술술 내려간다.
김용현 교수는 “운동을 하면 말초혈관의 저항을 줄이고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 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비만은 고혈압뿐 아니라 당뇨병, 고지혈증과 세트나 마찬가지다. 인슐린 저항성이나 고지혈증이 있어도 혈관이 딱딱해져 혈압을 올린다. 운동, 식이요법 등으로 비만을 해결하면 족쇄처럼 따라다니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도 해결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부모 중 고혈압을 앓은 사람이 있을 경우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면 고혈압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추고, 심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적절한 운동은 고혈압 치료와 예방에서 있어서 필수임을 기억하자.
2. 고혈압, 저염식으로 다스린다
하루 15~20g의 소금을 먹는다고 했을 때 양을 1/3만 줄여도 수축기 혈압은 6?10mmHg, 확장기 혈압은 3~5mmHg을 낮출 수 있다.
김용현 교수는 “국물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나는 국물을 짜지 않게 적당히 간을 해서 먹는데 왜 혈압이 떨어지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김용현 교수는 “중요한 것은 농도가 아니라 하루 염분 섭취의 총량”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짜지 않은 국물도 많이 마시면 짜게 먹는 것과 똑같다.
3. 고혈압, 스트레스 해소로 다스린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 때문에 과식하고 운동을 게을리해서 비만해지는 것도 문제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일단 충분히 쉬는 습관을 들인다.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경쟁이 있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기대치와 목표를 현실적으로 정한다. 어떤 일을 잘 해냈을 때는 스스로를 칭찬해 자존감을 높이는 것도 좋다.
4. 고혈압, 절제로 다스린다
술을 마시면 잠깐 혈관이 확장돼 혈압이 떨어질 수 있지만, 음주를 오래했을 때는 결국 혈압은 올라간다. 또 술 때문에 운동을 멀리하고 간 질환이 생기면 심혈관질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 한 번 마시면 술술 넘어가는 술은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흡연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 합병증 발생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 김용현 교수는 “고혈압이 있든 없든 담배는 무조건 끊어야 한다.”고 말한다.
커피도 많이 마시면 혈압 관리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김용현 교수는 “커피는 하루에 3잔 이하로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5. 고혈압, 잠으로 다스린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고혈압이 발병할 확률이 높다. 또한 최근 한 조사에서 폐경을 앞둔 여성이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고혈압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평소 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되도록 깊이 자려고 노력한다. 술이나 야식을 먹으면 깊이 자지 못하므로 자제하고, 잠자기 한 시간 전부터는 과격한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