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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 잉꼬부부 2쌍의 달달한 애정별곡 “우리 부부 금실은 상위 1%라네요”

2012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힐링호 94p

【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다른 생각, 다른 환경, 다른 모습을 가진 두 남녀가 한집에서 행복하게 살기. 이거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결혼은 1+1=2가 아니라 1+1=1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 가뿐히 안착한 잉꼬부부 두 쌍을 찾아갔다. 그리고 1+1=1이라는 답을 얻는 비결을 듣고 왔다.

“서운한 점 있으면 말보다 편지로 이야기해요!”

이성만·김인자 부부(경기도 용인시 구갈동 거주)

“오잘! 오즐! 오행!” 결혼 35년 차 이성만·김인자 부부 집에서 아침마다 울려 퍼지는 소리다. ‘오잘! 오즐! 오행!’은 ‘오늘 잘하자! 오늘 즐겁게 보내자! 오늘 행복하자!’의 줄임말이다.

“서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아내와 저, 그리고 아들들까지 아침마다 하는 행사예요. 저녁 행사도 있어요. 자기 전 아내와 손을 잡고 누워서 오늘 행복했던 일 5가지를 말해요. 그러면 잠도 잘 와요.”

눈만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 보이는 부부. 전국을 돌아다니며 부부가 행복하게 사는 법을 강의하는 부부.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곪은 상처가 있다고 하지만 왠지 이 부부만큼은 원래 사이가 좋았을 것 같다.

“아니에요. 저희도 예전에는 지금처럼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저희 살아온 얘기는 눈물 없이 못해요.”

사실 김인자 씨는 20여 년 전까지 시한폭탄을 안고 살았다. 그 시한폭탄이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주종관계’라고 말할 정도로 이성만 씨는 집에서 왕이었다. 기분이 좋으면 잘해주고 기분이 나쁘면 거침없이 화부터 냈다. 부부싸움? 그것도 김인자 씨는 꿈도 못 꿨다. 싸움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김인자 씨가 혼나며 살았기 때문이다.

그랬던 남편이 바뀐 것은 다니던 회사의 연수원장으로 발령이 나고부터다. 그는 연수원에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법을 주제로 한 교육을 받았다. 돈을 벌어오는 남편이 왕처럼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 그에게 교육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교육을 받아보니까 제가 얼마나 아내에게 잘못했는지 알았어요. 집에 가서 보니까 아들들도 저와 똑같이 엄마에게 함부로 하고 있었어요. 그 뒤부터 아내에게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이성만 씨는 아내와 부부 교육을 함께 받았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주제를 정해 편지를 주고받았다. 고마웠던 점, 서운한 점, 앞으로 어떻게 할지 꼬박꼬박 적었다.

“그 편지 때문에 사이가 많이 좋아졌어요. 말로 풀다 보면 말꼬리 잡고 싸우잖아요. 글로 쓰니까 화도 가라앉고 진심을 알게 되고요. 그렇게 몇 년을 쓰다 보니 아내의 편지를 안 봐도 마음이 보이더라고요. 그때까지 참고 살아주고 만회할 기회를 준 아내가 정말 고마웠어요.”

이렇게 사이가 좋아져서 부부교육 강사로도 활동하던 어느 날. 부부는 인생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대기업 임원에 이어 기업체 대표로 승승장구하던 이성만 씨가 배신을 당하고 회사를 뺏기게 된 것이다.

이성만 씨는 울화통이 터져 죽고만 싶었다. 수면제 없으면 잠을 못 자는 날이 계속됐다. 그랬던 그를 조용히 일으켜 세운 것은 아내 김인자 씨였다. 김인자 씨는 친정에서 도움을 받아 남편을 산으로 보냈다. 그냥 뒀다가는 남편이 진짜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은 초등학교 앞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라면을 배달하고, 삼복더위에 팥죽땀을 흘렸다.

“아마 사이가 안 좋았다면 남편의 손을 놓았을 거예요. 처음 닥쳐본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진짜 힘들었거든요. 그동안 남편에게 감동하고, 사랑받은 기억이 저를 강해지게 했어요.”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김인자 씨의 내조 덕분에 이성만 씨는 마침내 훌훌 털어내고 일어났다. 그동안 쌓은 실력을 살려 리더십을 가르치는 연구소에서 교수로 일하고, 아내와 함께 부부리더십연구소를 세웠다. 거기에 지금까지 살아온 내용을 바탕으로 아내와 책도 냈다.

“제가 힘들 때 아내는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틈만 나면 저를 웃기려고 했습니다. ‘까꿍!’ ‘치~즈’ 이런 말들이 아내의 인사였죠. 손이 부르터도 힘든 내색은 하지 않았어요. 울분 때문에 잠을 못 자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안마를 해줘서 저를 재웠고요. 그래서 지금도 아내를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요.”

이제 안정을 찾았지만 그때 감정을 떠올린 부부는 똑같이 눈물을 훔친다. 그때 흘린 눈물이 피눈물이었다면 지금은 행복해서 나는 눈물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눈물은 강의를 듣는 다른 부부의 눈물을 멎게 하는 좋은 예방약이 될 것이다.

“믿고 기다려주세요. 그러면 행복이 따라와요!”

정관식·지명은 부부(서울 계동 거주)

결혼 준비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신혼집, 혼수, 예물, 신혼여행, 예식장 등…우리나라에서 결혼 좀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도 참 많다.

그런데 여기 조금 특별한 부부가 있다. 서울 계동에서 이태리 식당을 운영하는 결혼 23년 차 정관식 씨와 지명은 씨 부부다. 그들의 결혼 준비는 남달랐다. 정관식 씨는 20대 초반부터 결혼 공부를 했다. 어떻게 하면 화목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책을 보며 공부했다.

“어렸을 때부터 제 꿈은 좋은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어요. 다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처럼 저는 결혼 공부를 한 거죠. 지금도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되는 공부를 하고 있고요.”

반면에 독신으로 살고 싶었던 아내 지명은 씨는 결혼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결혼했다. 사랑만 믿고 결혼한 그녀는 금방 실감했다. 왜 다들 결혼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고 하는지. 섬세한 남편과 털털한 아내.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자란 남편과 평범한 집안의 막내딸 아내.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던 부부는 삐걱대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3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싸웠어요. 뜨겁게 사랑도 했지만 싸울 때는 치열하게 싸웠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제가 남편에게 상처 되는 말을 많이 했어요.”

다툼이 있을 때마다 양보하고 참는 쪽은 남편 정관식 씨였다. 그리고 3년 후, 지명은 씨는 그제야 깨닫게 됐다.

“제가 큰소리를 내지 않고, 화내지 않아도 남편이 제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말꼬리 잡고 싸우고, 예전에 있었던 일까지 끄집어내서 싸우는 게 결코 부부 사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요. 남편은 이런 사실을 알면서 한 번도 원망하지 않고, 제가 살면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 줬어요.”

이후 부부의 사랑은 더욱 커졌다. 지명은 씨는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기다려줬던 정관식 씨를 굳게 믿게 됐다. 정관식 씨는 지금까지 공부한 대로 한 것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믿음의 힘은 대단했다. 의견이 달라도 싸움이 아닌 대화나 설득으로 이어졌다. 갈등이 없으니까 큰소리는 자취를 감추고 웃을 일이 많아졌다.

지금 그들의 일상은 신혼 못지않다. 내년이면 꼭 쉰이 되는 정관식 씨는 언제나 아내 먼저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절반은 아내를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 절반을 아들과 나눠 먹는다.

지명은 씨는 20년 넘게 같이 산 지혜로운 남편을 볼 때마다 사랑스러운 것을 넘어 자랑스럽다. 하나뿐인 아들이 소외감을 느낄 만큼 그들의 하루는 사랑이 넘친다.

남들이 샘을 낼 만큼 각별히 사이가 좋은 점 말고도 이 부부의 20여 년은 평범한 삶과 거리가 멀다. 결혼한 후로 직업을 여러 번 바꿨고, 마흔이 넘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한 번하기도 어려운 이사를 무려 18번이나 다녔다. 부부는 이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싸우지 않고 양보하기 바빴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각자 부모님께 배우자의 험담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혼 시절 지지고 볶고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매일 내일 죽을 사람처럼 저를 대한다는 남편인데 흉볼 게 뭐가 있겠어요. 또 누군가 이사를 하자고 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일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 하는 일이겠죠. 어려운 일 아니에요. 그냥 믿으면 돼요.”

낭만과는 거리가 먼 덜컹거리는 160번 버스에서 청혼한 남자, 사랑하는 남편이 있어서 단칸방 생활도 행복했다는 여자. 그랬던 그들은 이제 함께 할 노년을 준비한다. 그리고 20대 청춘처럼 여전히 사랑 때문에 가슴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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