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임원정 교수】
‘화’는 스스로 판단하건대, 무엇인가 잘못 되었거나 부당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생기는 정직한 감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는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 다스렸다가는 ‘화병’에 걸리기도 한다. 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지혜롭게 화내는 법에 대해 알아보자.
나는 오늘도 참는다…
우리나라 정서상 화를 내는 것은 미성숙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분노)를 표현하는 것이 서툴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임원정 교수는 “참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며 “오히려 화가 날 때는 화를 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대부분 화가 났을 때 분노가 치밀고 억울한 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부당한 취급을 받아 불쾌하다고 느낀다. 이러한 감정들은 신체적으로도 표출된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피부가 빨개지며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것이 오래 지속될 경우 소화불량이 생기기도 한다. 더러 가슴이나 목 등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질적으로 화를 잘 내는 사람도 있다. 화를 많이 내는 상황에 있었던 사람의 경우는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성향을 보인다. 이런 경우 체질적으로 화를 잘 내지 않는 쪽으로 만들어주는 훈련이 필요하다.
남의 감정에 공감을 잘 하는 사람들은 화를 잘 내지 않는다.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대해지는 것이다. 물론 ‘나는 괜찮다.’를 수십 번 되뇌어도 기분이 나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면 그것은 이미 화가 난 상태다.
화를 낼 때도 이성적으로~
임원정 교수는 무엇보다도 “너무 남에게 끌려 다니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의견은 드러내지 않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맞춰줄 경우, 본인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임에도 그저 참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무조건 선과 악을 나눌 필요도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소하게 겪는 일들은 본인 기준에서 ‘옳은 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 기준에서는 아닐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고방식이 나의 정신건강에 좋다.
더불어 ‘나는 이런 경우에 화가 난다.’를 파악해 그럴 때는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연습을 해보자. 그 상황에 처했을 때 화를 조절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순간 화를 낸 후 몇 분 후에 곧바로 후회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부당하게 느껴지고 화가 난다면, 현명하게 화를 표출해야 한다. 참는 것은 화병만 만든다.
물론 그저 소리치거나 막무가내식의 우격다짐은 곤란하다.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자극하지 않고 자신이 왜 화를 내는지 의견을 전달하고 서로간의 이해와 조율을 시도해 봐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하는 것은 효과가 있다. 감정을 간단한 언어로 표현하며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며 일정한 톤의 목소리로 화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화가 났을 때 앞서는 감정을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화를 내는 것이 상대방의 이야기에 내가 반응한다는 의미로 전달하고, 화를 냄으로써 어디까지 조율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상대방에게 전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화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억누르고, 참기를 반복하면서 스스로 화내는 법을 잊어버린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종이에 써서 상대방에게 전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글로 적으면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확실하게 정리되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차분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하나 넣기—비즈니스 메타포스 103062번 넣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이 왜 화를 내는지도 모르고 화를 낼 때가 있다. 억누르고 억눌렀던 감정들이 쌓여 자신도 모르게 화를 낸다. 하지만 무엇이든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본인이 편한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과도 연결된다. 자꾸 즐거워지는 상황에 노출되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람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수다로 스트레스를 푼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굉장히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임원정 교수는 “병원을 찾는 분들 중 상담을 통해 더러 ‘화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지면 오히려 기뻐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그 저변에는 ‘이 사람은 내 심정을 알아주는구나.’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꼭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과 마찰을 빚지 않기 위해 혹은 호감을 얻기 위해서 참는다지만, 그 대상이 세상 모두일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의 감정에, 상황에 맞춰주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다. 다른 사람이 행복해도 내가 불행하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행복해야 남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나를 표현할 줄 알고, 누군가와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임원정 교수는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과장이자 이화여대 의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정신분석학회 총무이사와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 여성정신의학회 총무를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