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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주치의] 씹고 뜯고 맛보고 ‘씹기’에 숨어 있는 건강 비밀

2011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명호 106p

【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서울대 치대병원 치주과 김태일 교수】

예부터 치아 건강은 오복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음식물을 잘 섭취하고 온몸에 영양분을 전달하는 첫 시작점이 입이기 때문이다. 치아는 씹고 뜯을 수 있는 저작 기능과 정확한 말 전달을 위한 발음 기능, 그리고 아름다움을 위한 심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세 가지 중 특히 저작(씹기)은 생존과 직결되는 기능이다. 우리가 음식을 섭취할 때 적절한 정도의 저작력이 나와 줘야 제대로 된 영양분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비밀을 캐본다.

씹기를 위한 치아는 건강의 척도

“음식을 먹을 때는 30번 이상 꼭꼭 씹어서 드세요.”

많은 영양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오래오래 꼭꼭 씹어서 먹어야 음식 속에 들어 있는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항간에 건강 이슈로 떠오른 것이 치아의 저작기능이다. 관련 책도 출판되면서 저작의 중요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치아의 저작기능? ‘저작’이라는 다소 낯선 표현이 부담스럽다면 치아의 씹기 기능으로 이해하자.

서울대 치과병원 김태일 교수는 “치아와 잇몸 뼈 사이에는 치주인대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인대가 치아를 제대로 잡아줘야 음식을 먹을 때 씹고 뜯는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저작기능이라고 해서 씹는 행위에만 국한해서 생각하면 안 된다. 그것은 치아 건강뿐 아니라 치주 건강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당뇨병은 치주질환과 관련된 대표적인 전신질환이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가 올라가면 구강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심지어 치아가 빠지는 경우도 있다. 치아가 급속히 빠지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 당장 1차 소화기관 역할을 하는 저작 활동에 문제가 생긴다. 음식 조절을 해야 하는 당뇨환자가 현미, 거칠고 질긴 야채, 견과류 등을 제대로 씹지 못하면 식이요법에 실패하기 쉽다. 설상가상 잇몸염증을 일으키는 치주질환 원인균들이 혈관을 타고 몸속에 침투해 더 넓은 부위의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치주질환은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치주질환 원인균들이 혈관을 타고 돌면서 혈관 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일으켜 혈전을 만든다. 그렇게 되면 뇌졸중이나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치주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과 심장병의 위험이 2~3배 높다.

또한 임산부가 치주질환이 있으면 관련 세균이 내뿜는 염증성 물질로 인해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치아가 건강할수록 무병장수

치아가 건강하면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다. 그것은 곧바로 전신 건강을 좋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뇌세포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줘 뇌 혈류가 활발하도록 만들어 건망증과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이아치현의 65세 노인 44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치아가 20개 이상 남아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1.9배 낮았다는 연구결과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치아가 부족하면 씹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일본 도후쿠대학과 나라대학 및 미국 뉴욕 치대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치아가 상실될 경우 뇌에서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 부위에 영향을 주고 치매 가능성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치아 하나를 더 유지할수록 수명이 약 2년 길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치아 건강에 따라 평균 수명이 10~20년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치아를 하나라도 더 남기는 것이 좋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국민이 80세까지 20개의 치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치아건강 캠페인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치아의 저작 기능에 있어 침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침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와 같은 소화효소는 우리가 음식물을 씹을 때 음식물과 함께 섞여 소화를 돕는다. 또 뮤신이라는 물질은 구강 내 윤활작용을 하며, 침은 99%가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입안을 흐르면서 구강내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을 씻어내는 세정작용을 한다. 특히 침 속 라이소짐이나 감마글로블린 등의 효소는 항균 성분이 있어 세균이 입속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듯 오래 씹을수록 침의 분비는 많아지고 소화를 비롯한 다양한 순기능들이 대폭 증대된다.

저작 기능을 높이는 핵심 요소들

치아의 저작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방법을 소개한다.

1 올바른 칫솔질은 필수! 구강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이 우선이다. 하루에 세 번 식사 후 칫솔질이 원칙이지만, 음식을 먹은 후에는 항상 닦는 것이 좋다. 물론 올바른 칫솔법은 필수다.

2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열심히 칫솔질을 한다고 해도 치아가 완전히 깨끗해지진 않는다. 특히 치석과 플라그(치태) 등은 정기적인 스케일링을 통해 제거해야 된다. 특히 흡연자라면 치아 뒷면 깊숙한 곳에 니코틴과 타르가 끼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성인의 경우 일반적으로 3~6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통해 구강건강을 살펴야 한다.

3 올바른 식생활 습관도 필수!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평소 구강 건강을 위해 올바른 식생활 습관을 가져야 한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식습관이 내 입안도 건강하게 만드는 식습관이라고 보면 된다. 당분이 든 끈끈한 음식과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곡식과 과일, 채소 등의 섬유질이 풍부한 자연식품 위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또 지나치게 단단하고 질긴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회식자리에서 치아로 병뚜껑을 따는 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좋으며, 안주로 먹는 마른 오징어, 크고 단단한 깍두기 등은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 좋다.

김태일 교수는 “씹고 삼키는 기능을 담당하는 치아와 치주조직의 건강은 건강한 삶을 사는 바로미터가 된다.”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도 치아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태일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주과 교수이자 대한치주과학회 편집이사, ‘Journal of periodontal and implant surgery’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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