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한식은 우리 몸에 약이 되는 건강식입니다”
세계적인 장수촌에 가면 꼭 드는 궁금증 하나! ‘그들은 과연 무엇을 먹고 살까?’ 하는 의문이다.
그래서 장수식단의 대명사가 된 지중해식 식사법이 화제가 되고, 일본 오끼나와식 식사법이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먹는 것이 곧 건강과 장수와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종종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장수식단은 꼭 유럽과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예로부터 먹어온 훌륭한 장수식단이 있다. 한식이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는 이 사실을 온몸으로 세상에 알리고 있는 주인공이다.
그녀의 하루 24시간은 오로지 ‘한식 사랑’에 쏟아붓는다. 전 세계에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홍보하고, 떡 박물관 관장으로, 최근 해외 조리 전문가들에게 한식과 우리 식문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며 한식의 세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키워온 한식 사랑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날도 윤숙자 교수는 여전히 한식에 대해 강의 중이었다. 바쁜 와중에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낸 그녀는 머리를 곱게 올리고 정갈한 한복 차림으로 기자를 맞이한다. 직접 마주하고 보니 그 자태가 참 곱다.
그녀는 개성이 고향이다. 어머니가 종갓집 맏며느리였던 덕에 그녀의 유년 시절은 각종 음식 냄새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대학에서 궁중요리와 한국음식을 전공하면서 한식 전문가로서의 꿈을 키워 나갔다. 무엇보다도 전통음식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 그리고 음식을 만들 때 가지는 아름다운 마음가짐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통이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이듯 음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우리의 전통 음식과 조상들의 정성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다. 전통음식에 생명을 불어넣어보자. 이 같은 그녀의 노력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고, 한식의 세계화에 불을 붙였다.
한식은 건강식, 세계인에게 알리자
그녀는 한식의 우수성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건강한 자연음식이며, 오랜 시간 정성으로 빚어낸 발효음식이고, 또 음식마다 다섯 가지 색을 고루 지닌 오방색 음식이라는 점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마다 생산되는 제철의 자연 식재료를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건강한 자연음식이며, 김치와 젓갈류, 식초, 술 등 각종 발효음식이 발달하여 더없이 좋은 맛과 영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빨강, 파랑, 노랑, 하양, 검정 다섯 가지 색의 식품을 가지고 만든 오방색 음식이 많아서 오장육부를 건강하게 해줍니다. 붉은색은 심장을, 황색은 위장을, 흰색은 폐장을, 파란색은 간장을, 검정색은 신장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의 비밀이 들어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웰빙음식이며, 슬로우푸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녀가 세계인의 음식으로 추천하는 것은 비빔밥과 인삼떡갈비다.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각 나라에서 현지화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 비빔밥입니다. 다양한 재료는 한국의 발효음식인 고추장과 한데 섞여 새로운 맛을 창출해 내는데, 특히 미국에서 비빔밥 테이크아웃점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국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체험학습도 진행하는 그녀는 한식의 세계화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외국을 돌아다니며 한식을 알리는 그녀가 가장 인상 깊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2007년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열린 2주간의 한국음식축제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고궁으로의 초대’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의 궁중음식을 뷔페로 선보인 행사였는데, 이 행사에서 한국 음식의 맛에 반한 세계의 외교관들이 하루에 500여 명씩 방문해 대단한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당시 반기문 총장님이 각 나라의 대사들과 오찬을 함께 할 때, 헤드쉐프(head chef)가 되어 한국음식을 코스로 대접했는데, 음식을 드신 많은 외교대사들이 한국음식의 맛을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셔서 무척 보람된 경험이었습니다.”
콩으로 만든 음식이 건강 비결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으로, 떡 박물관 관장으로, 그밖에도 다양한 직책 활동과 요리 강의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의 건강비결이 궁금했다. 더군다나 요리 전문가 아니던가.
“저는 특히 콩을 이용한 음식을 즐깁니다. 식물성 단백질과 더불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식품으로,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하잖아요. 콩은 그냥 먹으면 소화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된장으로 발효시켜서 혹은 두부로 만들어서 먹으면 훨씬 소화가 쉽고 맛도 좋습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의 식단에는 콩과 12가지 곡식을 섞은 영양밥과 된장찌개, 콩요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또 제철과일을 즐겨 먹는 편입니다.”
평소 그녀는 ‘주재료의 본래 맛 살리기’에 중점을 둔다. 그래서 양념을 적게 하고 무엇보다 짜지 않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음식을 만들 때는 항상 가족이 먹는 음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갖은 정성과 품을 다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음식철학이다. 그래서 그녀는 음식으로 감동을 주는 요리사가 되려고 노력한다.
건강 위해서라면 전통의 맛 지켜야
흔히들 한식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님을 강조한다.
“한국음식은 먹으면 약이 되는 우수한 식품입니다. 쌀 등의 곡류가 주식이고 채소류, 육류, 어패류 등 다양한 부식을 한상에 고루 차려냅니다. 또한 숙성하고 발효시켜 만든 한국의 김치,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은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며, 채소 위주의 식사는 비만과 성인병도 예방합니다. 가족의 건강을 염두하고 상을 차리는 것이 우리 전통 한식의 길이기도 할 겁니다.”
앞으로도 한식의 세계화와 우리네 밥상 건강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그녀에게 세계는 하나의 큰 무대다. 그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세계가 크다고 느껴지지 않는 날, 한식이 해외 어느 나라에서도 친숙한 음식이 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TIP. 윤숙자 교수가 추천하는 추석 별미식
1. 토란탕
양지머리 국물에 토란을 넣고 끓인 국을 “토란탕“이라고 한다. 토란탕은 추석에 빠지지 않고 먹는 음식이다. 토란은 감자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흙속의 알이라 하여 흙‘토(土)’ 알‘란(卵)’ 자를 써서 토란이라고 한다. 토란은 여러 가지 좋은 성분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소화를 돕고 변비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어 기름진 음식으로 탈이 나기 쉬운 추석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다. 우리 옛 조상님들은 추석 한가위의 풍부한 음식 속에서 토란탕을 먹으며 건강을 지키려던 지혜가 있었다.
2. 화양적
화양적은 도라지, 쇠고기, 표고, 움파, 당근, 달걀 등을 꿰어 구운 음식이다. 꼬치 하나에 갖은 재료가 들어가고 흰색, 붉은색, 검정색, 푸른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이 있어 화려하고 영양도 우수하다. 화양적이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