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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현장] 환자들의 기분 좋은 외출 ‘암,희망캠프’ 현장을 찾아서…

2011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명호 144p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6월 어느 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절반 정도는 굳은 표정으로 얼굴에서 웃음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절반 정도는 서로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절반은 이번에 처음 참여한 회원들이었고, 즐거운 절반의 사람들은 지난 번 희망캠프에 참여했던 낯익은 얼굴들이다. 지난 번 참여했던 낯익은 얼굴들과 이번에 처음 참여한 회원들의 얼굴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창백하고 굳은 표정의 얼굴들도 이번 캠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환하게 웃을 수 있게 되리라.

오후 4시가 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인 것 같았다.

“어디서 오셨어요?”

“광명에서 왔어요.” “서울서 왔어요.” “부산에서 왔어요.” “대구에서 왔어요.”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지난 번 참석했던 얼굴들은 해맑은 표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약간의 수다도 더해져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꽤나 친해졌나보다 했다. 아니 단 몇 분을 얘기해도 서로의 아픈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암 환자들 간에는 격식이나 벽은 없었다. 상대를 위해 울어도 주고 같이 웃어도 줄 수 있는 동행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리라.

백운쉼터에서 준비한 맛있는 자연식밥상 앞에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이야기는 계속됐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밥상을 차려준 권숙희 씨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지난 번 캠프 참석자들은 그 감동을 이번에도 계속 이어가고 싶었던 것일 게다. 백운희망캠프에 2번째 참석한 한 회원은 “전 암 진단을 받고 심신이 너무 지쳐 있었어요. 병원치료만 받다보니 몸은 날로 쇠약해졌고 우울증, 불면증은 물론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이대로 가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3월에 캠프가 있으니 같이 가 보자고 해서 그땐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왔었는데 정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어요. 오랫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병원치료가 암 치료의 전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병원치료 외적인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지요. 그래서 이번에도 참석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합니다.”라며 자기 경험을 말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밥상을 차리는 생활관과 교육관의 거리는 3㎞ 남짓, 참석한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교육관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농촌의 들녘과 산, 계곡은 그들의 지친 심신을 회복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재료들이다. 비가 오락가락 하고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는 대지를 적셔 각종 채소와 곡식들을 길러내고 그것들은 곧 자신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아주 중요한 먹을거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자연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다. 치유를 촉진하는 먹을거리는 마트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제공한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그동안 잊고 살아 왔음을 깨닫고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꾸기로 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한 참석자가 들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것은 씀바귀고 이것은 민들레, 저것은 엉겅퀴라는 풀인데 간에 좋은 성분이 많이 있다고 하는 거지요.”

풀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동안 한 회원은 “이런 풀들을 정말 약으로 쓸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 “물론이지요. 자연은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여러 가지 풀들을 활용해서 치병하라고 권고합니다. 사람의 어리석음이 귀한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편견을 낳았는데 그러한 생각이 고착화되어 있는 이유는 모든 만물들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건강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때 흔하고 하찮은 풀들, 즉 경제적으로 가치가 없는 식물들이 우리들의 투병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해요. 저도 처음엔 여러분들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공부를 조금 해보니 ‘아, 이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죠. 설명을 듣는 참가자들은 순간 강하게 꽂히는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교육관으로 돌아와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참가자 각각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무슨 사연이 저렇게 절절할까? 사연을 쏟아내는 도중 감정이 북받쳐 흐느끼는 회원으로 인해 한동안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한 참가자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웃음을 유발하는 행위와 말을 하니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울다가 웃다가, 그들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5시 반 정도에 아침프로그램이 시작됐다. ▶풍욕. 알몸을 하고 1분 간격으로 이불을 온몸을 덮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것인데 다소 민방하기도 하지만 돈 안 드는 치유법인데 뭐가 문제가 될까? 방송이 지시하는 대로 열심히 따라해 보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진 발목펌프운동은 혈액순환을 개선할 목적으로 한 것이다. 노래하며 발목펌프운동을 한 후 모관운동 등 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들을 계속해서 했다. 그 다음은 아침시간대 마지막 프로그램인 ▶108배 명상 절 운동.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한 구절 한 구절이 심장과 오감을 자극해 108번 절을 하면서 온몸은 땀과 눈물범벅이 됐다. 마지막 108배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 마치 마법에 걸린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침식사 후 백운산자연휴양림 산책길에 나섰다. 편백나무 숲속은 새들의 천국.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 바람소리는 참가자들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해주었다. 항암치료 중에 있는 한 참가자가 약간의 비탈길을 오르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참가자가 손을 잡아 끌어주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워보였다. 그렇게 자연과 호흡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산행을 하면서 그들의 마음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환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은 그들의 힘든 투병생활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한 회원이 “집에 두고 온 아들, 딸, 남편, 아내는 잠시 잊으라.”고 큰 소리로 말하니 모두가 하나 돼 “YES SIR!”이라고 화답했다. 그렇게 유쾌한 백운산자연휴양림 산행이 끝이 났다.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은 성불사 탐방이다. 생활관을 나서 환상적인 계곡을 따라 나 있는 아스팔트길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니 잘 정돈된 성불사를 만날 수 있었다. 절 앞에 있는 샘에서 물을 한 바가지 떠서 목을 축인 후 법당에 들어가 치유를 기원하는 예불을 올렸다. 절에서 만들어지는 좋은 에너지들이 환자들 몸 곳곳에 스며들어 치유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어서 산행을 할 팀과 쉬면서 휴식을 취할 팀을 조로 나눠 행동하기로 하고 일부는 성불사를 돌아 다시 산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들 중 일부는 산이 희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산으로 들어간 암 환자, 심지어 말기 암 환자들의 무사생환은 뉴스거리가 되고도 남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다.”라는 어구는 암 환자들이 깊이 새기고 실천해야 할 것 명언이다.

저녁 식사 후의 일정은 암에 대한 강의와 치유이야기다. 강의에 나선 강사는 두 가지 내용을 설명하였다. 첫째,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행동을 할 것, 둘째, 몸의 치유를 돕는 생각을 할 것이 그것이다. 전자가 밥상의 문제라면 후자는 마음, 생각, 영적인 문제다. 밥상은 치유밥상, 즉 현미잡곡밥과 채소와 바다풀을 중심으로 한 상차림이고 마음의 문제는 사랑과 긍정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어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강석진 백운쉼터원장의 회복 이야기가 이어졌다. 가족 중 어머니와 자신을 포함하여 5명이 암 진단을 받고 절망의 시간들을 보낸 사연을 듣는 순간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그 중 어머니를 포함하여 두 분은 세상을 떠났다.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그의 이야기는 참가자들에게 또 하나의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강의와 회복 이야기를 듣고 질문이 이어졌고 그렇게 둘째 날도 끝나가고 있었다.

셋째 날, 모두가 환한 표정으로 아침을 맞았다. 아침과 오전 일정은 둘째 날과 동일했고 오후엔 명상 강의가 있는 날이다. 투병을 하다보면 바람에 일렁이는 물처럼 감정조절이 잘 안 된다.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은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쉽게 흔들리는 감정은 모든 환자들의 특징이다. 이런 환자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명상 강의는 이런 환자의 마음의 풍랑을 잡아주는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강의와 따라 하기를 반복한 후 프로그램은 종료되었고 참가자들의 표정은 훨씬 밝고 기운차 보였다. 명상 강의의 효과를 경험한 참가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즐겁게 쏟아내고 있었다.

저녁식사 후에는 오락시간을 가졌다. 오락시간을 위해서 기타를 가지고 온 회원이 있었다. 기타를 치면서 선창을 하고 함께 따라 부르기를 반복하면서 흥겨움은 절정에 달했다. 이어서 노래자랑이 이어졌고 광양의 밤하늘에는 경쾌한 선율이 울려 퍼졌다. 마지막 밤이라 참가자들은 잠을 뒤로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서로의 쾌유를 기원하였다.

다음날 아침, 모든 일정은 자율에 맡겨졌고 발목펌프운동을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 등 제각각이었다. 아침식사를 한 후 간단한 산책을 한 후 마지막 간담회를 가졌다. 그리고 소감문을 써 내게 했다.

“꿈같은 3박 4일이었습니다. 제가 살아 있을 동안 이런 시간을 다시 보내게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자리를 만들어 준 강석진 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참가비가 너무 싸서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완전 대박이에요. 담에도 꼭 참석하고 싶어요. ^^”

“그동안 병원만 너무 믿었던 것 같아요. 나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꼭 참석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점심을 먹고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두 손을 꼭 잡고 서로의 안녕을 바라는 마음을 주고받았다. 하나둘 차에 올랐고 남아 있는 강석진ㆍ권숙희 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강석진 원장 부부도 함께 손을 흔들며 가는 이의 성공 투병을 기원했다. 3박4일의 꿈같은 시간, 그 시간은 참가자들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무엇이라도 깨닫고 얻고, 그렇게 하여 그것이 투병에 긍정적인 요소가 돼 모두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들이 원하는 한 3박4일의 백운쉼터 희망캠프는 계속될 것이다.

<암 희망캠프 개요>

– 희망캠프 : 3, 6, 9, 12월 있음/구체적 날짜는 공지사항으로 게재함.

– 캠프일자 : 3박4일

– 주 최 : 암환자가족자조협회(http://cafe.daum.net/greenhealth)

– 진 행 : 백운쉼터(http://esuho1004.com)

– 문 의 : 010-5626-9000(백운쉼터 강석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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